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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건 부자증세] 겉으론 4차혁명 투자 주문, 뒤로는 기업 압박...'정부의 두 얼굴'

■선진국은 내리는데 韓은 법인세 역주행

최저임금 인상·정규직 전환까지 밀어붙이기에 부담 가중

"세수증대 불구 동반성장·일자리 창출 동력 되레 떨어뜨려"

초대기업 법인세율 25%땐 獨·日 뺀 주요국 중 최고 수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100대 국정과제’ 발표가 나오자마자 정부와 집권 여당에서 재원 확보 수단으로 기다렸다는 듯 소득세·법인세 인상 등 ‘부자증세’ 목소리가 터져나오면서 재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신규 채용 확대 압박 등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만한 주문을 쉴 새 없이 쏟아내면서 법인세 인상을 통해 세금까지 더 거둬들이겠다는 현 정부의 발상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미국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이 법인세를 낮춰 기업 활력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경제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려는 글로벌 추세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일자리 창출·4차 산업혁명 투자에 찬물”=재계가 가장 불만을 터뜨리는 부분은 지난 20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한 ‘초(超)대기업’ 발언이다. 추 대표는 현재 3개인 과표구간 상단에 구간을 하나 더 만들어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해 법인세 25%를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2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 법인세 22%를 적용하는 데서 나아가 2,000억원 이상의 ‘초대기업’에는 25%를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경제학적으로 ‘초대기업’이라는 용어는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이 당장 세수증대 효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재계의 동반성장과 일자리 창출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에서 거둬들인 세금을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에 쓰자’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결과적으로는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겉으로는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 대비를 위한 투자 확대를 주문해놓고 뒤로는 상당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정책들만 내놓고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 방향과 기업에 대한 주문이 모순적”이라고 토로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를 올리면 결국 임직원과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글로벌 추세 역주행하는 韓=해외 주요국들은 한국과 달리 법인세 인하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법인세를 낮추는 것이 그만큼 자국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려 국가 이익을 늘리는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정적자 폭이 큰 국가들조차도 법인세만큼은 낮추거나 최소한 건드리지 않는 분위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무렵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화두로 부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내림 폭이 작거나 세율을 낮추지 않았던 국가들도 위기 극복 이후 ‘뉴노멀’이 본격화되는 지금 다시금 법인세 인하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들어 단연 주목받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 행보다. 미국의 집권 공화당은 최근 현 35%인 법인세율을 20% 내외로 낮추는 방안이 재정적자 감축 목표 등을 감안한 적정선이라고 보고 이를 행정부의 핵심정책인 세제개혁안에 포함하기로 했다. 법인세를 15%까지 인하하겠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보다는 다소 후퇴한 것이지만 미국이 여전히 큰 폭의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프랑스도 현재 33.3%인 법인세율을 오는 2020년까지 28%로 낮추기로 한 데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5%로 추가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가파른 인하가 예고돼 있다.

영국도 2008년 30%이던 법인세율을 20%로 무려 10%포인트 인하했으며 2020년까지 다시 17%로 낮출 방침이다. 중국도 2008년 33%에서 25%로 세율을 낮췄다. 일본은 2012년 40.69%에서 38.01%로 내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네 차례에 걸쳐 세율을 30.86%로 낮추는 파격적 인하를 단행했다. 특히 심각한 정부 적자로 재정위기를 통과해 세수 확충이 절실했던 이탈리아와 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럽 남부의 주요 국가들도 2008년 이후 모두 5%포인트 이상 법인세를 낮췄다.

2008년 이후 법인세를 내린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절반이 넘는 19개국에 달한다. 반면 이 같은 인하 추세와는 달리 우리 정부가 법인세율을 추가 인상할 경우 국내 법인세는 인하 예정 국가와의 차이가 더욱 벌어지며 독일과 일본을 제외한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 될 수 있다.

/김희원·한재영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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