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법원에서 뇌물죄 인정으로 실형 5년의 중형을 선고 받자 삼성전자는 1%대 하락세를 기록하며 3조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삼성물산(028260)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 있는 그룹주도 동반 하락한 가운데 호텔신라는 이부진 사장의 그룹 내 역할론이 부각되면서 상승 마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총수 부재에 따른 우려가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기업의 기초여건(펀더멘털)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1.05% 내린 235만1,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나흘 만에 하락 전환했다. 외국인이 463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주가를 끌어내리자 시가총액도 3조2,442억원이 줄었다. 삼성전자 우선주 역시 외국인의 순매도(275억원)에 2% 이상 하락한 채 마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하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승계 문제를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자 삼성물산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 있는 관련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삼성물산은 전일 대비 1.48% 떨어진 13만3,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밖에 삼성SDS(-0.89%), 삼성전기(009150)(-0.41%), 제일기획(-0.51%) 등도 동반 하락했다. 반면 이부진 대표가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전일 대비 0.78% 오른 6만4,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9억원, 11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장중 한때는 3% 이상 뛰어오르기도 했다. 그동안 호텔신라는 이재용 부회장이 특검에 소환되거나 구속되는 등 고비 때마다 이부진 사장의 삼성그룹 내 역할론이 부각되면서 상승세를 보여왔다.
전문가들은 이날 삼성그룹주의 하락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봤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총수 부재가 삼성그룹주에 장기적으로 충격을 줄 만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그동안 총수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조직 내부에 학습효과도 생겨 주가 하락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그간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거나 소환조사를 받을 때마다 1~2% 하락했지만 하루 이틀 안에 반등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수요 증가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실적이 계속 좋아질 것이라는 신뢰가 여전하다”며 “그룹 지배구조 이슈도 기업 가치 자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큰 변수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삼성중공업(010140)(2.79%), 삼성생명(032830)(2.53%), 삼성화재(000810)(1.39%), 삼성카드(029780)(0.53%),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0.18%) 등은 장 막판 다시 오름세로 마감했다.
/박민주·이경운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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