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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씽' 공효진 "조정석 '형' 시사회 안불러, 변했다"

‘공블리’는 잊어도 좋다. 고작 2주 전까지만 해도 블링블링했던 표나리가 이렇게 표독스럽고 애잔해질 수 있을까. 극과 극의 변신이다.

공효진은 영화 ‘미씽’에서 워킹맘 지선(엄지원)의 아이와 함께 사라져버린 중국인 보모 ‘한매’로 열연을 펼쳤다. 말 그대로 ‘열연’이다. 얼굴에 찍은 30여개의 점, 눌러쓴 가발, 범상치 않은 속눈썹까지 외모부터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변신에 성공했다.

더욱 놀라운건 영화만 찍으면 더욱 폭발하는 그녀의 연기다. 관객들은 영화의 중반이 지날 때까지 아이를 유괴한 한매의 뒷모습을 추적해보려 애를 써도 결코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그녀의 과거가 밝혀지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지독한 아픔에 공감하게 된다. 공효진은 ‘미씽’을 통해 진정 역대급 연기로 관객의 가슴을 쥐어짜게 만들었다.

사진: 메가박스(주)플러스엠




Q. 엄마 아닌 감독과 두 여배우가 만들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절절하다.



아기엄마가 현장에 거의 없었죠.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려 해도 엄마는 없고, 아빠들은 생각이 다르고. 생각해보면 ‘한매’는 엄마인 배우가 했으면 더 잘해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생각해보면 모두 엄마가 아니니까 어느 한 사람의 주도적인 설정과 결론이 정답이 되지 않았던게 다행이었던것 같기도 하고.

엄마 배우들이 마음으로 연기해서 미친듯한 모성애를 보며주면 보는 입장에서 바닥을 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렇게 보이지 않은 이유는 우리 모두가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진짜 엄마들이 보여주는 모성을 입히면 다른 영화가 될거에요. 영화적으로 다수가 설득될 수 있는 장르적 수위를 만든건 그런 이유에서 가능했다고 봐요.

Q. 극중 지선은 한국어도 잘 못하는 중국인인 ‘한매’에게 애를 맡긴다.



‘워킹맘인 지선이 여러 상황으로 인해 아이를 등한시했기 때문에 잃어버렸다. 저러니 당연히 잃어버리지’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지선에 대한 편견이 처음부터 쌓여 독이 되면 어쩌나 싶네요. 이야기의 초반부터 한매가 아이를 데리고 사라지기 때문에도 그렇고 여러 이유는 있죠. 이혼소송에 걸친 양육권 문제에, 힘들게 복직해 맡은 일이 바쁘기도 하고. 한매가 또 살뜰하게 집안일도 하고 애도 잘 보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어디 하나에 꽂히면 그 부분만 봐서 살짝 걱정되기도 해요.

Q. 지선과 한매는 극중 많이 부딪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흡이 중요하다.



영화든 드라마든 배우는 지금 찍는 신의 전후를 확실히 인지하고 와야 하잖아요. 한매 에피소드는 아무래도 시간대가 뚝뚝 끊어지는 만큼 괜찮은 편인데 (엄)지원언니는 촬영 순서는 왔다갔다 해도 전체적으로 흐름을 이어가야 하는 만큼 어려웠죠. 중요한건 둘이 템포를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지선이 동적이면 한매는 정적이에요. 지선이 달리다 한매의 과거에 딱 부딪히고 다시 튀어나가고, 뭔가 영화의 높낮이를 조절해야 한다고 할까?

서로 부딪히는 장면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언니와의 소통이 중요했어요. 그동안 촬영한 장면들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현장편집본을 보고 내 신에 대한 템포를 조절했죠. 서로 붙지 않는다고 완전히 따로 생각해서 연기하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사진: 메가박스(주)플러스엠


Q. 엄지원과의 호흡은 잘 맞았나.



우리 둘 모두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귀담아들었죠. 두사람 모두 그런 성격이라 가능했던것 같아요. 연기에 대해 뭐라고 하면 기분이 나쁠수도, 혼란스러울 수도 있잖아요. 신뢰가 쌓여있는 관계니까 가능했죠. 언니는 대본을 침대맡에 끼고 사는 사람이고, 저는 처음 시나리오를 본 느낌을 그대로 살리려는 스타일인데 서로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죠.

Q. 대본을 닳아 없어질 때까지 본다는 배우들도 있는데 의외다.



저는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시나리오를 보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자꾸 보면 다른게 보이고, 살이 붙어서 처음에 들었던 아이디어들이 다듬어지는 것 같거든요. 이런 핑계를 대고 싶은데 사실 원래부터 그래요. 예전에 여고괴담 찍을 때는 케이크 두 개가 있기에 한숟가락 퍼먹고 눈물 쏙 빠지게 혼났던 적이 있어요. 생일파티 신에 쓸 소품인데 제가 찍는 신에는 그 장면이 없어서 몰랐던 거죠.(웃음)

Q. 그래서 연기가 더 리얼하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드라마는 지금 찍는 장면의 앞뒤를 잘 알고 가야 해요. 순식간에 찍으니까. 반면 영화는 이미 잘 알고 있으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죠. 한번은 중국어를 미세하게 잘못된 억양으로 외워와서 현장에서 급하게 고치려는데 죽어도 안 바뀌더라고요. 달달 외우면 응용이 잘 안되는거죠. 앉아서 연기해야 한다고 정해놨으면 현장에서 일어서서 연기하려면 또 힘들고. 배우들은 다 다른 방식으로 연기하는 것 같아요.

사진: 메가박스(주)플러스엠


Q. ‘공블리’와는 거리가 멀다.



영화가 거칠잖아요. 카메라기법도, 캐릭터의 색도 다 거칠어서 전 좋아요. 촬영기사와 조명감독이 생각한 생생한 느낌? 고운 빛을 주는게 아니라 여자이야기를 남성느와르처럼 표현했어요. ‘아저씨’와 ‘우는남자’를 했던 팀이 찍은 거거든요. 처음에 이보다는 고운 영화일거라 생각했는데 새로웠어요. 남자 관객들에게도 그래서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요?

Q. 엄지원이 ‘공효진은 페미니스트’라고 말한 인터뷰를 봤다.



글쎄, 저는 한국적인 보수성향이 있어요. 남자는 남자, 여자는 여자. 여자가 남자에게 보호받아야 한다고는 생각해요. 연애할 때도 그런 편이고. 대접받아야 한다는게 아니라 남자가 강하다는걸 인정하는거죠. 다만 일할 때는 많이 달라요. 색이 뚜렷한 배우라 그럴수도 있고, 무엇보다 현장은 가족모임 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여성 감독이 현장에서 힘이 약해보이면 화가 많이 나요. ‘미씽’ 현장에서도 남자 스태프와 우리들의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보여주려 하는 것이 ‘여자냐 엄마냐’의 시각차에서 나온거에요. 예를 들어 매일 새벽 정해진 시간에 일하던 안마방에서 두세시간씩 외출하는 한매가 손님을 받던 도중 시간이 돼 나가는 장면을 두고 남자 스태프는 ‘안마당에서 나오는데 왜 즐거운 표정이냐’고, 우리는 그럴 이유를 설득해야 했죠.

많은 부분에서 다른 이야기가 나왔어요. 빨강이냐 파랑이냐의 문제면 확실한데 오묘한 면에서 시각차가 벌어지니까. 재미있게 말하자면 투쟁했죠. 결국 엄마 안의 여자 이야기로 보이면 좋겠네요.

사진: 메가박스(주)플러스엠


Q.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가 줄어드는 상황은 어떻게 보나.



남자배우가 할 역할이 훨씬 많은건 맞죠. 연령대도 다양하고. 여배우가 주인공인 영화는 세 개중 하나도 안돼요. 투자하는 과정에서도 꽤 어렵고, 너무 오래전부터 만들어진 분위기라 이제와서 문제라고 하기도 애매해요. 결국 관객 수의 몫인 것 같아요. 질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도, 여배우의 연기력 문제도 아니고 남성중심 영화가 많은건 관객 수에 비례한다고 생각해요. 남자 관객들이 여배우가 주인공인 영화를 많이 보러 와야죠. ‘왜 티켓파워를 여성이 쥐는거냐’고 하고 싶은데.(웃음)

Q. 연기경력도 어느새 18년차에 접어들었다.



조금 여유가 생겼어요. 그 점 때문에 연극도 했었고. 첫 촬영을 앞두고 잠은 안오고, 선생님들 앞에서 NG내던 그때랑은 많이 달라졌죠. 선배들이 들으면 콧방귀 뀔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영화가 개봉하면 초조하기보다 ‘하늘의 뜻이다’ 싶어요.

특히 촬영 현장의 전체적인 프로세스가 눈에 들어오니까 한편으로는 골치 아프기도 하고,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연기에 눈을 뜨는 것도 같아요. 지금은 저 자신도 앞으로 어떤 작품에서 어떻게 연기할지 기대되고 궁금해요. 참 매력있는 직업이잖아요.

Q. ‘질투의 화신’을 함께했던 조정석의 ‘형’이 좋은 출발을 했다.



영화시장의 파이가 커지면 좋은 거잖아요. 하나가 독식하면 안되는 구조라고 생각해요. 두 주인공이 갈라서 영화로 경쟁하니 드라마 팬들은 슬플 것 같기도 해요. ‘형’ VIP 시사회 때는 조정석이 초대한다 해놓고 안해서 전화로 ‘조정석 변했어’라고 하기도 했어요. 홍보하는게 휠체어에 앉혀서 다니듯 일정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아직 ‘미씽’이 개봉하지 않았으니 결과를 두고 보자며 지켜보고 있어요. ‘형’도 ‘미씽’도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니까 잘 될 거라고 생각해요.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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