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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정신 폭발...응답하라, X세대 한국미술

국내 포스트모던 아트 재조명

'X:1990년대 한국미술'展

이불 등 30명 작품 60점 선봬

이불 ‘무제(갈망)’ 1988년작, 2011년 재제작해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전시장 입구에 괴물같은 선홍색 덩어리(?)가 걸렸다. 1980년대 말 한국에서 낙태 등 여성의 금기에 대한 질문을 꺼내들고 저항적이며 실험적 작품을 선보이던 작가 이불은 1990년 서울과 도쿄를 활보하며 12일간 이 의상을 입고 ‘수난유감-당신은 내가 소풍 나온 강아지 새끼인 줄 알아?’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누덕누덕한 핏빛 의상은 20여년 만에 한국 현대미술의 기념비적 조각이 돼 미술관에 걸렸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이다.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예전보다 지금 네가 더욱 괜찮을거야~난 알아요!”

안쪽에서는 추억의 옛 노래가 흘러나온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안할수록 좋았던 과거가 더 아련하다. 전시는 그 시대 미술계를 재조명한 ‘X:1990년대 한국미술’. 근대화·산업화에 매진하던 앞선 시대의 양분으로 1990년대는 열정과 실험정신이 폭발하던 시기였다. 당시 X세대로 불린 작가들은 프로젝트별로 뭉쳤다 헤어지는 ‘신세대 소그룹운동’이 활발했는데 이들 소그룹과 걸출한 작가 30여 명의 작품 60점이 선보인다.

강홍구 ‘손’ 1988년 금강르느와르아트홀 출품작을 2016년 재제작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작가 사사(Sasa[44])는 2006년 ‘1996(문학의 해)’라는 제목으로 음반·도서·신문기사 스크랩 등의 아카이브형 설치작품으로 선보여 이듬해 IMF외환위기의 징후를 진단한 적 있다. 그 작품이 재제작돼 전시장 중앙에 놓였다. ‘추억 돋는’ 스타들 사진 틈으로 영화감독 이장호·변영주, 국회의원 천정배가 참여한 ‘양심수의 고난에 동참하는 하루 감옥체험’ 기사가 보인다. 지금은 아트선재센터 관장이 된 김선정 당시 선재미술관 큐레이터의 인터뷰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외동딸’이라는 수식어가 그를 따르지만 선재미술관은 그 시절 국공립미술관이 하지 못하던 실험적 현대미술과 국제 교류전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 김 관장은 동시대 한국미술의 주요 얼개를 짜며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이 됐다.

이동기 ‘휴먼&히어로’(왼쪽부터), ‘무제(데모, 광주, 자유, 사랑, 죽음)’, ‘남과 여’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한시적 설치작품이 제작돼 선보이고 사라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1988년 명동의 한 전시장에서 고무장갑을 부서지기 쉬운 석고로 제작한 ‘손’을 선보였던 강홍구 작가는 “석고로 만든 손들은 인간의 욕망에 관한 농담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의미는 사라지고 이미지만 남았다. 죽은 작업을 다시 불러내는 전시라는 주술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라며 손글씨로 30년 만에 소환한 옛 작업에 대한 생각을 적었다. 한국적 ‘키치’의 대표작가인 최정화의 젊은 시절 인터뷰 영상, 팝아트를 선도한 이동기의 작품도 반갑다.

박혜성 ‘나는 너의 침대를 사랑한다―비누 비너스’, 1994년 금호미술관 ‘이런 미술-설거지’에 출품 후 2016년 재제작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은 “1990년대는 한국의 포스트모던 아트가 싹트고 정립된 시기이며 한국 현대미술사의 신기원을 연 시대”라며 “1970년대 모노크롬이나 1980년대 민중미술 정서와는 전혀 다른, 탈이데올로기적 자유정신의 시대”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대의 주역으로 당시 신세대인 ‘X세대’를 강조한 김 관장은 “이들은 1990년대 초에는 소그룹 활동을 통해 1990년대 말에는 대안공간 활동을 통해 시대적 ‘앙팡테리블’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했으며 “프로젝트형 전시의 효시이자 탈장르, 테크놀로지 아트 등 후기자본주의 시대의 은유로 시대적 징후를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백남준이 연결고리가 된 1993년 휘트니비엔날레 서울전과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개관, 그 해 태동한 광주비엔날레 등은 한국현대미술의 폭발적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이번 전시는 1987년부터 1996년까지를 주목한다. 내년 2월19일까지. (02)2124-8868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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