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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조 '원전 생태계' 핵심고리...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땐 혁신성장도 꼬여

<고차함수된 신고리 5·6호기 운명>

한전이 따낸 UAE 원전운영권

자동차 228만대 수출 맞먹어

G2 통상압력 대안으로 떠올라

원전 비축기간도 LNG의 18배

에너지원 안정적 조달 가능

"안전기준 높인 5·6호기 짓고

노후원전 폐쇄가 해답" 지적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한 미래컨퍼런스에 참석해 “경제와 사회의 효율을 업그레이드해 경제 파이를 키워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드는 것이 혁신성장”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예로 드는 혁신성장 대책도 서비스산업 혁신전략과 제조업 부흥전략부터 혁신창업종합대책, 규제 개선, 하도급 공정화 종합대책까지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모든 방안이 망라돼 있다. 쉽게 말해 경제 규모를 키우는 성장정책이 혁신성장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공사재개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는 신고리 5·6호기는 정부의 혁신성장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용 리트머스지라는 분석이 정부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신고리 5·6호기는 단순한 원전 2기가 아니라 수십조원에 달하는 원전수출을 위한 전제조건이고 원전산업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핵심고리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10일 “신고리 5·6호기를 재개하지 않을 경우 원전수출은 물론 에너지정책 전반이 꼬일 수 있고 이를 설득하는 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라면서 “탈원전·탈석탄은 물론 혁신성장이 힘을 받기 위해서라도 공사재개는 솔직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고리 5·6호기를 무리하게 중단하는 것보다는 공사를 재개하면서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추진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재개 없이는 글로벌 수주전에서 명함을 내밀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신고리 5·6호기 없이는 2~3년 내 원전 부품업체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는 탓이다. 오는 2035년까지 1GWe 규모의 원전을 건설할 예정인 체코는 신고리 5·6호기를 짓지 않으면 부품 수급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우리 측에 전달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다. 지난 9일 한국수력원자력이 유럽 원전수출의 마지막 관문인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심사를 통과했는데 신고리 5·6호기 없이는 이런 성과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원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운행 중인 원전이 많을수록 노하우가 쌓여 효율은 높아지고 부품업체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원전 건설과 수출이 혁신성장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설명했다.

원전건설과 수출은 정부가 추진 중인 서비스업이나 제조업 부흥전략만큼의 효용성을 갖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전 사업규모는 약 2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9년 UAE에 186억달러 규모의 원전 4기를 수출했다. 지난해 한국전력은 향후 60년간 UAE 원전 운영권을 따냈는데 그 규모만도 54조원에 달한다. 자동차 228만대를 수출한 것과 같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세계 원전시장 규모는 3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과 중국, ‘G2’의 통상압력에 직면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원전이나 해외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뛰어드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과 미국의 자동차, 세탁기 압력을 피해 경상수지를 유지하고 달러를 벌어오기 위해서는 수십조원 규모의 초대형 해외사업이 대안”이라며 “가뜩이나 통상 환경이 안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이 중단되면 에너지정책도 꼬일 수밖에 없다. 당장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2,800㎿ 규모의 대체 발전설비를 집어넣어야 한다. 이는 올해 기준 7,000MW에 불과한 태양광·풍력 설비의 40%에 달하는 수준이다. 신재생의 경우 피크기여도가 원전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해 이를 태양광·풍력을 메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설비가 필요하다.

정부는 건설이 중단될 경우 천연가스(LNG) 발전소를 통해 신고리 5·6호기의 빈자리를 메울 계획이다. LNG 설비의 가동률이 낮아 발전소를 새로 안 지어도 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의 복안이다.

하지만 추가 발전소를 짓지 않은 경우에도 전기요금 상승 압력이 발생한다. 세계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의 LNG 발전원가는 1㎿h당 118.6달러로 원전(40.42달러)의 세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LNG의 경우 비축 가능 기간이 48일에 불과하다. 원전은 18개월이다. 주요 공급선이 카타르 등에서 지정학적 문제가 생길 경우 에너지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데도 문제가 생긴다. 2조6,000억원의 매몰비용과 공사중단에 따른 1,000억원의 비용을 고스란히 날리고도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것이다.

뒤집어 보면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재개가 이 같은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이 된다. 일각에서는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결론이 엇비슷하면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을 지속하되 설계 수명이 남은 인근 노후 발전소를 조기 폐쇄하는 ‘제 3의 길’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결정하는 공론조사 시민참여단은 13~15일 종합토론을 열고 최종 찬반 조사에 참여한다.원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전이 한 지역에 몰려 있는 다수호기의 위험이 문제라고 하면 되레 안전 기준을 높인 신고리 5·6호기를 짓고 노후 원전을 없애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라며 “이념 논쟁으로 비화했던 탈원전 이슈가 최근 제자리로 조금씩 돌아오고 있는 만큼 신고리 5·6호기도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영필·김상훈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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