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방송된 tvN 새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에서는 달라도 너무 다른 여인 정혜(이요원 분), 도희(라미란 분), 미숙(명세빈 분)이 ‘복수’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뭉치게 되는 과정이 그려졌다.
복수의 시작은 정혜였다. 가족과 식사 자리에서 정혜는 남편 병수(최명모 분)으로부터 숨겨둔 아들이 있으며, 집으로 불러야겠다고 털어놓았다. 이와 동시에 친자 확인서를 아버지에게 내밀었고, 그렇지 않아도 은근하게 자식으로 압박을 주었던 시아버니는 크게 기뻐했다.
남편이 외도를 했다는 사실에 실망과 배신감을 동시에 받은 정혜는 그동안 자신이 정성껏 꾸며 두었던 아기의 방이 ‘이수겸 방’으로 바뀐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병수와 수겸(이준영 분) 부자를 원치 않았던 정혜는 이들을 향한 복수를 결심했다.
그러던 도중 정혜는 도희(라미란 분)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하는 도희는 장사 도중 아들이 학교폭력에 휘말렸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그 길로 학교로 향했다. 정신없이 달리다가 정혜의 차와 부딪치게 됐고, 도희의 상태가 걱정된 정혜는 병원으로 데려가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크게 다치지도 않았을뿐더러, 아들 걱정이 앞선 도희는 그럴 필요 없이 학교로 데리고 가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복수자 클럽’의 마지막 멤버인 미숙(명세빈 분)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인이었다. 정혜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 출마 선언 현장에서 미숙을 보게 됐다. 그 곳에서 남편의 작은 행동에도 움찔 거리고 겁을 먹는 미숙을 본 정혜는 가정폭력을 의심하게 됐고, 이후 미숙에게 다가가 “남편이 폭력을 행사하냐”고 물었다. 미숙이 당황하자 정혜는 “우리 같이 복수 하실래요. 나도 남편에게 복수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후 미숙과 정혜는 한 카페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무릎을 꿇은 채 피해자 학부모에게 빌고 있는 도희를 보게 됐다. 엄밀히 따지면 실제 학교폭력의 피해자는 도희의 아들이었지만, 피해자가 크게 다친 만큼 아들의 장래를 생각해서 무조건 고개를 숙였다. 이 과정에서 피해 학생은 도희의 얼굴에 일부로 음료수를 쏟고 그 장면을 휴대전화로 녹화까지 했다.
처음 합의는 없다며 강경하게 나갔던 피해자의 어머니었지만, 카페에서 해랑건설 회장 며느리인 정혜를 본 순간 합의를 해 주겠다며 자세를 바꿨다. 정혜가 피해자 학부모의 건물주였던 것이다.
이후 세 사람은 한 자리에 앉았다. 정혜는 도희에게 그런 수모를 참느냐며 자신이 합의금을 내줄테니 함께 복수하자고 제안했다. 처음 화를 내며 돌아섰던 도희와 미숙이었지만, 이들의 생각을 바꾸는 일들이 일어났다. 미숙은 술에 취한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으며, 도희의 경우 아들이 자신의 누나를 오토바이로 위협한 아이를 뒤쫓다 뇌진탕을 당하게 된 것이다. 피해자는 그와 싸우다 다친 척을 한 학생이었다. 도희의 아들은 입원을 했지만,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합의금으로 2000만 원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남편의 폭력과 억울한 합의금에 미숙과 도희는 정혜에게 전화를 걸어 복수 클럽에 가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암동 복수자들’은 재벌가의 딸, 재래시장 생선장수, 그리고 대학교수 부인까지 살면서 전혀 부딪힐 일 없는 이들이 계층을 넘어 가성비 좋은 복수를 펼치는 과정을 그리는 드라마이다. 웹툰 ‘부암동 복수자 소셜클럽’을 원작으로 한다. 첫 회에서는 왜이들이 ‘복수’를 결심하게 됐는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며, 앞으로 이들이 펼쳐나갈 복수에 대한 당위성을 확보했다.
‘부암동 복수자들’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지지부진하거나 쓸데없는 호흡을 거둬내고 빠르게 사건을 전개시킨 ‘부암동 복수자들’은 원작이 주는 탄탄한 설정을 바탕으로 안방극장의 몰입도를 높였다.
배우들의 연기도 탁월했다. 인간적인 면모가 숨어 있는 재벌가 며느리로 변신한 이요원은 전작과 또 다른 매력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명세빈 또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이미숙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하면서 작품에 대한 설득력을 높였다. 라미란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생활연기’의 달인으로 불리는 라미란은 자식들을 아끼는 ‘보통의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들이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됐지만, 도리어 피해를 입는 모습을 고스란히 봐야 하는 홍도의 속상함을 제대로 표현한 라미란의 연기 덕분에, 시청자들은 ‘부암동 복수자들’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복수자 클럽’은 결성됐고, 이제 이들이 펼칠 ‘가성비 좋은 복수’가 시작된다. 과연 이들은 자신을 힘들게 한 세상을 향해 시원한 사이다를 투척할 수 있을까. 매주 수목 오후 9시30분에 방송된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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