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란 공백기를 거친 후, 러브홀릭의 명곡 ‘그대만 있다면’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리메이크한 신곡을 들고 왔다. 신지수의 ‘그대만 있다면’은 신지수만의 독특한 보이스 톤과 호소력 짙은 감정표현, 담담하게 말하는 듯한 목소리가 원곡과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원곡은 밴드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모던 락(Modern Rock) 장르였다면 리메이크 버전의 ‘그대만 있다면’은 따뜻한 EP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 알앤비(RnB) 장르로 편곡해 신지수의 보이스를 더 돋보이게 한다.
그간 공백기를 가지면서 ‘어떻게 하면 저의 감성이나 음악적인 색깔을 자연스럽게 녹아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리움, 쓸쓸함이 녹아나 있는 가사가 뭐가 있을까 하다가 이 곡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힌 신지수와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Q. 그 누구보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가 신지수이다. 그런데 공백기 1년 간은 아예 음악을 멀리했다고 들었다.
A. 정말 좋아하니까 싫은 기분이랄까. 정말 좋아하고 고민하기 때문에 힘든거다. 그만큼 좋아하지 않으면 그냥 살면 되는 거잖아요. 다른 분들을 위로 해줄 수 있는 따뜻한 음악을 하고 싶었다. 우리가 힘들 때 음악을 제일 먼저 찾듯 음악의 힘이 크다. 퇴근하면서 힘든 하루를 마감하며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 ‘아, 수고했다. 고생했다’ 란 마음이 들어 스스로가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지 않나. 내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었는데 정작 나는 음악으로 위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Q. 3년의 공백기 동안 마음의 눈이 커지고 한 뼘 성장한 것 같다.
A. 15살 이상 많은 세션 쪽에서 잔뼈 굵은 오빠들이, ‘잘 가고 있다’ 며 계속 똑같은 말을 해주셨다. 그 분들은 뭔가 아등바등하려고 하는 숱한 후배들을 봤겠지 않나. 그러면서도 뭘 잘 가고 있냐고 따져 물었다. 분명 본인들도 그런 고민들을 했다고 했다. 같은 고민을 했던 선배들이라 그들의 한마디에 신뢰가 생겼다. 내가 노력을 하고 있고 그런 경험치들이 쌓여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을 제대로 못 느끼고 살아온거다. 노력중독증에 걸린 것처럼. 뭔가를 꾸준히 해오는 자의 노력은 절대 배신을 안 한다고 했다. 그 뒤로 크게 애를 쓰면서 마음을 조급하게 먹기 보단 천천히 내다보려고 한다.
Q. 음악이란 게 꼭 타인을 위로해야 하나. 스스로가 좋아하는 마음이 먼저이지 않나.
A. 저에겐 음악이 ‘위로’였다. 저도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듣고 싶어서 음악을 찾았다. 그 말처럼 저부터 안정을 되찾고 나서 남을 위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위태 위태’한 사람에게 누군가 위로를 받고 싶진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대만 있다면‘을 리메이크하게 됐다. 음악과 가사가 많은 위로가 됐다.
‘그대’라고 지칭하는 게 어떤 이성을 의미하는 게 아닌, 음악을 갈망하는 마음, 감성을 의미한다. 음악을 꾸준하게 이어가고 싶은 제 감성들을 담았다. 들으시는 분들마다 다르겠지만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다.
Q. 음악으로 아팠고 음악 때문에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음악 때문에 살고 있는 것 같다.
A. 음악으로 아픈 건 음악으로 치유를 해야죠. 너무 좋아가는 가수들이 신보를 내면, 꼭 찾아서 듣고 싶은 마음이다. 제 음악도 누군가 그렇게 기다려주고 찾아서 들으셨으면 좋겠다. ‘검정치마’(조휴일)가 4년 만에 신곡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당연히 들어야지 생각했다. 거기서 ‘나는 아니에요’ 란 곡을 새벽에 듣고 엄청 울었다. 검정치마의 음악이 저에겐 해열제 같은 음악이었다.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 역시 저의 뒤늦게 온 사춘기에 꼭 필요했다.
Q. 주변 친구들이 신지수의 변화를 더 확연히 느낄 것 같다.
A. 주변에서 음악 쪽으로 빨리 돌아오라고 더 많이 부추겼다. ‘네가 진짜 갈 길은 노래다’ 고 말 해줬다. 내가 그리워 하는 게 보였나보다. 한번은 그리워서 운적이 있다. 노래를 부를 때가 제일 행복하니까. 갈망이 계속 있는데 그 갈망과 갈증을 그림에만 쏟으니까 음악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울었다. 이 마음이 커지는 만큼 내 노래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 그건 아니다. 음악을 하는 나, 그림을 그리는 나 둘 다 똑같은 저인데 결이 약간 다를 뿐. 사람을 놓고 넌 ‘이과냐. 문과냐’고 구분할 수 없듯이 말이다.
Q. 그렇게 노래하는 신지수로 다시 돌아왔다. 행복을 찾았나?
A. 항상 벼랑 끝에서 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가장 슬플 때 행복이 뭔지 알게 된다. 잊고 있던 작은 게 결국 ‘행복’이었는 걸 알게 됐다. 다 때려치고 싶을 때 잊고 있었던...내가 흥얼거렸던 게 뭐지 뭐지? 기억을 되새겼다. 바꾸지도 못하고 돌아왔다고 할 수 있지만, ‘다시 가야 하는거에요’ 그 노래 때문에 그 음악 때문에 난 그 날 하루 종일 행복했다. 이렇게 행복한데 다시 돌아가려면 막막한 마음도 들었다. 혼자만 외롭게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옆을 못 보고 있었던 거다. 저를 지켜주고 있었던 분이 있었다. 행복이 줄어들고 있으면 슬픔이 커진다고 하는데 그 반대 일 수도 있다. 자기 나름의 균형감각을 세우면 삶이 윤택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꾸준히 생각하는 꿈이 있다면?
A. 음악감독이 되고 싶다. 포털에 음악감독을 검색하면 정명훈 지휘자, 박칼린 음악감독이 나오더라. 그 쪽 과는 다른 의미의 음악감독이다. 먼 미래의 소망 같은 건데 구체적으로 아트 디렉터가 되고 싶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스타일리스트라고 부르기도 하던데, 정확한 명칭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마음이 급해서 이것 저것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경험치들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는 허황된 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자꾸 입 밖으로 꺼내고 나면 창피해서라도 지킨다고 하더라. 뭔가 음악은 한계가 없는 것 같다. 정말 이렇게 말하다보면 지키겠죠. 음악과 함께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오래 오래 건강하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길이란 생각에 늘 꿈꾸고 있다.
Q. 따뜻한 봄에 만나는 가수 신지수라 더 반갑다.
A. 그동안 추운 겨울이었던 것 같은데, 얼음이 많이 녹고 봄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봄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지난 겨울이 추웠고 매서웠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따뜻한 봄 노래를 가지고 왔으니 제 음악을 들으면서 따뜻한 봄이 되셨으면 합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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