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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흥행복병①] “투자대비 甲”...‘재심’·‘프리즌’·‘보안관’·‘박열’·‘청년경찰’의 반란

‘솔직히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올해 한국 영화계는 유독 이변이 많았다. 잘빠진 대작, 해외영화제 진출작 등 흥행이 ‘예정’ 돼있던 작품들이 흥행 예상 성적을 빗나갔다. 예상치 못한 논란 등으로 타격을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반면 중간 규모인데다 대작과 경쟁을 벌인 작품 중 의외의 성과를 거둔 경우도 상당했다.

이제는 예전만큼 관객의 취향을 공식화할 수 없는 실정이다. 흔히 말하는 스타 감독, 배우, 규모 등 잘 짜인 틀에서 만들어진 ‘양산형 영화’가 반드시 흥행에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어졌다. 올해 양대 천만 기대작 중 ‘택시운전사’만이 해당 기준치를 돌파했다. 업계에서도 더 많은 수를 끌어 모을 것이라 장담한 ‘군함도’는 각종 논란으로 650만 명 선에서 누적관객수를 마무리 지었다.

올해 영화계의 특징은 중소규모 장르물의 잇따른 흥행 반란으로 정리할 수 있다. 손익분기점만 넘겨도 성공일까 싶던 의구심으로 출발해 어느 샌가 입소문을 타고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경우다. 상영 요구가 많은 만큼 장기 흥행도 함께 따랐다. 관객들의 취향이 보다 폭넓어졌음을 확인하게 하는 대목이다.

올해 반란의 시작은 2월 ‘재심’(감독 김태윤)이 240만을 돌파하면서 부터다. 35억 원 투입, 손익분기점 약 165만 명이던 ‘재심’은 일주일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알찬 성과를 거뒀다.(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이하 동일)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뀐 사건을 소재로,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와 억울한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청년이 진실을 찾는 과정을 담았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담아낸 실화로, 규모는 작지만 정우와 강하늘 투톱의 열연을 통해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당시 경쟁작은 ‘조작된 도시’ 와 ‘23아이덴티티’. 각각 액션 범죄와 공포 스릴러로 강렬함을 추구한 것과 달리 ‘재심’은 휴먼 드라마 장르로 차별점을 가졌다.

3월에는 290만을 넘어선 ‘프리즌’(감독 나현)이 흥행 판도를 바꿨다. 65억 원을 투자해 손익분기점은 200만이었다. 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와 함께 개봉 10일째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후에는 기준치보다 1.5배 높은 관람객수를 기록했다. 동시기에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미녀와 야수’와 엎치락뒤치락 정상 쟁탈전을 벌였다.

교도소의 권력 실세와 전직 경찰이 만나 완전 범죄를 꿈꾸는 내용의 ‘프리즌’은 교도소가 범죄의 대가를 치르는 곳이 아닌 새로운 범죄를 생산하는 곳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범죄 액션. 한석규, 김래원을 중심으로 신성록, 이경영, 김성균, 정웅인, 조재윤 등의 탄탄한 연기가 극적 긴장감을 뒷받침했다.





‘재심’, ‘프리즌’과 달리 ‘보안관’(감독 김형주)부터는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영화가 강세를 보였다. 손익분기점 200만이던 ‘보안관’은 5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보스 베이비’, ‘에이리언: 커버넌트’, ‘겟 아웃’ 같은 막강한 외화들의 공습에도 황금연휴를 포함해 한 달간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붙박이 했다. 누적관객수는 250만 명 이상.

‘보안관’은 부산 기장을 무대로 바다보다 넓은 오지랖을 자랑하던 전직 형사가 서울에서 온 성공한 사업가를 마약사범으로 의심하며 벌어진 코믹 소동극. 이성민, 조진웅, 김성균, 조우진, 배정남, 김광규, 김병옥 등의 기성배우 라인업으로 ‘아재파탈’, ‘아재파워’ 붐을 일으켰다. 전 출연진이 걸쭉한 사투리로 로컬 수사물의 특색을 갖췄다.

이준익 감독의 ‘박열’은 시대극의 틀을 벗어나 한껏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표현법으로 6월 극장가를 장악했다. 순제작비 단 26억 원을 들여 만들었음에도 일찍이 손익분기점 150만 명 선을 깨고 총 230만 명 이상을 동원했다. 동시기 상영작 ‘스파이더맨: 홈 커밍’,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와 맞붙으며 약 한 달간 장기 흥행을 펼쳤다.

1923년 도쿄, 6000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렸다. 이제훈의 광기 어린 캐릭터 변신, 신예 최희서의 실감나는 일본인 연기가 강렬한 인상과 메시지를 남겼다.

8월 개봉작 ‘청년경찰’(감독 김주환)은 지금까지도 흥행 질주 중이다. 이 역시 박서준과 강하늘의 남성 투톱 영화. 단조로운 구성 가운데 두 배우의 코믹 액션 케미로 관객심을 사로잡았다. 강하늘은 올해 ‘재심’에 이어 두 번째로 제작비 대비 큰 수익을 끌어 모았다. ‘청년경찰’은 70억 원을 들여 개봉 6일 만에 손익분기점 200만을 돌파, 현재 560만 명을 기록 중이다.

‘청년경찰’은 믿을 것이라곤 전공 서적과 젊음뿐인 두 경찰대생이 눈앞에서 목격한 납치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청춘스타 박서준과 강하늘의 혈기왕성 수사기가 코믹하게 담겨 부담 없이 보기 좋은 영화로 선전했다. 동시기 천만 기대작 ‘군함도’와 ‘택시운전사’가 역사적 소재의 무거움이 있었다면, ‘청년경찰’은 유쾌함으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더군다나 ‘군함도’가 260억, ‘택시운전사’가 150억의 제작비를 들였을 때 ‘청년경찰’은 70억을 들여 ‘가성비 승자’가 됐다.

흥행의 뜻은 하늘도 점칠 수 없다지만, 과연 ‘재심’ ‘프리즌’ ‘보안관’ ‘박열’ ‘청년경찰’의 성공을 단순히 운으로만 따질 수 있을까. 이 작품들의 흥행 과정에서는 ‘입소문’이 빠지지 않는다. 영화의 본질에 충실하지 않고는 입소문을 낳기 어려운 법. 결국 탄탄한 연기, 구성, 스토리, 시대가 원하는 정서가 잘 배합됐을 때 아무리 막강한 경쟁작과 맞붙어도 손색없이 흥행이 가능하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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