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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유엔총회 연설





2009년 제64차 유엔 총회 때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정상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최고 지도자다. 그의 독특한 기행 때문이다. 베두인 텐트 생활을 즐기던 카다피는 뉴욕 센트럴파크에 텐트 칠 자리를 내달라고 요구했다. 뉴욕시가 야영을 금지하는 공원관리 수칙을 들어 거절하자 리비아대사관저가 있는 뉴저지 잉글우드에 텐트를 치겠다고 했다. 잉글우드는 유대인이 많이 사는 곳으로 팬암기 테러 주모자를 숨긴 독재자를 순순히 받아줄 리 만무했다. 오갈 데 없는 카다피를 배려한 인물이 지금의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숲을 내줬다.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유엔 총회의 하이라이트는 정상들의 기조연설. 196개 회원국이 참석 의사만 전하면 어느 나라든 연설할 수 있다. 회원국이 많다 보니 하루 30회가 넘는 연설이 줄을 잇는다. 악명 높은 맨해튼의 교통 체증 때문에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할애된 시간은 15분 정도지만 이를 초과해도 저지하지는 않는다. 주제도 제 맘대로다. 하지만 연설 순서는 각국의 신경전 탓에 나름의 프로토콜이 있다. 유엔 창립총회 때 사회를 본 브라질이 맨 먼저고 유엔 소재국인 미국이 두 번째다. 이후에는 연설자의 지위를 따진다. 대개 국왕-대통령-총리-외교장관 등의 순이다.



유엔 총회는 종종 연사의 막말과 돌출 행동으로 오점을 남기기도 한다. 천막 소동을 벌인 카다피는 기조연설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테러 이사국’이라고 비난하는 데 100분가량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1960년 필리핀 대표가 소련의 동유럽 침공을 비난한 데 격분한 니키타 흐루쇼프 서기장이 신발을 탁자에 내리쳐 분풀이한 일화도 유명하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라크를 침공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악마’라는 독설을 퍼부었다. 이스라엘 대표는 시오니즘을 비판한 유엔결의안(1975년)을 연설 도중 찢어 던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유엔 연설에서 북한을 겨냥해 초강경 메시지를 던지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뉴욕 도착 후 ‘개 짖는 소리’라며 ‘맞짱’을 떴다. 22일 유엔총회 연단에 오르는 리용호가 어떤 막장극을 연출할 지 모르겠다.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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