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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쏙 경제-나라야마부시코]올해 고령사회 진입한 한국...노인빈곤율은 47.7%로 '최악'

‘나라야마 부시코’에서 오린(왼쪽)은 70세를 맞아 산에 버려지는 기로(棄老)의 운명을 의연하게 받아들인다. /출처=네이버영화




“어머니 꽃구경 가요/제 등에 업혀 꽃구경 가요/세상이 온통 꽃핀 봄날/어머니는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고/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꽃구경 봄구경 눈감아버리더니/한웅큼씩 한웅큼씩 솔잎을 따서/가는길 뒤에 다 뿌리며 가네/어머니 지금 뭐 하신대유~/아 솔잎을 뿌려서 뭐하신대유~/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너 혼자 내려갈 일 걱정이구나/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장사익의 노래 ‘꽃구경’은 듣노라면 가슴이 아려온다. 아들은 어머니를 버리려는데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원망하기는커녕 오직 그 자식이 길을 잃어 위험에 빠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뿐이다.

오린이 아들 등에 엎혀 나라야마로 향하고 있다. /출처=네이버영화


일본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에서의 어머니 오린(사카모토 스미코) 역시 죽음을 앞두고도 자신보다 자식 걱정이 먼저다.

오린이 사는 마을엔 70세가 된 노인은 나라야마(楢山)에 산 채로 버리는 ‘기로(棄老)’라고 하는 풍습이 있다. 오린이 69세가 된 봄, 그녀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즐거운 표정으로 돌아오는 겨울이면 나라야마로 갈 것임을 알린다. 심지어 자신이 나라야마에 갈 정도로 쇠약해졌음을 자식과 마을 사람들이 믿을 수 있도록 일부러 돌절구에 이빨을 부딪쳐 깨뜨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누구나 오린처럼 죽음 앞에서 의연하긴 어렵다. 이웃집 영감 마타의 경우 죽음이 두려워 나라야마에 가기를 거부하며 도망을 다닌다. 이 마을에 기로의 악습이 생긴건 순전히 식량 부족 때문이다. 양식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겨울에 태어난 아기가 논바닥에 버려지기 다반사고, 여자 아이가 소금 한 줌에 팔려가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남의 음식을 훔치는 게 가장 큰 죄여서 이웃의 식량을 도적질한 가족 전체를 본보기 삼아 산 채로 파묻을 정도다. 70세가 된 노인이 나라야마 산으로 떠나야하는 이유도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식량 부족 때문에 부모까지 버려야 하는 미개한 인간공동체, ‘나라야마(楢山)의 노래(부시코·節考)’는 너무도 참혹하다.

도덕률은 없고 생존본능만 작동하는 미개한 인간공동체를 ‘나라야마 부시코’는 그리고 있다. /출처=네이버영화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는 도덕률이 존재하지 않고 오직 생존의 본능만이 지배하는 인간 공동체가 얼마나 처참하고 비인간적일 수 있는지를 드러내 보여준다. ‘나라야마 부시코’가 문명과 단절된 산간 오지를 배경으로 생존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생물학적 삶 속에서 ‘인간의 길’이 어떤 것인지를 냉정하리만큼 객관적으로, 그러나 심미적으로 그리고 있다고 말한 평자(評者)도 있다.(김용규, ‘영화관 옆 철학카페’, 이론과실천, 2002년) 이런 점을 높게 평가한 것이었을까. 1983년 칸영화제는 이 영화에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선사했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나라야마 산 정상에서 오린은 차마 돌아서지 못하고 어머니를 끌어안고 오열하는 아들 다츠헤이(오가타 켄) 뺨을 세차게 때려 돌려세운다. 그러고 나서야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홀로 눈물을 떨구는 오린, 그녀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오직 아들에 대한 걱정 뿐이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나라야마의 정상. 어머니는 차마 돌아서지 못하는 아들을 꾸짖어 돌려세운다. /출처=네이버영화


우리나라는 올해 마침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2017년 8월말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725만7,288명으로 전체인구(5,175만3,820명)의 14.02%로 UN(국제연합)이 정의하는 고령사회에 들어섰다. 2000년 고령화사회(전체인구에서 65세이상 인구비중이 7% 이상)로 진입한지 17년 만이다.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65세이상 인구비중 20%이상)에 진입하고, 2050년엔 65세 이상 노인비율이 46% 이르게 된다는 전망도 나와 있다.

고령화가 급속한 우리사회에서 ‘인간의 길’은 무엇인가. ‘나라야마 부시코’의 물음이 무겁다. /출처=네이버영화


고령화사회는 경제성장률 저하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크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급격히 줄어드는 만큼 사회적 갈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고령화사회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돼 있나.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노후의 삶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두려움은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경제적 행복을 이루는데 가장 큰 장애물로 ‘노후준비 부족’을 꼽았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0곳 중 4곳 꼴로 노후준비 방법이 없는 상태라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결과도 있다.

국내 노인의 빈곤율은 47.7%(2016년 기준)로 불명예스럽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2%에 비해 4배 수준에 달한다. 노인 빈곤율은 은퇴 노인가구 중에서 중위소득(우리나라 총 가구를 소득 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가운데)의 50%에도 못 미치는 소득을 가진 가구 비율을 말한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도 버거운 노인들이 우리 사회에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참으로 우울한 통계다. /문성진 문화레저부장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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