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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ory]알뜰에 치이고…경쟁에 밀리고…최저임금 인상까지…주유소 사장님의 눈물

"기름값을 올릴수도 없고

유류세·유통마진은 정해져

인건비 오르면 운영 불가능"

'외줄타기' 영업에 한숨만

"임금 인상은 죽으라는 것

실태 조사 먼저" 하소연





경기도 가평에서 브랜드 폴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2~3년간 영업이 크게 악화돼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위에 우후죽순 생겨난 주유소 때문에 경쟁이 더욱 심해진데다 주변 고속도로 개통으로 차량 운행이 분산돼 주유 고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앞으로 정부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인상하게 되면 사실상 주유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무작정 기름값을 올릴 수도 없고 유류세와 유통 마진이 정해진 상황에서 주유소 운영자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사실상 인건비밖에 없다”며 “시급 1만원까지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주유소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알뜰주유소의 공세와 주유소 공급 과잉에 따른 출혈 경쟁으로 영업을 통해서는 주유소 운영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소리높여 외치지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시선뿐이다. ‘주유소 사장님=부자’라는 사회적 인식은 이들의 외침을 ‘가진 자의 제 몫 챙기기’ 정도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물론 주유소 자영업자 가운데서는 상당한 재산을 가진 자산가들도 있지만 이들과 달리 하루하루를 걱정하는 ‘생계형’ 사장님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서울 중랑구에서 20년 넘게 주유소를 운영해온 B씨는 최근 500만원을 대출 받아 적자를 메워 넣었다. 한 달 영업 마진이 1,000만원에 달하지만 이 중 절반은 아르바이트생 다섯 명의 인건비로 나간다. 남은 돈으로 판매금액의 4%인 카드 수수료와 각종 세금을 부담해왔다. ‘외줄 타기’처럼 불안한 경영 상태가 지속돼 가족들까지 나서 일을 도왔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고 올 2월에는 새벽 시간대 영업마저 중단했다. B씨는 “빚을 지면서까지 계속 주유소를 해야 하나 싶지만 평생 해온 게 이것뿐이다. 그만둔다고 해서 달리할 것이 있는 것도 아니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유소 자영업자들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것은 현재의 경영난이 정부의 주유소 정책 때문에 발생한 면이 많다고 판단해서다. 1995년 정부가 주유소 거리 제한을 풀면서 신규 업체가 급증했고 이는 주유소 간 출혈 경쟁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주유소의 판매 마진은 극도로 나빠졌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평균 판매 마진율은 5~6% 수준이지만 카드 수수료(1.5%), 인건비(1.5%), 각종 세금(1%)을 떼면 실제 주유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영업이익률은 1%대 수준으로 추산된다.



2011년 도입된 알뜰주유소는 일반 주유소에 치명타였다.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와 농협 등이 국내 4대 정유사로부터 공동입찰을 통해 저렴하게 기름을 사서 소비자에게 싼값에 공급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당시 고유가에 시달리던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일반 주유소 입장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는 알뜰주유소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고 가뜩이나 인근 주유소 간 과당 경쟁으로 피폐해진 경영 상태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알뜰주유소의 영업이 본격화한 2012년 전국 법원에 등록된 주유소 경매 물건은 480여건으로 전년(2011년)보다 10% 이상 늘었고 2013년에는 580여건으로 2010년보다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최저임금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주유소 업계는 알뜰주유소 도입 당시 이상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유소 업계는 한국주유소협회를 중심으로 최저임금위원회에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부결됐다. 27년간 운영하던 주유소를 올 초 정리한 C씨는 “일선 주유소는 주변 주유소와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마진은 그대로인데 운영비만 계속 늘어나고 최저임금까지 오른다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사업을 접었다”고 토로했다.

주유소 업계에서는 열악한 경영환경을 고려해 최저임금 정책을 적용해달라고 읍소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열악한 경영환경에서 사업의 존폐를 걱정하는 업주들이 적지 않은 만큼 최소한 업종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가 이뤄진 뒤에 임금 인상을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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