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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축제에 취한 대한민국...부모 등골 빠지고 치안 비상

클럽 밀집 이태원·홍대 거리

핼러윈 복장한 사람들로 가득

사건·사고 접수 평소의 두배

유치원·학원서도 연례 행사에

학부모들 "파티 비용 만만찮아"

"과소비·유흥 분위기 바뀌어야"





지난 27일 ‘핼러윈데이 기념 파티’가 열린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의 한 클럽 입구에 각종 코스튬 의상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위쪽 사진), 한 모녀가 송파구의 한 대형마트에 마련된 핼러윈데이 특설매장을 둘러보고 있다.(아래쪽 사진) /신다은기자


“한 번 노는 건데 제대로 놀아야죠.”

‘핼러윈데이’(10월31일)을 앞둔 지난 27일 클럽들이 밀집해있는 서울 이태원과 홍대 인근 길거리는 영화 속 캐릭터나 좀비 등으로 분장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장난을 걸기도 하고, 서로 분장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며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클럽 안도 각종 핼러윈 복장을 한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주말을 앞둔 ‘불금’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클럽에서 만난 이정민(24·가명)씨는 “영화 ‘어벤저스’에 나오는 아이언맨 옷을 15만원 주고 빌렸다”며 “핼러윈데이의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핼러윈데이가 우리나라에서도 빠질 수 없는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성추행 시비와 ‘주폭’ 등 각종 사건·사고가 크게 늘어나 치안관리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특히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도 연례 행사로 핼러윈데이 파티를 열어 학부모들의 ‘등골 브레이커’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이태원과 홍대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유흥가의 경찰 지구대에 따르면 핼러윈데이를 앞둔 주말에는 평소 보다 2배 이상의 사건·사고가 접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태원 지구대의 경우 평소 주말 신고 건수는 80여건이지만 지난해 핼러윈데이 즈음에는 150여건이 접수됐다”며 “올해도 클럽 등을 찾아 들뜬 사람들이 많아 평소 보다 2배 이상의 신고접수가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성추행, 술 취한 사람, 젊은이들 간 시비 등이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27일 핼러윈데이 맞이 기념 이벤트와 파티를 진행한 이태원과 홍대 인근 클럽 등에서는 성추행 시비와 폭행 등의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한 20대 남성은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핼러윈데이가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유치원이나 학원에서 파티를 열면서 옷이나 액세서리를 마련하는데 만만치 않은 돈이 들고 아이들 간에 위화감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경기도 김포에 사는 주부 이모씨(41)는 지난 27일 7살짜리 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지 말지 고민했다. 유치원에서 핼러윈데이 파티를 한다며 의상을 준비하라고 했지만 마땅히 입혀 보낼 옷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유치원에서는 평상복도 된다고 했지만 아이가 기 죽을까 걱정돼 결국 친구한테 옷을 빌려 입혀 보냈다”며 “옷을 빌리는 것도 곤혹스러웠지만 친구들이 풀 메이크업에 비싼 코스튬을 입고 왔다는 아이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명절도 아닌 핼러윈데이 행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유통업체들의 마케팅도 한 몫하고 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물론 인터넷쇼핑몰들은 이맘때면 항상 특설매장 등을 운영하면서 각종 파티용품과 액세서리를 판매한다. 한 대형유통 업체 관계자는 “최근 파티문화가 확산되면서 핼러윈데이를 즐기는 연령층이 아이들부터 성인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최근 몇 년 사이 관련 상품 매출이 크게 늘어 올해부터 이벤트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핼러윈데이는 그리스도교 축일인 만성절 전날인 10월31일 미국 전역에서 다양한 복장을 갖춰 입고 벌이는 축제다. 본래 켈트족 전통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악령들이 해를 끼칠까 두려워한 켈트인들이 악령을 속이기 위해 기괴한 모습으로 변장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핼러윈 분장 문화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핼러윈데이가 단순한 파티와 분장, 유흥 등에만 치중하는 분위기로 흐르면서 본래 의미를 되새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가의 의상이나 액세서리를 판매해 과소비를 조장하고,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국의 문화를 무턱대고 모방하는 수준에 그쳐 단순한 소비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윤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애초 핼러윈데이는 아이들이 사탕을 들고 다니면서 지역사회 이웃들과 함께하는 등 공동체적 의미가 강했다”면서 “하지만 국내에서는 클럽에서 일회성 이벤트를 벌이거나, 아이들에게 과도한 의상을 강요하는 과잉소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어 “지방자치단체의 축제와 결합해 본래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두형·신다은·박진용기자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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