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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편법 상속·증여] 비상장株 증여후 일감몰아주기...사조, 세금 안내고 매출3조 기업 승계도

<상> 절세 명목 줄줄이 새는 세금-기업

중견그룹, 비상장사 주식 가치 높이고 증여세는 회삿돈으로

가족회사 연결재무제표 포함도 안돼 대주주 이익편취 잇달아

제재기준 약해 프랜차이즈 등 中企서도 위장 증여 수법 판쳐

중견·중소기업들이 비상장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편법증여를 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7월 김상조(가운데) 공정거래위원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소회의실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중소사업자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DB




프랑스 황제였던 나폴레옹이 쓰던 모자를 사들여 주목을 받았던 김홍국 하림 회장은 최근 편법증여 문제로 다시 화제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보유자산이 5조원 이상으로 커진 하림그룹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 직권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림그룹이 비상장기업에 일감을 몰아준 것은 그룹 승계, 즉 편법증여를 위해서다. 김 회장은 지난 2012년 장남인 김준영씨에게 비상장기업인 올품의 지분 100%를 넘겼다. 올품은 하림그룹의 두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를 거느린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증여세 100억원을 납부했는데 돈은 증여받은 올품 주식 30%를 유상감자해 마련했다. 정리하면 올품 주식을 2세에게 증여하고 하림그룹의 일감을 올품에 몰아줘 주식가치를 키운 뒤 증여세는 회삿돈으로 낸 것이다. 실제로 올품의 전신인 한국썸벧판매는 2012년 매출액 858억원 가운데 84%인 727억원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한국썸벧판매가 2013년 제일홀딩스의 자회사였던 올품을 흡수합병한 뒤 기업 이름을 올품으로 바꾼 뒤에도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20%를 넘는다.

이에 대해 하림그룹 측은 증여가 당시 자산가치에 근거해 합법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2세에게 비상장기업을 증여하고 비상장기업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2세가 편법증여를 받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호중 에이치엘씨 세무회계컨설팅 대표는 “과세기준은 시간에 비례해 정교해지는 속성을 갖고 있어서 한 푼이라도 세금을 아끼고 싶은 기업인들은 절세가 아닌 방법을 찾는데 가족회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같은 편법증여가 중견·중소기업에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규제의 사각에 놓인 많은 중견그룹들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현금 확보에 주력한다. 오너 일가 지분이 높은 계열사에 일감을 주고 여기서 만든 현금을 납세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설윤석 전 대한전선 사장 등이 수천억원의 상속세를 낸 것은 이례적일 뿐이다.

일감 몰아주기로 세금 한 푼 안 내고 매출 3조원의 그룹을 승계한 사조 역시 판박이다. 사조그룹의 핵심인 사조산업은 주진우 회장과 그의 아들인 주진홍 상무가 절대주주인 사조시스템즈가 지배하고 있다. 부동산임대업, 용역·경비업 등을 영위하는 사조시스템즈는 매출 대부분이 계열사에서 발생한다. 2010~2016년 내부거래 비중은 56~91%에 달했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농심·성우하이텍·한미사이언스·넥센·풍산·SPC·대상·오뚜기·한일시멘트그룹 등 10개 중견그룹들의 일감 몰아주기 구조는 쌍둥이처럼 흡사하다. 대주주 일가 또는 계열사, 재단, 장학회 등이 소유한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이익을 편취하는 형태다.





사업 전개는 주로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되며 이 과정에서 입찰경쟁을 통한 비용절감 효과가 사라져 결과적으로 회사 이익구조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광의적으로 보면 배임으로도 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농심은 총 6개 계열사와 내부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성우하이텍·오뚜기(4개), 한미사이언스·SPC(3개), 한일시멘트(2개), 넥센·풍산·대상(1개) 등도 내부거래 정황이 발견됐다.

성실납세와 사회공헌활동으로 ‘갓뚜기’라는 별칭을 얻은 오뚜기조차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 오뚜기에 라면을 납품하는 오뚜기라면은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최대주주인 회사다. 이 회사의 오뚜기 대상 매출액은 5,874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99%에 달한다.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는 “오뚜기가 직접 라면을 만들어 팔았다면 상장사인 오뚜기의 이익은 지금보다 더 늘어났을 것”이라며 “가족회사는 회계기준상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지 않고 별개의 회사로 분류되는데 웬만한 중소기업들은 이런 식으로 대주주가 이익을 가져가고 상장기업 주주들은 피해를 보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들 역시 비상장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법인 이익을 오너 일가가 사유화한다. A 프랜차이즈 업체는 식자재 납품을 하는 가족회사를 운영하며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또 다른 소형가전 업체 B사 역시 비상장 계열사 매출액의 66%를 책임져주고 있다.

이 비상장사는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140억원, 1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주주 배당금은 총 200억원이 지급됐다. 이들 가족기업은 비상장인데다 대주주 일가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어 아무런 견제수단이 없다. 이은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일감 몰아주기는 규모가 작은 기업들에서도 상당히 빈번히 나타나고 있는데 지배주주들이 이를 지속하는 것은 상속 등을 위한 자금 마련에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상장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증여가 성행하는 것은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 23조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의 금지’는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강력하게 규제한다. 그러나 이 법률은 규제 대상을 공정거래법이 정하는 ‘대규모 기업집단’, 즉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으로 한정하고 있다.

/박해욱·박준호·백주연기자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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