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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것만이 내 세상’ 이병헌X박정민이 메운 90년대 상투적 감성

‘한물간 복서, 자폐아, 나이 든 엄마, 남남케미...’ 이제는 너무나 상투적인 요소들을 새삼스레 다뤘다. ‘그것만이 내 세상’을 보기 전 감안해야 할 사항이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그것만이 내세상’(감독 최성현)이 3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와 엄마만 믿고 살아온 서번트증후군 동생 진태(박정민)가 다른 곳에서 살아오다 난생처음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 남편의 가정폭력에 조하를 남겨두고 새 가정을 꾸린 엄마 인숙(윤여정)는 뒤늦게 조하와 진태 두 형제를 상봉시킨다.

세상에 잔뜩 치이고 찌든 조하는 생전 처음 보는 동생 진태의 자폐 상태에 환장할 노릇이다. 조하는 잔뜩 욕만 내뱉지만, 진태의 순수하고 예의바른 태도에 깊은 속정을 쏟게 된다. 그러다 엄마는 저 멀리 부산에 일하러 간다며 두 형제만을 놔두고 사라진다. 이후 조하는 진태가 단순 자폐증이 아닌, 피아노에 천재성을 지닌 서번트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피아니스트 조력자를 만난다.

이 같은 내용을 다룬 작품은 이미 여럿 존재했다. ‘레인 맨’ ‘길버트 그레이프’ ‘굿 윌 헌팅’ ‘포레스트 검프’ ‘말아톤’ ‘호로비츠를 위하여’ 등이 서번트증후군의 인물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형제관계, 부모자식 관계, 사제관계의 사랑과 아픔에 대해 다뤘다.

실존 인물도 있다. 이미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바탕으로 삼은 오유진씨는 음악과 피아노에 천재적 재능을 보여 진태를 연상케 한다. 이를 소재로 웃음과 감동 코드를 버무린 ‘그것만이 내 세상’은 좋게 말해 보편적이고, 냉정하게 말해 진부하다. 앞선 작품들이 대부분 90년대, 늦어도 2000년대 중반까지 나오고서 10년 뒤에 ‘그것만이 내 세상’이 탄생했으니 시대착오적이라 보일 수 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를 보다보면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어찌됐든 우리의 감성을 건드리고 마는 ‘가족’ ‘엄마’의 안타까운 처지가 그려지기 때문인데, 감독은 여기서 ‘공감’을 이끌어낸다. 예측 가능하고 쉬운 수단이지만 눈물을 뽑아내는 데는 성공한다. 교도소에 있는 조하의 아빠는 ‘눈물’을 위해 캐릭터를 얼마나 소모적이게 등장시키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력 덕분이다. 시나리오 면에서나 장르 면에서나 애당초 배우들의 연기에 상당부분 기댈 수밖에 없는데, 이병헌, 박정민, 윤여정의 열연이 안일한 전개를 잘 커버한다. 언제나 손색없는 ‘연기괴물’ 이병헌, 박정민의 연기는 이번 작품에서도 감탄을 자아낸다.

이병헌은 최근작 ‘내부자들’ ‘마스터’ ‘남한산성’에서의 압도적이고 묵직한 카리스마를 과감히 벗고 한물간 전직 복서로 친근함을 장착했다. 막 자른 짧은 머리에 추리닝 차림은 비주얼만으로 동네 형 그 자체다. 거기에 친숙한 일상 욕으로 코믹까지 더해 이미지에 연연하지 않는 천생배우임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시사회 전 ‘그것만이 내 세상’을 처음 접했을 당시엔, 박정민이 ‘말아톤’ 조승우와 겹쳐 보이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같은 서번트증후군이라도 박정민은 그만의 색깔로 말투, 표정, 손동작 등에서 독자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다. ‘피아노 천재’를 보여주기 위해 촬영 3개월 전부터 연습에 매진했다는 박정민은 연주 장면에서 CG처리나 컷 분리 없이 음악에 맞춰 그대로 건반 위의 손 모양을 재현했다. 피아노 실력자에게도 수준급의 연주를 요하는 곡들임에도 박정민은 모든 디테일을 살려내 실제 연주를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를 ‘음악영화’로 보면 오히려 흥미롭다. 중후반부에 진태가 피아노의 세계를 터득하면서 많은 피아노 연주곡이 흘러나오는데 극중 상황, 인물의 감정과 맞물리면서 꽤나 울림을 준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배우들의 연기와 음악으로 접근하고 보면 ‘그것만이 내 세상’이 만들어진 가치를 납득할 수 있겠다. 17일 개봉.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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