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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흥행복병②] ‘청년경찰’의 장기 석권, 판도 바뀐 흥행 코드

영화 ‘청년경찰’(감독 김주환)이 지난 8월 개봉 이후 한 달 넘게 장기 흥행 중이다. 박스오피스 10위권 안, 누적관객수 560만 명을 넘어섰다. 이쯤이면 ‘흥행 복병’이 확실하다.





‘복병’(伏兵),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경쟁 상대. ‘청년경찰’은 올 여름 극장 대전에 오른 작품들 중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었다. 70억 원을 투자한 중형급으로, 손익분기점은 200만 명 선이었다. 제작비 260억의 ‘군함도’, 150억의 ‘택시운전사’보다 2~3배 이상 작은 작품이었다.

앞서 천만 기대작으로 ‘군함도’와 ‘택시운전사’가 불릴 때, ‘청년경찰’은 경쟁상대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두 경찰대생이 눈앞에서 목격한 납치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단조로운 구조로 전했기 때문에 그저 믿고 기댈 것은 박서준과 강하늘의 코믹 케미였다.

그런데 이 ‘혈기왕성한 청춘 케미’가 의외의 호응을 얻었다.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택시운전사’ 다음으로 2위를 수성하며 개봉 6일 만에 손익분기점 200만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5위권 안에 머물며 인기를 지속했다.

‘청년경찰’은 1위 한 번 없이도, 중국 동포 비하 논란에도 흔들림 없는 스코어를 자랑했다. 이 같은 ‘예상치 못한 흥행’이 단지 ‘청년경찰’만의 경우는 아니었다. 유독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는 흥행 이변이 많았다. 그 중 ‘재심’ ‘프리즌’ ‘보안관’ ‘박열’은 중소규모임에도 대작의 벽을 뚫고 장기 흥행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제작비 35억 원에 손익분기점 165만 명이던 ‘재심’은 누적관객수 242만 1011명을 기록했다. 65억 원을 투자해 손익분기점 200만이던 ‘프리즌’은 총 293만 1897명, 마찬가지로 손익분기점 200만이던 ‘보안관’은 258만 8617명까지 모았다. ‘박열’은 순제작비 단 26억 원에 손익분기점 150만인 상황에서 총 235만 9174명을 동원했다.

/사진=‘재심’ ‘프리즌’ ‘보안관’ 스틸


이들 모두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사로잡은 외화, 천만 기대작 등 막강한 경쟁작이 있었음에도 각자의 장르 안에서 독보적 특색을 가지고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재심’과 ‘박열’은 시대는 다를지언정 억울함과 울분에 휩싸인 감정을 폭발시키는 법정신이 관객들을 흡입했다. ‘프리즌’ ‘보안관’ ‘청년경찰’은 범죄액션수사 장르에서 화끈한 액션, 더러는 유머 감각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극의 무게로 본다면 ‘보안관’ ‘청년경찰’은 인물들의 코믹 케미에 초점을 맞춰 가볍고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재심’ ‘프리즌’ ‘박열’은 역사적, 사회적으로 무거운 과제 해결에 고군분투했다. 그러면서도 허를 찌르는 촌철살인의 ‘사이다 한 방’으로 극적 쾌감을 선사했다.



특히 장기 흥행 영화 ‘청년경찰’은 10대부터 4050 중장년층 세대까지 골고루 공감을 얻은 점이 흥행 요인으로 분석된다. 혈기왕성한 청춘들의 열정과 거침없는 패기를 유쾌하게 담아낸 것에 그치지 않고, 미숙하고 서투른 청춘들에게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것이 한 때 불같던 청춘의 시절을 겪고 어른이 된 4050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보안관’, ‘청년경찰’을 투자·배급한 롯데엔터테인먼트의 강동영 홍보팀장은 흥행복병이 두드러진 현상으로 “올해 영화들은 전반적으로 역사 면을 다루며 무거운 주제가 많았는데, ‘보안관’, ‘청년경찰’은 웃음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감성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얻은 것 같다”며 “영화 자체에 힘이 필요한 것 같다. 규모도 중요하겠지만 결론적으로 영화가 가지는 스토리가 관객들에게 어필이 안 되면 흥행이 어려운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작년 연말부터 올 초까지 정치적 이슈가 많았기 때문에 사회 고발을 다룬 영화들이 연달아 만들어졌다. 그렇게 무거운 주제가 많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톤이 가벼운 작품을 찾게 되는 것 같다. 현실이 각박할수록 그것을 잊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박열’ ‘청년경찰’ 스틸


이에 따라 중소규모 중 대중의 호응을 얻었던 작품은 역사든 사회든 문제점을 짚으면서 유머 혹은 해결책을 강구하는 카타르시스를 포함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현실감 있는 메시지, 강렬한 메시지일수록 관객의 평가는 더욱 긍정적이다. 흥행작 중 범죄, 법정, 수사물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한국사회에 사건사고가 만연하고, 이를 은연중에 걱정하며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같은 조건이 성립하기 위해선 작품 내적으로 완성도를 갖춰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배우들의 연기, 개연성 있는 전개, 흥미로운 스토리, 시대를 반영한 정서, 매끄러운 편집 등이 잘 어우러지면 금상첨화다.

영화라는 매체에서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대중성은 더욱 무시하지 못한다. 시대가 변하고 관객들의 취향이 다양해짐에 따라 흥행의 판도는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이는 곧 사회 전반적인 관심사, 성향이 될 수 있다. 흥행복병의 이유 있는 반란을 눈여겨 봐야할 이유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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