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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탈세에 리콜도 무시...외국계 일탈 임계점 넘었다

"이제라도 감시강화·규제정비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지난달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본의 아니게 큰 주목을 받은 기업이 있다. ‘공룡 기업’ 구글이다. 경쟁사인 네이버의 이해진 창업자가 국감에 출석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 창업자는 “구글이 한국에서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세금은 제대로 내고 있지 않고 국내 통신망도 헐값에 쓰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네이버가 물꼬를 트자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벤처회사들도 “구글 등 외국 기업과 비교해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비판 행렬에 가세했다.

업계는 최근 또 다른 공룡 기업 애플에 대해서도 “광고비·수리비 떠넘기기 등 불공정행위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그동안 만연했지만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문제 제기를 못했던 다국적기업의 탈법·횡포에 대한 인내가 한계에 다다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구글과 애플의 불법은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구글의 탈세 의혹 등은 아직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애플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는 현재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규제당국에 적발돼 불법이 명백히 드러난 사례도 적지 않다. 세계적인 IT 기업 오라클은 최근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편법으로 조세를 피한 사실이 국세청에 적발돼 3,147억원의 법인세를 추징당했다. 국내에서 적발된 다국적기업 탈세 규모 가운데 역대 최대다.

수입차 회사들은 각종 불법에 더해 한국 정부와 소비자를 무시하는 ‘안하무인’격 태도로 공분을 사고 있다. 국내 수입차 판매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른바 ‘죽음의 다카타 에어백’을 탑재한 차량에 대해 리콜하라는 국토교통부의 권고를 1년 넘게 무시하고 있다. 이 에어백은 차량 충돌 시 내부 부품의 금속 파편이 튀어 탑승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더구나 벤츠가 중국에서는 해당 에어백 장착 차량 35만대를 리콜한 사실이 밝혀져 한국에 대한 무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벤츠는 이 밖에도 딜러사와 공임비 인상을 담합하고 법인세 502억원을 탈루하는 등 각종 탈법이 적발됐다. 일본의 도요타 역시 한국에서 이전 가격 조작을 통한 탈세로 25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하기도 했다.

다국적기업의 비위·일탈이 잇따르는 것은 기본적으로 한국 정부와 규제당국의 미온적인 대응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벤츠의 다카타 에어백 사례에서도 정부는 1년이 넘도록 리콜 권고에 따르지 않은 데 대해 손을 놓고 있었고 지난해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에서도 안이한 대처로 비판을 받았다. 미국의 경우 폭스바겐에 대해 법무부·환경부 등 범부처가 압박해 약 28조원의 배상금을 받아냈지만 한국 정부가 매긴 과징금은 1,000억원도 안 됐다.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서 검찰 역시 형사소송이 걸린 아우디폭스바겐 경영진에 대해 출국금지를 풀어줘 재판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구글·애플 등 IT 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규제도 미흡하다. 애플의 갑질은 오래 전부터 관행처럼 계속돼왔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지만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것은 최근이다. 구글의 불공정거래 행위 역시 해외의 적극적인 규제 움직임과 대비된다. 유럽연합(EU)은 6월 “온라인 검색 지배력을 악용해 자사의 쇼핑·여행 등 서비스에 혜택을 줬다”며 구글에 24억2,000만유로(약 3조원)의 과징금 폭탄을 부과했다.

제도 미비로 편법을 눈 뜨고 바라봐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구글의 탈세 의혹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세율이 낮은 싱가포르·아일랜드 등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그 나라들에만 세금을 내는 수법으로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의 과세를 피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세조약과 각국과의 조세협약 규정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인데 이들 규정을 개정해야만 국내에서 세금을 매길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다국적 인터넷사업자에 과세하는 방향으로 국제조세조약 개정을 협의하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해 논의가 더디다”고 전했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학 교수는 “다국적기업은 법의 허점을 잘 이용해 법적 의무를 피하는 경우가 많아 규제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가 외국 기업의 탈법에 안이하게 대처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며 “이제라도 감시를 강화하고 법을 제대로 정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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