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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무분별한 전세대출에도 고삐 조여야

노희영 금융부 차장





“똘똘한 동네를 골라 전세를 끼고 샀죠. 저는 조금 싼 곳에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전세 살고요. 요즘은 ‘주담대’ 받지 않고 이렇게들 많이 매매한대요.” 얼마 전 만난 지인 A씨는 서울 성동구의 한강이 보이는 B아파트를 ‘갭투자’로 샀다고 했다.

정부의 가계부채 및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는 한층 어려워졌지만 서울 집값이 계속 고공행진을 하자 갭투자를 활용한 매매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이 대놓고 이런 투자를 권할 정도다.

투기지역으로 묶인 B아파트 84㎡(전용)는 매매가가 10억5,000만원, 전세가는 7억5,000만원이다. A씨가 이 집을 사는 데 들어간 돈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인 3억원이다. 주담대를 받아 이 집을 사려면 6억원 이상 자기 돈이 있어야 했다. A씨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다른 곳에서 전세로 산다. 주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전세자금은 최대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집값이 빠지지 않는 데는 이런 식의 매매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가 주담대 시장 조이기에 나서자 전세자금대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4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30조1,915억원에서 올해 10월 말 36조6,479억원으로 21.4% 올랐다. 절대적인 규모는 주담대가 훨씬 크지만 같은 기간 2.7% 늘어난 데 그친 주담대에 비해 전세자금대출의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조원 수준이던 지난 2010년에 비하면 7년 새 1,700% 늘어난 것이다. 이는 전세 가격 급등, 매매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돈 떼일 염려가 없는 은행들도 앞다퉈 전세금 대출에 나섰고 덕분에 갭투자자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주담대 관련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와 함께 전세자금대출을 규제해 갭투자를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26일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과 관련해서도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전세대출 원금은 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임차보증금으로 상환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유다.

이런 논리는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을 때만 성립한다. 상승 행진을 이어가던 전셋값이 어느 순간 하락해 ‘깡통전세’가 등장하면 임차인은 보증금을 떼이고 은행은 대출금을 떼이는 파급효과가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한 상황도 대출 시장에는 우호적이지 않다. 서민과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자금대출은 필요하지만 무분별한 전세 대출로 인한 부작용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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