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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끊긴 군산 이어 광주·창원·사천도 휴업 확산..."돈이 안돌아요"

■흔들리는 주력기업 , 휘청이는 지방 경제

기아차 광주·한국GM 창원 공장 등 연휴내내 가동 멈춰

대기업 부진→협력업체 타격→지역 상권 침체 '악순환'

미래 항공도시 꿈꿨던 사천도 KAI 방산비리로 타격







지난 5~6일 광주광역시의 기아자동차(위쪽부터), 경남 창원시의 한국GM, 사천시의 한국항공우주산업 정문 모습. 지역 대표기업들이 추석 연휴 기간에 공장 가동을 중단한 탓에 일대 풍경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조민규·구경우·김우보기자




“기아자동차랑 금호타이어(073240) 말고 광주에 또 뭐가 있겄소. 두 개가 흔들려븐께 줄줄이 걱정이요.”

추석 다음 날인 지난 5일 광주광역시 기아자동차 공장으로 가는 길에서 택시기사 박모(63)씨는 “몇 년 전만 해도 대기 수요를 맞춰야 한다며 추석에도 특근을 했던 것 같은데 상황이 안 좋긴 정말 안 좋은 모양”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찾은 광주 서구 기아차(000270) 1공장 남문과 서문 주변에는 공장을 드나드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번 연휴 기간 모든 생산라인을 멈춘 탓이지만 평소 휴가철이나 명절 연휴 때 설비를 점검하느라 분주했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대한민국 통상임금 새 역사’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장시간 노동 철폐!’ 등 노조가 붙인 플래카드만이 펄럭일 뿐이었다.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흔들리면서 지역 경제도 휘청이고 있다. 기아차와 금호타이어 공장이 있는 광주뿐 아니라 한국GM과 두산중공업·현대로템(064350) 등 대기업 공장을 중심으로 산업단지를 이루고 있는 경남 창원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 경제의 중심인 대기업의 실적이 나빠지면서 중소 협력체들의 일감이 쪼그라들고 이는 부동산과 소비 등 지역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은 거제나 현대중공업이 도크를 잠정 폐쇄하며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군산의 모습이 다른 산업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추석 연휴 기간 찾은 이들 지역에서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기업들이 생산을 늘리면 중소기업을 거쳐 상권으로 돈이 돌았는데 지난해부터는 이 같은 흐름이 끊어졌다”고 푸념했다.

기아차 협력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광주 광산구 첨단 산업단지에서는 이 같은 위기감이 짙게 드리웠다. 단지 안을 한 시간 남짓 둘러보는 동안 공장의 기계 소리가 들리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불 꺼진 공장을 지키던 한 관리인은 “원청인 기아차가 연휴 동안 라인 가동을 멈추면서 협력사들도 내리 휴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문제는 연휴가 끝나더라도 산업단지의 분위기가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과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패소의 영향으로 기아차는 올해 적자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잔업을 전면 중단하고 주말 특근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생산 물량을 줄이겠다는 얘기다. 라인을 정비하기 위해 출근했다는 한 2차 협력사 직원은 “기아차가 사실상 특근을 중단한 지난달부터 매출이 10%가량 줄었다”면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1차 협력사는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우리 같은 2·3차 협력업체는 더 졸라맬 허리띠도 없다”고 한탄했다. 인근 먹자골목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음식점과 주점이 밀집한 이곳은 단지 내 근로자들이 일과가 끝나면 쏟아져 나와 술 한 잔 기울이며 스트레스를 풀던 곳이다. 그러나 공장 가동이 멈춘 연휴 기간에는 저녁 시간에도 길거리조차 한산했다. 한 대형 음식점에는 20여개의 테이블 중 3곳만 손님이 있었고 그마저도 테이블 두 곳은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식당 주인 A씨는 “일거리가 감소하면서 회식도 덩달아 줄었다”면서 “두세 달 전부터는 식자재 주문 물량을 25%가량 줄였다”고 말했다.



한국GM·두산중공업·현대로템·현대위아(011210) 등 대기업 공장들이 자리 잡고 있는 창원도 바닥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불황의 그림자가 덮쳤다. 위기는 조선업에서 시작했다. 2014년 STX가 무너지면서 조선소가 있던 창원시 진해구가 직격탄을 맞았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역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창원 공단에 있는 협력업체들로 위기가 전이됐다. 2년 전 거제에서 창원으로 이사했다는 대우조선해양의 한 협력업체 직원 조모(39)씨는 “일이 있는 날만 거제로 출근한다”면서 “창원 역시 경기가 나빠져서 다른 일자리를 찾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한국GM과 현대로템 등 다른 제조업체들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인 이달 6일 찾은 창원시 성산구 한국GM 창원 공장에는 간혹 드나드는 차량만 있을 뿐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정문 입구에서 만난 경비원 B씨는 “연휴 기간 라인 가동을 중단하면서 생산직은 출근하지 않는다”면서 “생산 외 업무가 있는 일부 인력들만 잠깐 나왔다가 간다”고 전했다. 한국GM 창원 공장에서 만드는 경차 스파크의 판매가 줄면서 연휴 기간 굳이 공장을 돌릴 필요가 없어진 탓이다.

현대로템과 두산중공업 창원 공장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실제로 올해 1·4분기 창원의 광공업 생산지수는 91.4포인트(2010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포인트 줄었다. 재고 지수는 172.8포인트로 같은 기간 20포인트 넘게 급증했다. 생산하더라도 팔리지가 않으니 쌓아 두고 있는 것이다. 지역 경제의 돈줄이 막히면서 자연스레 경기도 크게 위축됐다. 창원 내 대표적인 번화가인 상남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40)씨는 “지난달 겨우 적자를 면했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 협력업체들마저 휘청거리면서 불황을 모르던 창원에도 최근에는 돈이 돌지 않는다”면서 “노래방의 경우 평일에는 문을 닫고 주말에만 영업을 하는 곳들도 여럿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창원 지역의 한 광고 무가지 영업사원인 공모(35)씨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의 광고 매출은 한창 경기가 좋았던 3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이라면서 “중소기업들의 채용 여력이 없어져 구인광고는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미래 항공 도시를 꿈꿨던 사천도 당장 경기침체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 기업인 한국항공우주(047810)가 방산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탓이다. 연휴 기간 찾은 한국항공우주 사천 본사 입구는 경비 인력도 없이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도권이나 절대 인구가 많은 일부 광역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 경제는 서비스업만으로 유지되기 힘들다”면서 “대기업들이 어려워지면서 공장이 있는 지방 도시부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광주=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사천=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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