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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미오와 줄리엣’ 박정민, “관객들의 총알...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과정”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 을 준비하면서, 또 개막 이후 매일 밤 좌절하고 무대 위에서 다시 힘을 내고 있어요. 공연의 막이 올라가면 어찌나 떨리던지...이 모든 생사를 가르는 총알을 다 맞고 있어요.”

문근영과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박정민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작품에 매진 중이었다.

/사진=샘컴퍼니




2011년 영화 ‘파수꾼’ 등을 통해 괴물신인으로 일찌감치 역량을 주목 받은 박정민은 최근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받으며 다시 한번 연기력을 인정 받은 배우다.

그는 24일 종영한 tvN 드라마 ‘안투라지’에 주연으로 낙점되어 시청률과는 별개로 배우 박정민이란 이름 석자를 안방극장에 제대로 알린 장본인이다. 최근 4쇄를 기록한 산문집 ‘쓸 만한 인간’으로 남다른 필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연극 ‘G코드의 탈출’, ‘키사라기 미키짱’으로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 오른 경력이 있는 그이지만, 이번 무대는 이전과는 달랐다고 했다. 그만큼 험난한 고생길을 예고한 작품이었던 것.

“학교(한예종)에서 뿐 아니라 대학로에서도 연극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전엔 이렇게 안 무서웠어요. 제가 어느 면에선 자신감이 없는 것일 수도 있는데, 일종의 책임감이 커진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첫 공날, 무대 벽 뒤에서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데 심장이 떨려서 ‘열리지 마. 열리지 마’ 라고 말하게 되던걸요. 400여명의 관객이 저만 보고 있는데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

쉴새 없이 뛰는 가슴을 진정시켜 주는 이는 그의 정신력도 한 몫 했지만, 그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준 동료들의 힘에 있었다.

“매회 공연이 끝나면 좌절의 강도에 따라, 덜 좌절한 사람이 좀 더 좌절한 사람을 격려해줘요. 그게 엄청 위로가 됩니다. 제가 ‘큰일났다’ 고 말하면, 근영이가 매번 ‘아니야 아니야. 잘 하고 있어’라고 말해줘요. 그렇게 무대 뒤에서 장이 끝날 때마다 위로받았어요.”

/사진=샘컴퍼니


/사진=샘컴퍼니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불가능한 사랑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두 남녀가 보여 준 순수하고 맹목적인 열병같은 사랑과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죽음까지 불사하는 불꽃같은 열정을 담고 있어 400년간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명작이다. 더불어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아름다운 소네트(Sonnet)는 매번 연인들의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고 있다.

참 쉬우면서 어려운 작품 또한 ‘로미오와 줄리엣’ 이다. 러브스토리의 정석인 작품을 모르는 분도 없지만 제대로 읽어본 적 또한 없는 게 바로 이 작품이기 때문. 그 점이 박정민에게 많은 고민의 요소로 작용했다고 한다.

“참 어려운 작품이죠. 주변 사람들도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란 것은 알아도 정확한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어요. 전 원작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도, ‘이런 작품이었나?’ 라고 되묻게 되던걸요. 우선 배우로서 다시 읽어보니 아름다운 문장 사이 사이, 배우가 꼼꼼하게 챙겨야 할 행간들이 많았어요. 문장에 문장 사이에 내가 상대배우와 어떤 호흡으로 하면 되겠다는 것에 대한 고민들이 참으로 많았던 작품입니다.”

87년생 동갑내기 배우 박정민과 문근영은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랐다. 문근영이 인물의 감정들을 보다 깊이있고 내밀하게 파 내려간다면, 박정민은 각 상황의 개연성에 더 무게중심을 두는 편이었다. 문근영에 따르면, 박정민의 대본집엔 매 장만다 빼곡하게 액팅 설명이 기록되어 있단다.

“근영이랑 저랑 작품을 두고 고민하는 지점은 비슷한데, 참 다른 접근 방법으로 연기를 하는 친구란 걸 알게 됐어요. 근영이는 순간적인 집중력이 너무 좋은 17년차 배우 선생님이라서, 저와는 차이가 있어요.



특히 근영이가 제안해준 ‘로미오’의 진짜 마음을 돌아본 게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서로 비슷하게 접근했으면 이번 고민 앞에서 답을 못찾았을텐데, 이렇게 다르니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있어요. 해결책들이 저희들에게 있었던거죠.”

작품 속에선, 서로 원수인 가문에서 태어난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을 하게 되고, 그들의 비극적인 죽음이 가문을 화해하게 만든다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죽음으로 완성한 사랑과 비극의 판타지가 제대로 완성되기 위해선 마지막 장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정민에게 역시 마지막 죽음 앞에서 여러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고 한다.

‘로미오의 마음에 한 걸음 더 다가갈수록 죽음 앞에선 한 남자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고 전한 박정민은 “첫공 때랑 지금 죽을 때가 느낌이 많이 달라요. 오열의 감정만이 아닌 지금은 기쁜 마음으로 죽음을 향해 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기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하고자 해요. 이게 로미오의 진짜 마음 아니었을까요. 처음엔 무슨 마음인지 몰랐는데, 로미오가 사랑한 그녀, 줄리엣이 없어졌다면 ‘과연 그에게 남은 게 뭘까? ’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 옆으로 가는 게 ‘죽음’의 의미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독약을 마실 때, 좌절이 아닌 기쁜 환희, 그 쪽으로 접근을 하고 있어요. 그렇게 하다보니 다른 게 나오더라구요. “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 중인 배우 손병호와 박정민 /사진=샘컴퍼니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은 초반 표가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들의 발을 구르게 만들었다. 그 결과 박정민은 “초대를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잠수를 타게 될 정도이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예상하지 못했어요. 전혀요. 주변 여기저기 ‘보러오세요’ 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이젠 초대를 못하게 된 점이 그렇기 하지만...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죠. ‘안투라지’ 함께한 이광수, 이동휘 형들이 표를 사서 오신다고 했는데 감사하죠.”

아직까지 ‘관객들이 제일 무섭다’고 말하는 그이지만, “더 좋은 걸 보여드리기 위해 매번 고치고 수정하며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중”인 배우 또한 그다. 박정민은 “오늘 무대에 쓰러져도 여한이 없게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솔직한 마음으로 연극을 자주 보시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제일 무서운 게 있어요. 매번 더 좋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분들이 봐왔던 공연과 뒤지지 않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많죠. 물론 그건 저의 능력치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다는 것도 알죠.

이 정도로 좌절하고 고민했던 게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좋은 배우가 되려고 계속해서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실패’라고도 할 수 있는데, 또 이 실패를 가져가려고 하는 자세 역시 저에게 필요한 과정이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무대 아래에선 치열하게 고민할지라도, 무대 위에서 배우의 고민은 용납이 안 된다. 이점 역시 박정민은 잘 인지하고 있었다.

“조금씩 관객들이 무섭기보다는 동료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돈 내고 오시는 분들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 건 당연하잖아요.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할 겁니다. 그리고 결국엔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건데, 너무 힘들어만 할 필요는 없잖아요.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면서 느끼는 건, ‘힘들지만 재미있게 행복하게 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요. 또 나중에 1년 후에 혹은 2년 후에 다시 하고 싶어질 것 같아요. 같은 연극이든, 또 다른 연극이 될 수도 있겠죠.”

한편, 죽음을 초월한 셰익스피어의 희비극 로맨스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연출 양정웅)은 내년 1월 1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한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연극 각 장르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정민, 문근영, 손병호, 서이숙, 배해선, 김호영, 김찬호, 이현균, 양승리, 김성철 등이 함께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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