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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中 공장 재가동 했지만 "부품대금 못받아…더 버틸 기력 없다" 한국 협력업체 생존 위기

[베이징 공장 가보니]

"하루하루 천길 낭떠러지 외줄…" 시름 깊어져

일부 라인 재가동 나섰지만 중단 파장은 여전

일감 줄어들자 생산 직원들 中 업체로 이탈도

중 합작사 베이징차 횡포 등도 부담으로 작용

중국 베이징시 순이구에 위치한 현대차 2공장 정문에서 경비 직원이 일반인의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베이징현대차는 부품 공급 차질로 지난주부터 현지 공장 네 곳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가 이날부터 부분 재가동에 돌입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이젠 더 버틸 기력도 없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후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는데…. 하루하루가 천 길 낭떠러지 외줄을 타는 느낌입니다.”

30일 베이징시 순이구에서 만난 현대자동차의 베이징현대차 협력사 관계자는 고개를 푹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후폭풍에 시달리는 베이징현대차가 최근 일주일 남짓 동안 4개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내몰리면서 1·2차 협력업체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시름도 점점 커지고 있다.

올해 7월까지 한국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현대·기아차와 현지에 진출한 부품사·협력업체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는 7월까지 판매가 40.7%, 기아차는 54.2% 급감했다. 당장 베이징현대차는 외국계 납품사의 부품 공급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4개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베이징현대는 베이징시 순이구에 자리 잡은 1~3공장과 허베이성 창저우 공장의 3교대를 2교대로 줄이거나 야간 조업은 중단하는 방식으로 공장 가동률을 낮춰왔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에 플라스틱 연료탱크 등을 납품하는 프랑스계 합작법인 베이징잉루이제가 부품 공급을 거부한 탓에 아예 공장을 돌릴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이날 순이구에 위치한 2공장을 찾았을 때는 공장이 부분적으로 재가동에 돌입한 상태였다. 일반인 통행이 제한된 정문 너머로는 임직원 출퇴근용으로 보이는 차량 수십 대가 보였다. 하지만 부품공급 중단과 그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의 충격파는 쉽게 가시지 않는 모습이 역력했다. 가동이 재개된 순이 1~3공장의 경우 부품 업체의 공급 재개 분량에 맞춰 일부 라인만 돌리는 실정으로 생산 전면 중단의 고비를 넘기며 간신히 숨통만 틔운 상황이다. 말 그대로 납품사의 일부 공급 재개에 맞춘 재가동이라는 점에서 협력사와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다시 공장 중단의 충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차가 안 팔려 돈이 들어오지 않고 대금 지급을 못 해 납품이 중단되는 상황은 언제든 또 발생할 수 있다. 현지 고위관계자는 “일단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다독거리고 있다”면서도 “야근수당이라도 줄이기 위해 10시간 주야 2교대 근무 체제로 운영하는 생산라인의 야간 1교대를 아예 없애는 방안도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일시 공장 가동 중단을 경험한 한국 협력사들의 위기감은 더 크다. 외국계 부품사들은 납품 중단이라는 초강수로 베이징현대에 대금 지급 압박을 가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에 목을 맨 ‘을’ 신세 한국 협력사들은 말 그대로 벙어리 냉가슴이다. 특히 베이징현대의 중국 합작 파트너인 베이징차가 한국 협력사에 납품대금 지급을 거부하고 밀린 대금 지급과 연계해 납품 단가 할인을 요구하는 점도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현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베이징차는 한국 부품사의 납품단가를 20%를 깎아줄 것을 현대차 측에 요청했다. 이 같은 억지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와 현지업체들이 사드 배치를 계기로 한국 자동차 및 부품사 죽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이 나온다. 베이징차와 현대차의 불협화음 때문에 현대차 중국 공장 가동 중단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현지 부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납품 업체들은 3.5개월가량 부품대금을 못 받고 있고 일부 업체는 연초 납품한 부품 대금을 최근에야 일부 겨우 받았을 정도”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부분의 협력사들은 경영 유지는커녕 생존 여부 자체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베이징현대가 사드로 인한 반한 정서를 헤쳐나가기 위해 중국 자동차 부품업계로 구매 창구를 넓혀 현지화 전략을 펼치겠다는 복안까지 내놓자 한국 협력업체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창저우 공장 가동에 맞춰 투자를 확대했던 일부 협력업체는 공장 가동률 하락의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일부 업체의 경우 가동이 중단되면서 생산직원들이 중국 업체로 이탈하기도 했다. 현지의 한 관계자는 “사드 이슈가 해소된다 해도 판매망과 부품 공급사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는 수개월이 필요할 것”이라며 “현대차 중국 사업 정상화는 사드 문제 해결 이후에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강도원기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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