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젠더폭력 이대론 안된다]알몸 합성사진 무차별 유포..해수욕장서 아파트까지 '드론 몰카'

<상> 우리가 '외면했던' 폭력

한 경찰관이 소형 탐지기로 몰래카메라를 탐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대생 김모(25)씨는 지난달 한 이성 친구로부터 사진을 하나 건네받았다. “너 맞느냐”며 보내준 사진에는 자신의 얼굴과 나체 사진이 합성돼 있었다. 김씨가 ‘지인능욕’이라 불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확인해보니 본인 사진만 10장 이상 올려져 있었다. 이 계정은 SNS에 있는 일반인 프로필 사진이나 연예인 얼굴 사진을 알몸 사진 등에 합성해 대상자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글과 함께 게시하고 있다. 김씨는 사진이 게재된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했으나 운영진은 묵묵부답이었다. 경찰은 “신고자 본인이 직접 찍은 사진을 가져다 쓴 것이기 때문에 현행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면서 “그러게 왜 셀카를 올렸느냐”며 되레 핀잔을 줬다.

신체적·가정 폭력 넘어 디지털 매개로 진화

떠도는 영상 지우려해도 비싸고 처벌마저 어려워

개별법 아우르는 법체계 시급…젠더폭력 통계도 마련해야



성(性)을 매개로 한 젠더 폭력 형태가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신체적 성 폭력이나 가정 폭력에서 디지털 폭력 등으로 진화되고 있고 연인 간 문제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사회적 범죄로 확산되는 추세다. 젠더 폭력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개인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지난 10년간 몰래카메라 범죄는 성 폭력 범죄 가운데 가장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대검찰청 범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는 지난 2006년 전체 성 폭력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6%에 지나지 않았지만 2015년에는 24.9%를 넘어섰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접수된 몰카 등 개인 성 관련 정보 시정 요구도 2012년 958건에서 지난해 7,325건으로 급증했다.



몰카 범죄의 수법도 치밀해졌다. 이달 25일 트위터 등 SNS는 ‘드론 몰카’로 한바탕 들썩였다. ‘집안을 환기시키려 블라인드를 반쯤 내리고 생활하던 중 창문 밖을 보니 드론이 창문에 밀착돼 뭔가를 촬영하고 있었다. 주의를 기울이라’는 내용의 한 피해자 경고문이 일파만파로 전해진 것이다. 이튿날 드론 몰카는 또 한번 SNS를 들썩였다. 제주도 한 해수욕장 노천 샤워실에서 마치 자신의 몸을 촬영하는 듯한 드론을 발견했다며 섬뜩한 경험을 풀어놓은 글 때문이다.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에 의해 촬영된 몰카가 온라인을 떠돌며 소비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적잖은 이들이 두려움과 분노를 나타낸 것이다.



문제는 폭력의 형태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지만 이를 향한 사회적 인식과 시스템은 제때 발맞추지 못하는 데 있다. 전문 상담기관이나 경찰과 같은 공적 지원 체계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지만 성을 매개로 한 폭력에 대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구제할 법적 근거가 제대로 없어 마음의 상처까지 입는 피해자가 적지 않다.

하루아침에 젠더 폭력 피해자가 된 이들은 해당 영상을 삭제하기 위해 민간 업체에 1회 200만∼300만원의 비용을 자비로 수차례 지불하는 등 영상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가정폭력 등과 달리 피해자 상담과 법적 지원 체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생기는 사각지대인 셈이다.

윤선영 여성인권진흥원 여성아동폭력피해 중앙지원단장은 “신체적 가학만이 폭력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요즘 범죄는 매우 복합적이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만큼 미국 여성폭력대응법(VAWA)처럼 각각의 개별법을 아우르면서 여성 폭력 전반에 대해 광범위하게 대응할 수 있는 통합적인 법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괄적 법안 마련과 동시에 젠더 폭력 방지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실질적으로 근거가 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국가 통계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배현숙 서울시 여성정책담당관은 “아직도 디지털 폭력에 대한 범주를 어디까지 둘지 등이 규정돼 있지 않다”면서 “각종 젠더 폭력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김민정·신다은기자 je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