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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슈퍼갑질’ 법으로 막는다(종합)

국회, 단통법 개정 추진

광고비용 떠넘기기 등

불공정행위 법적 규제







신제품 광고비를 이동통신사에 떠넘기는가 하면 출시 일정을 협의하지도 않고 기습 발표하는 등 국내 시장에서 도를 넘은 애플의 ‘갑(甲)질’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된다. 충성고객들을 볼모로 국내 기업들과 소비자들에게 각종 책임을 떠넘기는 ‘제왕적’ 행태가 올해 유독 심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국회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21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애플의 불공정한 행태를 규제체계에 포함하기 위한 법제화 작업에 나선다.

오 의원실 측은 “현행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명시된 유통질서 관련 내용을 확장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행위의 유형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국회 법제실의 입안 검토가 진행되고 있어 이르면 다음주 이해관계자들과의 토론을 거쳐 단통법 개정안 형태로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지난 2009년 아이폰 국내 출시 이후 8년이 지나도록 국내 기업들과 비대칭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아이폰 광고비를 통신사에 전가하고 한국 내 판매가격은 다른 국가보다 높게 책정하면서도 이통사와 제조사가 분담하는 공시 지원금에는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일선 유통망에 배치되는 홍보 문구는 물론 진열방식까지 간섭하는 등 이기적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폰X’ 출시 일정을 협의하지 않은 채 기습적으로 출시일을 발표해 국내 사업자들이 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다양한 애플의 갑질 사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상태지만 1년 가까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대만은 앞서 2013년 아이폰 가격을 통제했다는 이유로 애플에 2,000만대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고 프랑스도 지난해 4월 애플이 통신사에 일정 수준의 주문량을 강제하고 광고비용을 부담시켰다며 4,850만유로의 벌금을 매겼다. 업계 관계자는 “을(乙)일 수밖에 없는 국내 사업자는 물론 정부마저 속수무책인 애플의 갑질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다”면서 “애플뿐 아니라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행위를 일삼는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당국의 조치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충성고객 볼모로 재고 떠넘기고 출시 멋대로...“한국은 호갱”

갑질 실태 어떻기에



지원금 한푼 없고 진열 등 모두 애플 뜻대로

사업자는 ‘비밀유지 조항’ 탓 언급조차 꺼려

아이폰Ⅹ 출시 앞두고 ‘제왕적 횡포’ 심해져

국내 기업들에 대한 애플의 불공정행위는 해마다 관행처럼 반복돼왔다. 그럼에도 워낙 폐쇄적인 애플의 정책 때문에 이동통신사업자 등 이해관계자들은 모두 “비밀유지계약(NDA) 조항에 따라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며 관련 내용에 대한 언급조차 꺼려 한다. 애플 역시 다양한 자료 요청과 질문에도 침묵으로 일관한다. 한국에서 이처럼 애플이 안하무인격인 행보를 보일 수 있는 데는 ‘애플 마니아’로 불리는 강력한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국내 법·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애플의 보안정책 때문에 국내 사업자는 물론 정부도 불공정행위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애플과의 비대칭적인 관계 때문에 발생한 국내 기업들의 피해액을 추산하기도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애플의 ‘갑질 행위’가 유독 심해졌다는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TV 광고다. 지난 3일 출시된 ‘아이폰8’ TV 광고는 제품 디자인과 기능을 홍보하는 내용이다. 언뜻 보면 애플 광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온전히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광고 끝에 통신사 로고를 1~2초 남짓 붙여 애플 광고를 대신해주는 셈이다. 오는 24일 정식 출시되는 ‘아이폰X’ 광고 역시 같은 방식으로 시작된다. 애플 제품은 출시 전 사전예약 단계에서부터 5분 만에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등 확고한 충성 고객층을 보유한 만큼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애플의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이통사들의 설명이다.

가격 책정 방식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8·아이폰X 등 초고가 스마트폰 가격을 다른 국가에 비해 높게 책정하면서도 근거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아이폰X의 국내 가격은 64GB 모델이 136만700원, 256GB는 155만7,600원이다. 미국에서는 각각 999달러(약 109만원), 1149달러(약 126만원)로 부가가치세 10%를 더해도 우리나라가 약 15만원 비싸다. 제조사가 공급가를 정하면 이통사가 일정 마진을 붙여 최종 출시가격을 정하는데 이번에는 애플이 공급가를 일방적으로 높게 책정해버렸다는 게 이통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제품의 인기를 등에 업은 애플이 국내 시장에서 행하는 갑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애플은 아이폰X 출시일과 관련해 이통사와 어떤 협의도 하지 않은 채 밤늦은 시간에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통사와 개통 전산망 점검, 사전예약 행사 준비를 위해 양사 간 협의를 진행한 뒤 출시 일정과 가격을 결정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애플의 일방 통보에 이통사 모두 곤욕을 치렀지만 애플과의 관계를 생각해 불만을 제기할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애플은 또 제품 출시 행사나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지원금도 일절 부담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별도 출시 행사를 개최하지 않고 이통사 행사로 갈음하는데 이 비용마저도 이통 3사가 전액 부담한다. 반면 다른 제조사들은 자체 행사를 열고 출시 행사 비용 일부도 보조하고 있다. 여기서 한 술 더 떠 애플은 제조사와 통신사가 분담하는 공시지원금은 내지 않으면서도 비인기 모델은 이통사들이 일정 수량을 구매하도록 강요하지만 이에 따르는 재고부담은 ‘나 몰라라’다.

이처럼 모든 부담을 다른 사업자들에 전가하면서 판매 과정에서도 도를 넘어 간섭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은 비용은 한 푼도 부담하지 않지만 일선 매장의 제품 진열 방식, 광고 문구 하나에도 사전에 승낙을 받도록 하고 있다”며 “지난 8년간 이 같은 애플의 행태는 계속돼왔는데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입에 따라 사후서비스(AS) 관련 불공정 약관을 고친 게 고작”이라고 비판했다.

애플은 ‘갑질 AS’로 불릴 정도로 수리 계약서상 불공정약관을 유지해왔지만 지난해 공정위가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는 애플코리아와 AS 업체 간 불공정계약에 대한 직권조사를 벌인 끝에 위·수탁 계약서상 20개 불공정약관을 시정한 바 있다. 오세정 의원실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자들은 한국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매출액 등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글로벌 업체들이 국내에서 정당한 비용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불공정한 행태는 법제화를 통해 규제체계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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