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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블록체인 혁신' 기대 크지만...'변형 클라우드' 전락 할수도

■갈길 먼 블록체인 기술

속도·대용량 처리 한계에 '폐쇄형' 논의만 활발

거래 지연·비싼 수수료 등 곳곳 넘어야 할 장벽

위변조 불가능하지만 실물 자체 바꾸면 '도루묵'





블록체인이 그리는 미래는 달콤하다. 한마디로 중앙서버를 없애자는 것이다. 거래당사자를 직접 연결, 중개인(middle man)이 취하던 이익을 서로 나눠 갖자는 얘기다. 거래의 신뢰성, 보안을 담보하던 중앙서버는 다수의 호스트 컴퓨터(노드)가 모인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대체된다. 그래서 과거 인터넷의 발달이 기존 대기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면 블록체인의 발달은 기존 대기업의 존재 이유를 되묻는 쪽이 될 것으로 봤다. 심지어는 세계 경제의 불평등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파괴적 혁신기술’이라는 찬사도 받고 있다.

과연 그럴까.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지난 2009년 처음 등장했다. 블록체인 역시 비트코인의 기반기술로 등장한 만큼 올해로 10년째다. 하지만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10년 동안 현실 세계에서 블록체인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증명한 실사례는 비트코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른 사례들은 이제 막 시작한 파일럿 프로젝트(시범사업)라는 얘기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대중적 퍼블릭 블록체인의 현실화 가능성을 보려면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봤다.

블록체인의 대중적 활성화를 위해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으로는 먼저 거래지연과 비싼 수수료가 있다. 비트코인 거래에 심할 경우 24시간이 걸리고 수십달러의 수수료가 붙는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중앙서버 중심의 기존 인터넷 체제에서 하는 만큼의 속도와 대용량 처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블록체인 기술의 대표적인 장점으로는 위변조가 불가능한 보안이 종종 거론된다. 따라서 이를 농산물이나 의약품 유통에 활용하면 중간에 조작하는 게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위변조나 조작이 불가능한 것은 증서나 정보다. 즉 유통정보다. 실물을 뒤바꾸면 방법이 없다. 예를 들어 안동사과를 서울에서 유통하는 경우 블록체인으로 추적하면 바코드가 부착된 안동사과박스 유통정보를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안동사과를 옆 동네 사과로 바꾸면 이를 알 방법은 없다. 즉 블록체인은 실물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기술이 아니다.

이더리움 플랫폼 위에서 작동하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의 경우 조작 가능성은 더 크다. 스마트 컨트랙트란 일정 조건이 되면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도록 하고 이를 담보하는 블록체인 기술이다. 예를 들어 내일 오전10시에 비 10㎜ 이상이 오면 A가 B에게 100만원을 주고 그 미만이면 B가 A에게 같은 금액을 주기로 하자. 이 계약 자체는 블록체인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므로 조작 가능성이 별로 없다. 하지만 강수량이 10㎜를 넘는지 아닌지는 기후데이터센터에서 받아와야 한다. 이때 조작 가능성이 생긴다. 즉 데이터의 무결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중개업자의 소멸 역시 과장된 희망이라고 말한다. 인터넷 초기 P2P 기술의 분산 네트워크를 활용한 음원 등 파일공유 서비스가 인기를 끌었지만 느린 속도와 바이러스, 보장되지 않는 품질 등에 따라 애플의 아이튠즈가 뜨자 소멸됐다는 사례를 들었다. 따라서 블록체인 시스템이 이 같은 기존 중개 시스템을 대체하려면 비용과 편익 면에서 압도적으로 앞설 때에만 가능한데 그러기에는 아직 요원한 현실이라고 봤다.

사회적 장벽 역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의료정보를 각 개인이 소유하고 통제, 관리하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시작됐다고 하자. 그동안 의료정보는 병원에서 관리하고 때에 따라 빅데이터 정보로 활용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 같은 권한이 줄어들게 되는 병원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리는 만무하다. 부동산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도입되면 당연히 부동산중개인협회 등에서 반발할 수 있다. 그래서 표철민 대표는 “협회가 강하게 조직돼 있지 않은 분야에서 도입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블록체인이 ‘파괴적 혁신’이라는 내러티브의 과잉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다. 오히려 세계적인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블록체인 기술 투자에 적극 나서는 상황을 보면 시장질서의 ‘창조적 파괴’는 무리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개방형(public) 블록체인의 대중화가 계속 지연되면서 기업 중심의 폐쇄형(private) 블록체인 논의가 활발해지자 “기존 클라우드 시스템의 약간 변형된 모습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탐사기획팀=안의식기자 miracl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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