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내비친 日

美·유럽 등 긴축정책 선회 속

나홀로 금융완화 경제에 부담

일본銀 총재 "내년부터 검토"

쿠로다 하루히코 (Kuroda Haruhiko) 일본은행 (BOJ) 총재가 지난달 도쿄의 일본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마이너스 금리와 공격적인 양적완화(QE)를 무기로 경기 부양에 나섰던 일본이 출구전략 카드를 만지기 시작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이르면 내년 중 출구전략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일본이 통화정책 정상화 대열 합류를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연임 인사안이 국회에 제출된 구로다 총재는 2일 중의원 운영위원회에서 금융완화 관련 출구전략을 묻는 의원 질문에 “2019년께는 검토할 것임이 틀림없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구로다 총재는 “정부와 연대하면서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움직임을 지원하고 (물가상승률 2%의) 목표 실현을 위한 총마무리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현 시점에서 정책위원들은 2019년 무렵에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로다 총재의 출구 검토 발언에 이날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달러당 1엔 이상 올라 105엔대에 진입했다.

일본 내에서는 미국이 긴축 속도를 높이고 유럽도 출구로 방향을 전환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나 홀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장기간 끌고 갈 경우 부작용이 오히려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만큼 구로다 총재가 탈출구 마련을 위한 사전포석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총재 연임안이 국회에 상정된 만큼 이를 의식한 다목적 계산이 깔린 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빨라지는 각국의 긴축 통화정책 기조에 발을 맞추는 동시에 장기간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부작용 우려 해소를 위해 출구전략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내 더 이상 ‘엔저 신봉론자’가 아니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심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일본 정부는 4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구로다 총재를 연임시키는 인사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다.

다만 구로다 총재가 출구전략의 전제로 삼고 있는 물가 2% 상승 목표가 달성될지는 불투명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19년은 소비세율 2차 인상이 예고돼 있는데다 도쿄올림픽 특수도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경기 상승 속도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연임하는 구로다 총재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일본은행도 2019 회계연도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올해 예상치인 1.4%의 절반인 0.7%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현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