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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첫방] ‘사피오섹슈얼’을 위한 고품격 ‘아무말 대잔치’

“무조건 재미있을 것”이라는 나영석 PD의 자신감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알아두면 좋기는 한데 정작 딱히 쓸 곳은 없는 신기한 잡학지식이 가득한 위한 고품격 수다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이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2일 첫 방송된 tvN ‘알쓸신잡’에서 경상남도 통영으로 여행을 떠나는 유희열과 작가 유시민, 소설가 김영하,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물리학자 정재승의 모습이 그려졌다.

사진=‘알쓸신잡’ 캡처




‘알쓸신잡’의 여행지는 경상남도 통영이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지적 어벤져스’를 완성한 ‘알쓸신잡’은 시작부터 다양한 지식들이 가득했다. 앞선 제장발표회 당시 유희열이 “평균 18시간 이상 이야기를 하신다”고 할 정도로 ‘알쓸신잡’ 멤버들은 첫 만남의 순간부터 끊임없는 수다를 이어나갔다.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18시간 이상을 수다를 떨더라”는 유희열의 말처럼 ‘알쓸신잡’ 멤버들은 등장부터 끊임없는 수다를 이어나갔다.

여행지가 ‘통영’이라는 소식을 접한 황교익은 통영 근처에 있는 마산을 언급하며 ‘70년대 우리나라 경제개발의 중심’라고 설명했으며, 이에 유시민은 “마산에 있던 공장이 동남아 쪽으로 다 옮겨갔다. 마산 바다가 엉망이 됐다”고 전했다. 김영하 역시 “그때 매판자본(식민지나 후진국 등에서 외국자본과 결탁하여 자국민의 이익을 억압하는 토착자본)이라는 말이 유행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수다의 주제는 바로 장어였다. 장어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자 “가장 비싼 장어가 무엇이냐”는 유희열의 질문에 민물장어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이 쏟아졌던 것이다. 민물장어가 심해로 들어가 실뱀장어를 낳고 죽는다는 기본상식에서부터, 실뱀장어가 잡힐 때면 홍콩 등에 국제시장이 열리는데 이를 중국이 사가서 키우면 중국산, 우리나라에서 사가서 키우면 국내산이라는 정보 또한 이어졌다. 이 뿐만이 아니라 장어를 먹으면 정력이 좋아지는 지에 대한 것과 장어가 내포하고 있는 문학적인 요소들 또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유희열은 “장어에 대해 이렇게 싶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이들의 수다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점심을 마치고 각자의 시간을 보낸 이들은 저녁 다찌찝에 모여 본격적인 수다를 이어갔다. 이번 수다에는 뒤늦게 합류한 정재승도 함께였다. 통영으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나왔던 ‘장어는 정말 정력에 좋은 것인가’에 대한 과학자의 시점과 시인 백석의 사랑, 첫눈에 반한다는 뇌 과학, 거북선에 달려있는 용머리, 임진왜란 당시 의병, 네루의 ‘세계사 편력’ 등 분야를 넘나드는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수다를 떠는 가운데 다섯 명의 남자들이 보여주는 색깔은 분명했다. 먼저 MC 역할로 섭외됐지만, 막상 ‘알쓸신잡’에서 말없이 듣고 있는 ‘얼굴마담’ 유희열부터, 다양한 지식으로 인해 ‘지식소매상’이 된 유시민, 미식에 대해 까다로운 황교익, 문학적인 소양과 더불어 단호한 행동력을 가지고 있는 김영하, 바른말만 골라하는 팩트폭격기 정재승까지. 예능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멤버조합이 이뤄진 ‘알쓸신잡’은 같은 화제를 놓고도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나갔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출연진은 정재승이었다. ‘장어는 정말 정력에 좋은 것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정력은 그렇게 함부로 올라가지 않는다. 플라시보에 많은 걸 바라지 말라”는 정재승의 일침은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으며, ‘첫눈에 반하다’를 과학적으로 이야기 해달라는 부탁에 “남자들은 자주 반한다”고 솔직하게 말하며 웃음을 터뜨리게 한 것이다.

사진=‘알쓸신잡’ 캡처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정재승의 킬링파트는 ‘이순신 장군의 숨결 계산’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이순신 장군의 숨결을 느껴보라는 말에 실제로 그 숨결을 계산을 했던 일화를 밝히면서 “계산결과 실제로 이순신 장군에 들어갔던 숨을 우리가 지금 현재도 들이 마실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더라”고 말한 것이다. 정말이지 ‘알쓸신잡’이라는 제목 그대로 유익하지만 쓸데없는 잡학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다.

‘알쓸신잡’은 사피오섹슈얼(상대의 센스, 지성 등에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사람)을 위한 예능으로, 앞선 예능프로그램과 다른 결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알쓸신잡’의 기본 근간은 수다이다. 그 흔한 게임도 없고 특별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었다. 그저 보이고 들리는 것은 오로지 지식인들의 의식의 흐름에 맡긴 수다뿐이다.

자칫 잘못하면 지루할 수 있는 ‘알쓸신잡’이지만 희한하게 웃음 포인트는 또 존재했다. 이른바 리얼 고품격 ‘아무말 대잔치’로 정리될 수 있는 ‘알쓸신잡’은 거창하지 않지만, 인문, 문학, 역사, 과학 등 각종 지식을 소소하게 풀어내며 지적호기심을 채어나가는 즐거움도 있는 것이다.

‘알쓸신잡’은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신서유기’ ‘윤식당’ 등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탄생시키며 ‘스타PD’로 불리는 나영석 PD의 새 예능으로 눈길을 잡았던 프로그램이다. “편집을 하면서 부담은 확신이 됐다”는 나영석 PD의 말처럼 ‘알쓸신잡’은 거북선에서 시작해 미토콘트리아까지 이어지는 수다의 과정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데 성공,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알쓸신잡’은 매주 금요일 9시50분 방송된다.ㅇ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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