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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稅혜택 축소·법인세 인상…새정부 들어 몰아치는 '5중 파고'... 기업활력 급속히 식어가

[제조업 뿌리째 흔들린다<상>]

정책변수에 앞날 캄캄한 제조업

"R&D 투자율 美 3분의1 불과한데"... 경쟁력 악화 불보듯

법인세 25%로 올리면 대기업 제조업 9,000억 더 내야





최근 일본 무역진흥회(JETRO)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공장을 다른 나라로 이전한 기업 중 중국에서 일본으로 귀환한 비중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이동한 곳을 앞질렀다. 중국→일본 이전 기업은 전체의 8.5%로 일본→중국(6.8%)을 2006년 조사 시작 이후 처음으로 추월했다. 중국의 임금 상승과 엔화가치 하락의 이유도 있지만 기업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 것이 주효했다. 일본은 2012년 30%였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지난해 23.4%까지 낮췄고 연구개발(R&D) 세금 혜택을 확대했다. 또 지역별 특화산업을 지정해 규제를 푸는 ‘국가전략특구법’을 제정,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미국 역시 규제 하나를 도입하면 두 개를 없애는 ‘원인 투아웃’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법인세 최고세율도 35%에서 15%로 인하하는 안을 준비 중이다.

“R&D 투자율, 美 ⅓ 불과한데…” 경쟁력 약화 불보듯



제조업 경쟁국 일본·미국 등은 정부가 팔을 걷어붙여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지만 한국은 정반대다. 대표적인 것이 R&D 세액공제 축소. 최근 슈퍼 호황을 보이는 반도체도 정부의 R&D 지원 덕이 컸는데 잇따라 축소되고 있다. 20년 전 대기업 R&D 투자 세액공제는 투자액의 5~10%였지만 현재는 1~3%이며 이마저도 올해 세법 개정을 통해 0~2%로 낮추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 50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율(투자집약도)은 3%로 미국(8.5%), 일본(5%), 독일(4.3%) 등 선진 제조업 국가에 비해 턱없이 낮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당장은 큰 문제가 안 되더라도 기술개발에 차질이 생기며 중장기적으로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발표된 ‘생산성 향상 투자세액공제 축소’도 마찬가지. 첨단 시설에 투자하면 투자금의 3~7%를 세금에서 빼주는 것인데 정부는 대기업은 3%에서 1%로, 중견기업은 5%에서 3%로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정부 내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른 나라는 조금이라도 생산성을 높이는 첨단 기계를 개발하고 들여놓으려고 혈안이 됐는데 우리는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며 “모든 것이 개방된 시대에 기술 발전을 이루지 못하는 나라는 결국 시장을 다른 나라에 내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법인세 25%로 올리면 대기업 제조업 9,000억 더 내야



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 대기업 명목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것도 큰 부담이다. 영향을 받는 10대 기업을 보면 절반이 제조업이다. 삼성전자가 4,327억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하며 현대자동차도 1,853억원, SK하이닉스가 1,278억원, 현대모비스는 874억원, 기아자동차가 716억원 등이다. 이들을 합하면 9,048억원에 달한다. 세법개정안이 발표되고 처음으로 주식 시장이 열린 지난 3일 법인세 부담이 크게 오르는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락했고 코스피도 1.68% 하락한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도 우선 3차·4차 협력 제조사를 흔들고 대기업까지 도미노처럼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송 부원장은 “인건비·물류비용 등 원가 상승으로 제조 대기업까지 부정적 여파가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혁파’는 이전 정부부터 주창하고 있지만 오히려 강도는 강해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규제 정도는 2015년 3.2에서 올해 3.0으로 하락했다. 지수는 1~7점 사이에서 낮을수록 규제가 강하다는 뜻이다. 지역별로 특정 산업 규제를 풀어주는 ‘규제프리존’ 법안은 지난해 제출된 후 통과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도 부담…日은 규제 철폐로 해외공장 유턴

이에 따라 제조업체들의 기업 심리도 차갑게 식고 있다. 한국은행의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4월 새 정부 출범 기대감에 83까지 오르며 2012년 4월(86)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았지만 5월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고 제조업을 옥죄는 정책만 연일 발표되다 보니 7월 78까지 미끄러졌다. 기업들의 불만도 커지는 실정이다. 산업진흥협회의 한 관계자는 “제조 기업들을 만나보면 기업을 옥죄는 정책만 있고 이렇다 할 산업진흥책은 내놓지 않아 불만을 토로하는 곳이 많다”며 “근로시간 단축 등 산업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정책에도 걱정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 시가총액 500대 기업 중 2010년에 한국 제조기업이 8개 들어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2개에 불과하다”며 “결국 제조업 중 반도체만 남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제조기업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서도 확인되고 있으므로 이제는 정부가 제조업, 산업경쟁력 강화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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