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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방까지 염탐…도 넘은 '채용 갑질'

최종면접자끼리 오픈 채팅방서

무심코 개별질문 등 공유했더니

인사팀 관계자 은밀 감시에 걸려

취준생들 입사문턱서 탈락 잇달아

사측 "애사심 등 필터링 수단일뿐"





취업준비생 고기원(가명·31)씨는 최근 정부지정 벤처기업으로 손꼽히는 A사에 지원했다가 최종면접에서 탈락했다. 최종면접 대상자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모두 합격할 것이라는 인사팀의 사전 공지가 있었던 터라 충격이 컸다. 고씨는 “최종면접 직후 면접대상자끼리 만든 오픈 카톡방에서 임원진 흉을 본 게 인사팀 귀에 들어가 탈락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입사한 면접 동기로부터 들었다”며 “기업 인사팀이 카톡방까지 염탐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푸념했다.

일부 기업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입사지원자를 뒷조사해 합격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채용 갑질이 갈수록 은밀하고 과도해진다는 원성이 높아졌다.

최근 들어 같은 회사에 지원한 취업준비생끼리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오픈 채팅방을 개설하는 경향이 뚜렷해지자 이를 역이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카카오 등 주요 SNS에서 도입한 오픈 채팅은 검색하거나 링크만 알면 누구나 단체 대화방에 들어가 이름이나 연락처를 가린 채 특정 주제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게 특징이다.

A사 인사팀 관계자는 “최종면접 대상자들이 모인 오픈 채팅방에 익명으로 들어가 면접 후 지원자들 사이에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 확인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이어 “면접장에서 확신이 들지 않는 지원자들한테만 별도로 질문하거나 질문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해당 지원자는 대부분 개별 질문에 대한 결과를 채팅방에서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디가 익명이라도 누구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러한 관행은 대규모 공개채용을 실시하는 대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를 채용하고 신입직원 조기 퇴사 비율이 높은 중견·중소기업에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기업 B사 인사팀 관계자 역시 “작은 기업일수록 공개 채용을 실시하는 게 부담이 되는 만큼 힘들게 뽑은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회사와 맞지 않으면 여러모로 손실이 크다”며 “과거에는 SNS를 통해 지원자의 성향이나 특징을 파악했다면 이제는 채팅방에 직접 들어가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나 기본 예의 등을 파악해 최소한의 필터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상당수 기업이 이처럼 은밀하게 지원자들을 뒷조사하는데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합격취소를 통보하는 기업들의 갑질에 분통을 터뜨린다. 취업준비생 김모(28)양은 최근 한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최종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가 며칠이 지나지 않아 합격취소 통보를 받았다. 김양은 “채용공고 연봉이 상여금 포함으로 제시돼 기본급은 얼마인지 따로 물어봤더니 인사팀에서 담당 부서에 확인해준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막상 담당 부서는 ‘구체적인 정보를 캐묻는 지원자는 회사 인재상과 맞지 않는다’며 유선으로 합격 취소 통보를 내렸다”고 하소연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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