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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노조] "내 배 부르면 된다" 적자에도 파업...1940년대 美강성노조 보는듯

■ 막나가는 제조업 노조

현대차·한국GM 경영 위기인데 막대한 성과급 요구

일감부족 현대重선 고통분담 요청했으나 8차례 파업

압력단체로 변질한 강성노조, 국가 경쟁력 갉아먹어





한국GM은 지난 2014년 이후 3년간 누적적자가 2조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약 5,219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8만4,980%. 하지만 노동조합은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성과급 통상임금의 500% 지급 등을 요구하며 올해 총 56시간의 부분파업했다. 특근과 잔업도 일체 거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여파로 상반기 판매량이 28.8% 감소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고전하면서 글로벌 판매대수는 8.2% 급감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6.4%, 당기순이익은 34.3% 줄었다. 사측은 임원 연봉 10% 삭감 및 비용절감에 나서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올해도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우리사주 포함)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 중이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약 8일간 부분파업으로 3만9,000대의 생산차질이 생겼고 매출손실만 8,000억원에 이른다.

회사가 없으면 당연히 노조도 없다. 하지만 국내 산업계 노조만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경영 위기로 절벽에 내몰린 회사가 떨어지든 말든 나만 배부르면 된다는 식으로 일관하는 등 극단의 이기주의 행태에 매몰됐다는 지적이다.

◇한국식 노조 문화에 골병드는 산업계=자동차 업계의 하투(夏鬪)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식 노조 문화’라는 표현을 쓸 만큼 특화됐다. 매년 진행하는 임단협에서 노조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회사가 거부하면 파업으로 피해를 끼치며 압박해 원하던 목표를 성취한다. 강력하게 보호받는 노동 권리를 남용해 기업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2015년 말 기준 국내 완성차 업체 5곳의 근로자 1인당 연봉은 9,313만원으로 글로벌 판매량이나 기술력이 더 우수한 도요타(7,961만원)나 폭스바겐(7,841만원)을 웃돌게 됐다.

올해 자동차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 한 대기업 노사 담당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노조의 목소리가 훨씬 강경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GM은 협상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새 노조지부장을 선출하고 있는 현대차(005380)는 강성 후보 2명이 29일 결선투표를 앞두고 있다. 누가 되더라도 가시밭길이다. 한국GM 노조 역시 카허카젬 신임 사장이 경영을 펼치기 힘들 정도로 발목을 잡고 있다.

일감절벽에 직면한 조선 업계에서도 노조의 목소리는 지나칠 정도로 크다. 업계 맏형인 현대중공업은 노조와의 마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측은 일감 부족으로 연내 유휴인력 5,000여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해 노조에 교육·휴직·휴무 등 고통분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에 강력히 반발, 4시간 부분파업 네 차례, 8시간 전면파업 네 차례, 총 8차례의 파업을 진행했다. 실제 올 상반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2011~2015년 상반기 발주량과 비교하면 60%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4·4분기 103척이었던 현대중공업의 수주잔량은 꾸준히 줄어 올해 2·4분기 85척을 기록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역시 비슷하다. 조종사 노조는 2015년 임금 4% 인상과 퇴직금 매년 1% 누진제 도입, 2016년 임금 7% 및 상여 100%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영상황이 나쁘지 않다고는 하지만 전체 직원의 약 85%를 대표하는 일반 노조와 협상해 2015년 1.9%, 2016년 3.2% 비율로 임금을 인상한 상황에서 조종사 노조에만 더 많은 혜택을 주기는 힘들다. LG생활건강(051900)·하이트진로 등 각 산업 분야에서도 노조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경쟁력 좀먹는 강성노조=노조는 노동자의 권리 보호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한국식 노조는 권리 보호를 넘어 기업을 쥐고 흔들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다. 30년간 노동자의 처우는 많이 개선됐지만 지나치게 노조를 보호하는 노동법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로 강력히 결속된 것도 문제다. 산별노조는 사측에 대항할 힘이 미약한 중소 영세사업장들의 단체교섭권을 각 산업별(업종별) 노조가 위임받아 교섭력을 높여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국내 산별노조는 사실상 압력단체로 변질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관련성이 적은 금속노조 산하에 가입한 촌극도 산별노조의 우산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에 근무했던 미국인 프랭크 에이렌스 전 상무는 자신의 저서 ‘현대차 푸상무의 이야기’에서 “한국 노조는 마치 1940~1960년대 미국 노동조합을 보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한국 노조 문화가 선진국과 비교해 70년 가까이 뒤처지고 후진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의 2017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4년 연속 26위에 머물렀다. 특히 한국의 노동시장 효율성은 137개국 중 73위로 종합순위를 끌어내린 주요 요인이다. WEF는 특히 “낮은 노동시장 효율성이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깎아내리는 만성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노사 간 협력(130위), 정리해고 비용(112위) 등이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권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강성 노조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미국·일본이나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며 “근본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체질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김우보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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