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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진영, “‘판도라’는 좀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한 한 걸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소재로 한 첫 재난 영화 ‘판도라’가 개봉 9일만에 2백만 관객을 돌파했다. 13일 오후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만난 배우 정진영은 “개봉 첫주보다 두 번째 주에 더 입소문이 나고 있는 것 같아 상당히 고무적이다”고 했다.

박정우 감독의 ‘판도라’는 지진과 원전 사고로 인해 일어난 사상 초유의 재난 속 가족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이다. 정진영은 영화 속에서 문제가 된 원자력 발전소의 소장 역으로 나섰다. 노후 원전이 점검이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재가동을 하고 사고가 일어나자 문제제기를 하는 ‘평섭’이란 인물이다. 원전 실태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내지만 이를 빌미로 좌천되고 만다. 그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는 인물이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배우 정진영이 인터뷰를 갖기 전 포토타임을 갖고있다. /사진=지수진 기자




‘판도라’에서 가장 먼저 캐스팅 된 배우는 바로 정진영이다. 2년 전 시나리오를 받고, “과연 이런 이야기를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만들 수 있을까” 싶어 바로 결정했다고 한다. 박정우 감독과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는 정진영은 “왜 자신에게 가장 먼저 시나리오가 들어왔는지는 물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인생의 영화’가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판도라’가 주는 울림은 여타의 영화와는 다르다. 원전에 대한 논의를 보다 수면 위로 끌어올려, 과연 우리나라가 안전한지 재점검하고,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성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자는 취지가 담겨있기 때문. 우연의 일치로 영화 개봉을 앞두고, 경주에 실제 강진이 일어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정진영이 언급한 ‘인생의 영화’ 역시 ‘원전에 대한 문제 제기’ 쪽에 무게가 기울어져 있다. “제가 ‘인생의 영화’이다고 말하니 ‘제 배우 인생의 최대 롤이다’고 해석하기도 하던데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그것 보다는 원전 사고를 진지하게 담은 영화로 기억 될 것 같아서 그런 멘트를 했어요.”

박정우 감독 역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을 보유한 국가로서 노후 원전에 대한 이야기가 와 닿았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라는 취지에 시작하게 됐다”고 전한 바 있다.

‘판도라’가 관객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적시는 지점은 원전사고의 위험성 경고에만 있지 않다. 바로 컨트롤 타워의 부재 속에서 고위층은 우왕좌왕 할 뿐 책임을 회피하고, 평범한 시민들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영화라는 점. 그렇게 영화 속 현실은 우울한 분노 가득한 우리네 모습과 닮아있었다.

“사실 저는 원래부터 원전 반대론자였어요. 그래서 더 가슴이 뜨거워졌던 것도 있었어요. 지금 현재 지구상에 폐 연료봉을 안전하게 관리할 격납시설이 없다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원전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요?

컨트롤 타워의 부재는 이 사건을 둘러싼 백그라운드 중 하나인데. 관객분들은 요즘의 시국을 통해서 그 부분이 더 주의 깊게 보이시는 모양이에요. 그래서 그 부분도 말씀 많이 해주시더라구요.“

/사진제공=NEW


영화의 제목처럼 ‘판도라’는 “판도라 상자를 열었을 때 희망이 들어있는가”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누군가는 ‘희망’ 없는 사회를 반영하듯 판도라의 상자를 결코 열지 말았어야 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정진영 배우가 바라보는 희망은 이와는 달랐다. “어떤 사회든 완벽한 사회는 없고 문제가 없는 사회도 없다.” 며 “불행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 그 희망이 있는 사회가 긍정적인 사회가 되겠죠.”라며 작품의 메시지를 전했다.

추가적으로 그는 “저희 영화를 보면서 겁을 내라고, 혹은 이 나라에서 사는 걸 불안해하라고 만든 영화가 아님”을 거듭 강조하며, “영화 속 이야기를 교훈삼아서 원전 실태의 안전망을 점검해 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영화 ‘판도라’가 안전사회로 갈 수 있는 희망의 한 걸음이 되길 바란 것.

현재 그가 바라는 건 “사회적 합의 속에서 핵 없는 사회로 나가는 것”

“지금 유럽은 탈핵 사회로 가고 있다고 들었어요. 체르노빌 원전 당시 지인이 독일에 있었는데, 사람들이 사고가 나자 차를 몰고 서쪽으로 막 달렸다는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런데 우리 영화처럼 길은 꽉 막히고 우왕좌왕하는거죠. 영화를 찍으면서 그 이야기도 떠오르고, 저희 영화가 장기적으로 핵 말고 다른 에너지를 찾는 합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 되었으면 해요. ”

1989년 영화 <약속>에서 행동대장 ‘엄기탁’ 역을 맡아 강렬한 캐릭터로 주목 받은 정진영은 이후 <와일드 카드>, <황산벌> 등 20년에 걸쳐 다양한 작품에 출연, 심도 깊은 캐릭터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광기 어린 연산군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 놀라움을 자아낸 <왕의 남자>는 지금까지도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이후 <7번방의 선물>, <국제시장> 등으로 천만 관객을 이끌며 믿고 보는 명품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배우 정진영이 인터뷰를 갖기 전 포토타임을 갖고있다. 사진=지수진 기자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배우 정진영이 인터뷰를 갖기 전 포토타임을 갖고있다. 사진=지수진 기자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배우 정진영이 인터뷰를 갖기 전 포토타임을 갖고있다. 사진=지수진 기자


그는 유독 올곧은 배우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강단 있는 말투와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가 한 몫 한 것도 있다. 여기에 SBS 대표 장수 프로그램이 된 ‘그것이 알고 싶다’ MC 경력도 무시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올곧다는 건 분수에 넘치는 말 아닌가요?”라며 자세를 낮추더니, 곧 전 “대중적 노출이 많거나 명망이 높은 배우는 아닙니다. 그저 꾸준히 조용히 연기를 하는 배우일 뿐이다”고 답했다.

사실 이전 ‘판도라’에 함께 출연한 김남길 배우 인터뷰에서, 김남길은 “정진영 선배가 말한 ‘배우가 꾸준히 조용히 연기를 한다’는 의미가 예전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는데 이젠 점점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고 귀띔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진영은 “남길이는 스타덤에 있는 배우인데, 저랑은 다르죠”라며 웃으며 답했다.

그는 스스로를 “한번도 스타덤에 있던 배우가 아니라”고 평했다. “꾸준하게 여기저기 작품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저로선 고마운 일이고, 그게 또 20년이 넘었다는 게 감사한 일이죠. 20년 이상 드라마나 영화 쪽 등에서 일했지만 저에 대해서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죠.”

그는 배우는 인기나 이미지로 기억되는 게 아닌, “‘투명한 상태’로 관객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배우라면, 이런 저런 역을 다 해야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투명한 상태에서 관객과 만나는 게 좋아요. 아무래도 제 얼굴이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게 되면, 그와는 다른 역할을 맡았을 때 ‘저 사람이 저런 사람이 아닌데’란 느낌을 줘 배우에겐 오히려 불리할 수 있겠죠.”

‘겸손한 발언으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겸손이 아니라 현실인거죠.”라며 특유의 웃음을 흘린다. “배우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배우 상황도 달라요. 배우가 자기 방식대로 점검하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16년 FNC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면서 소속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프리 활동 때와 달라진 건 없다”고 못 박았다. “회사에서 절 자유롭게 놔둬요. 제 뜻을 거의 100프로 받아주니까 이전과 달라진 거나, 불편함은 거의 없네요. 애초부터 회사에 아이돌이 많으니까 듬직한 선배로 있어달라는 제안을 했거든요. 아! 달라진 게 있네요. 이렇게 인터뷰 나오면 저렇게 직원들이 앉아있어요.(웃음) 아이돌 회사다보니까 그런가 봐요. ‘중년돌’이요? 중년돌씩이나 하겠어요. 하하”

늘 새로운 자극을 계속 받고 싶은 만년 청년 정진영은 곧 영화 감독으로 대중과 만날 듯 하다.

/사진제공=NEW


“연극도 하고 싶고, 영화 감독 쪽에도 뜻이 있어요. 상업영화 감독을 할 능력은 안 되고 여러 자극들을 받고 싶어요. 되든 안 되든 그런 자극이 생기는 게 절 생기있게 만들어요. 제가 ‘영화 감독이 될 거다’ 라고는 기사에 쓰지는 마시고, 영화 쪽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만 써 주세요.(웃음)”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의 꿈에 다가가는 자세 역시 그를 배우로서 충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감독을 꼭 해야겠다. 그건 아닙니다. 아직까진 해봤음 좋겠다 그 정도죠. ‘판도라’가 내 인생의 영화였다면, 내가 만든 영화도 만들어볼까? 이 정도겠죠. 규모가 크지 않은 독립영화도 쉽지 않아요. 모두들 전투적으로 치열하게 만들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구요. 저 역시 한다면 전투적으로 뛰어들어야겠죠. 아직까진 어떻게 될지 몰라요.”

마지막으로 남긴 그의 새해 인사는 그의 가슴처럼 뜨거웠다. “한해 복차게, 또 뜨겁게 사셨어요. 내년에는 많은 분들이 바라시는대로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사회 속에서 행복한 우리들이 되셨으면 합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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