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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대우의 비극] 정치권 특혜 논란에 부담...우발채무는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

<대우건설 매각 문턱서 좌초>

저가수주 등으로 부실 커진 해외사업에 결국 발목

인수자 제한적·추가부실 우려...재매각 쉽지 않을듯

산은 '금타'이어 대우건설까지 실패...책임론 커져







대우의 비극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대우건설(047040)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호반건설이 8일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서 대우건설은 또다시 주인 없는 회사로 표류하게 됐다. 지난 1999년 IMF 외환위기의 직격탄으로 대우그룹이 해체되며 워크아웃을 거친 후 약 20년 동안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한 것만 네 번째다.

호반건설은 이날 “더 이상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으며 산업은행에 인수 절차 중단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이 지난달 31일 호반건설을 대우건설 인수자로 선정한 지 9일 만이다. 산은도 이날 호반건설로부터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포기 의사를 전달받고 인수합병(M&A) 절차를 공식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호반건설은 전날 대우건설이 발표한 지난해 4·4분기 실적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3,000억원에 달하는 모로코 플랜트의 대규모 부실이 드러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는 호반건설 한 해 매출액의 3분의1에 해당할 정도로 큰 규모다. 특히 호반건설은 내부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건설은 현재 카타르, 오만, 인도, 나이지리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에서 해외사업을 하고 있다. 해외수주잔액은 5조원 수준이다. 저가수주에 따른 부실과 저유가로 인한 발주 축소로 그동안 수주잔액이 크게 줄기는 했지만 잠재적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대우건설을 ‘건설업계 사관학교’이자 ‘해외시장 개척자’로 우뚝 서게 했던 해외사업이 오히려 매각을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 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매각 과정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정권이 바뀌면 집중적인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담을 느껴 해외사업 부실 문제를 빌미로 발을 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3조2,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대우건설을 그 반값인 1조6,000억원에 매각한 것을 놓고 야당인 자유한국당 등은 ‘호남 기업’인 호반건설에 특혜를 줬다며 의혹을 제기해왔다.

28세 때 자본금 1억원으로 현재의 호반건설을 일군 자수성가형인 김 회장도 무리한 M&A로 정권교체 이후의 뒤탈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특혜 의혹으로 울고 싶은 상황에서 우발채무 확인은 오히려 ‘뺨을 때려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9일 만에 해외 수주 부실을 이유로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대우건설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서울 새문안로의 대우건설 본사 전경. /연합뉴스


대우건설 매각에 단독으로 입찰했던 호반건설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대우건설 매각은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됐다. 이번에 드러났듯이 대우건설에 관심을 보이는 잠재적 인수자가 극히 제한적인데다 추가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추후 산은이 재매각을 추진해도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건설 업체나 중동 아람코 등이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추가 부실 가능성을 거론하며 가격을 후려칠 수도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그룹에서 분리된 대우건설은 경영난으로 워크아웃을 거치며 M&A 시장에 나왔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매달 수백억원의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금호는 결국 ‘승자의 저주’의 고배를 마시고 2009년 다시 대우건설을 시장에 내놓았다.

그 과정에서 ‘건설명가’ 대우건설의 가치는 내리막을 걸었다. 2007년 말 시가총액은 8조원까지 치솟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금호그룹 유동성 위기가 겹치면서 2008년 말에는 2조9,000억원선으로 쪼그라들었다. 2011년 산은에 재매각될 당시 시가총액은 4조3,640억원이었으나 이후 국내 주택시장 침체 및 해외사업장 부실, 추가 수주 부족 등으로 인해 2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날 호반건설마저 인수를 포기하면서 주가는 하루에 8.27%나 급락했다.

일부에서는 산은이 금호타이어에 이어 대우건설 매각까지 실패하면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국민이 주목하는 대형 딜인데다 우발채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산은이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한 건’ 하려다 일을 그르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각 전 대우건설 주가가 5,000원대에 머물면서 산은이 크게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인데도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하다 결국에는 정치권의 특혜 의혹이라는 역풍을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동걸 회장은 사석에서 “고민이 깊다”는 표현으로 장고를 했지만 대우건설을 산은이 갖고 있더라도 정상화가 된다는 보장이 없어 손해를 보고라도 파는 게 유리하는 판단에 따라 매각을 추진했지만 시장에서는 급히 팔려다 체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산은이 대우건설을 갖고 있어도 정상화를 위해서는 감원 등의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정부의 코드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스스로 손에 피를 안 묻히려 하다 보니 매각에만 집중했고, 결과적으로 ‘의문의 1패’를 당했다는 의견도 있다.

/노희영·이혜진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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