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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의 정치야설(野說)] 이재명을 향한 두 가지 시선, 그리고 ‘FA로이드’

FA로이드와 유사한 상승세, ‘이재명 현상’

거품론과 대세론 사이… 이호준과 황재균

이재명 성남시장이 14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베스트웨스턴 인천로얄호텔에서 열린 ‘2016년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핵심당원 연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레이스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갤럽이 지난 6~8일 조사해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은 18%로 전달보다 무려 10%포인트 상승했다. 기존의 ‘투톱’이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지지율 20%와도 불과 2%포인트 차다. 이재명 시장은 갤럽의 대선주자 후보군에 처음 포함된 2015년 4월 1%의 지지율을 기록한 이후 매 조사에서 2~4%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지난 10월 5%, 11월 8%를 기록한 데 이어 이번 달 18%로 약진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상승세가 더디고 이외 대선주자들은 대체로 하락세인 것을 고려하면 ‘이재명 현상’이라 부를 만하다.

‘이재명 현상’은 야구에서 ‘FA로이드’로 불리는 현상과 유사하다. FA로이드는 자유계약(Free Agent)의 약자인 FA, 운동선수에게 금지된 약물로 유명한 스테로이드의 합성어다. 야구선수들이 FA 계약을 앞둔 시즌에 기존보다 월등히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것이 마치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것 같다는 데서 착안해 ‘합법적인 약물’이라고도 불린다. 문제는 약물의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점이다. 선수가 성공적인 계약을 맺은 뒤 FA로이드의 ‘약발’이 떨어지면 성적도 함께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FA로이드는 야구 외적인 요인으로 성적에 일종의 거품이 끼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NC다이노스에서는 2014년 7월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판매했다. /사진=NC다이노스 트위터


NC다이노스의 이호준은 FA로이드의 혜택을 본 대표적인 선수다. 두 번의 대형 FA 계약 성공으로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말이 야구계에서 통용될 정도다. 이호준의 FA로이드 효과가 두드러진 것은 NC다이노스와 계약하기 전인 2012시즌이었다. SK와이번스에서 4년간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마이너스에서 1승대를 기록하던 이호준은 FA 계약을 앞둔 2012년 WAR 4.45로 급작스런 성적 향상을 이룬다. 타율은 0.300, 출루율은 0.407, 장타율은 0.488에 달했다. NC다이노스로 옮긴 후에도 꾸준히 활약하는 고참선수로서 팀의 성장에 기여했지만 WAR은 1~2승대로 2012년에 미치지 못했다.

FA로이드의 대표격인 이호준의 경우를 따른다면 ‘이재명 현상’은 거품에 불과하다는 ‘거품론’으로 이어진다. 이재명 시장의 상승세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과 맞물린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한 탄핵 정국에서 이재명 시장의 ‘투쟁적 언어’가 여론에 먹혀들어갔으나 계속 이런 언어가 통하지는 않을 것이라 분석한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이재명 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오래 대선을 준비한 후보들이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황재균 /사진=롯데자이언츠


롯데자이언츠의 황재균 역시 올 시즌 FA로이드의 효과를 제대로 봤다고 평가받는다. 황재균은 올 시즌 27홈런, 113타점으로 장타력을 폭발시킨 뒤 FA 자격을 얻자 메이저리그 도전까지 선언했다. 하지만 황재균의 올 시즌 활약은 단순히 FA로이드 때문이라기보다 ‘벌크업’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황재균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군 문제를 해결한 뒤 더욱 운동에 전념해 근육량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황재균의 장타력은 2015시즌부터 이미 상승세를 탔다.

2015년부터 뜨거워진 황재균의 장타력




같은 FA로이드라도 황재균의 경우라면 ‘이재명 현상’도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생겼다는 ‘대세론’이 된다. 이재명 시장의 대세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미국에서 나타난 ‘트럼프 현상’이 트럼프의 당선으로 이어졌다는 데 주목한다. 전 세계적으로 반 기득권 후보에 대한 열망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이재명 시장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중앙 정치 경험 부족은 오히려 그의 메리트가 된다. 최근 문제가 된 ‘가천대 논란’이나 형수 욕설 논란 등도 오히려 이 시장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을 둘러싼 두 가지 시선, 거품론과 대세론은 대립 중이다. 탄핵 정국이 진행 중이라 아직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선 레이스의 최대 변수인 반기문 사무총장도 귀국을 앞두고 있다. 새해를 맞으며 본격적으로 개막할 ‘대선 시즌’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박효정의 정치야설’은…

야구를 좋아하는 정치부 기자가 ‘정치와 야구’를 엮어 쓰는 칼럼. 칼럼의 밑바탕에는 ‘사람들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내가 좋아하는 걸 준비했다’는 마음가짐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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