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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괴물들’ 이이경, “학교폭력 가해자를 위로해주고 싶진 않았다”

‘이이경’이란 이름 자체로 반가운 배우. 건강하고 유쾌한 기운이 가득한 배우와의 인터뷰는 즐겁다. 작품의 규모보단 작품 및 함께 하는 사람이 좋아서 선택했다는 그. 그럼에도 늘 “타이밍과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2012년 영화 ‘백야’로 데뷔, 이후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 JTBC 드라마 ‘마녀보감’,KBS2 드라마 ‘고백부부’에 이어,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통해 친근하고 코믹한 매력을 선보여온 배우 이이경이 ‘괴물들’에서 새로운 악역 연기에 도전했다.

배우 이이경




8일 개봉을 앞둔 영화 ‘괴물들’(김백준 감독, (주)K 프로덕션·버티고필름·플로우식스 제작)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해야 하는 소년과 원하는 건 어떻게든 가져야 하는 소년, 그리고 그 두 소년 사이에 있는 천진난만한 소녀.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10대들의 권력과 폭력의 비극을 그린 청춘느와르다.

부산-롯데 창조영화펀드, 영화진흥위원회 국제공동 지원작으로 선정되며 기획 단계부터 주목 받은 ‘괴물들’은 앞서 ‘이웃사람’을 연출했던 김휘 감독이 제작했다. 배우 이원근, 이이경, 박규영, 오승훈 등이 제 몫을 해내며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 ‘괴물들’에서 이이경이 분한 ‘양훈’ 캐릭터는 단순한 악역을 넘어 시스템이 빚어낸 괴물. 양훈은 1인자 용규가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대신하게 되면서 재영(이원근)을 괴롭힌다. 재영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학생 보영(박규영)의 뒤까지 밟게 한다.

연출을 맡은 김백준 감독은 “강함과 거친 모습뿐만 아니라 순수함, 가벼움까지 보여줄 수 있는 배우 이이경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가장 확실하게 표현해 줄 배우”로 그를 캐스팅한 이유를 전하기도.

한 대 때려주고 싶을 만큼 얄미운 학교폭력 가해자 역할을 맡은 이이경을 만났다.

Q. 학교폭력의 가해자 양훈 역을 맡았다. 양훈이란 인물을 준비하면서 고민한 부분은 ?

A. 영화 전체가 학교 폭력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공포적인 게 깔려있다. 그 속에서 전 가해자 역할이다. 다만 전형적으로 눈에 힘을 주기 보다는 사람에 따라 행동이 달랐으면 했다. 서열에 따른 행동이 달라 피해자들에게 화풀이 혹은 분풀이를 하는 인물로 그려졌음 했다.

무엇보다 (피해자 역)이원근이랑 합을 많이 맞추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원근이에게 이렇게 했을 때 감정이 어때?란 질문을 많이 했다. 제가 더 돋보이게 되거나, 원근이가 불편하면 안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많이 물어보고 장면을 잡아갔다. 그 뒤에 감독님이 수위 조절을 해주시면 원근이가 다음 것을 가져갈 수 있게 농도 조절을 했다. 그 안에서 대사는 재미있게 하려고 했다. 원근이 본인이 괴물이라고 표현 할 만큼 제가 많이 물어보고 도움을 받았던 현장이었다.

Q. 원근씨도 힘들었겠지만 매번 누군가를 괴롭혀야 하는 역이라 이경씨가 상당히 힘들었을 듯 하다.

A. 감독님이랑 이야기한 것 중에, 관객들이 원근이 감정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원근이는 감정을 응축해서 터트려 줘야 하는 역이라면, 제가 맡은 양훈은 그런 원근의 감정이 터질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 역이라고 하셨다. 전 현장에서 이야기도 하면서 촬영에 들어갈 수 있는데 원근이 인물의 감정에 몰입해야 해서 힘들었을 것 같다.

사실 원근이 키가 187이다. 너무 크다. 그 점이 난 가장 힘들었다. 하하. 가해자인데 피해자를 많이 올려다보면서 대사를 해야 해서 살짝 힘들긴 했다.







Q. 영화 속에서 이원근(재영), 박규영(예리)씨에게 못된 짓을 참 많이 한다. 그만큼 배우들과의 합이 좋아서 몰입하면서 볼 수 있었
다.

A. 실제 촬영장에선 욕을 하거나 뺨을 때리는 신이 많았는데 영화적으로 많이 안 나왔다. 수위가 조절이 된 느낌이다. 그리고 가해자로서 원근이를 때리는 게 쉽지 않았다. 심지어 나는 (괴롭히는 걸)좋아해야 했다. 아이러니 한 게 있었다.



그런데 점점 신뢰가 쌓아지니까 뭘 하더라도 받아주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재영이를 예리 방에서 끌고 나가면서 제가 원근이 뺨을 때리는 장면이 있다. 제가 키는 피해자이다.(웃음) 원근이를 올려다봐야하고 힘이 세서 못 데려가겠더라. 그래서 양훈이의 마음으로 뺨을 때렸는데, 원근이가 그걸 받아줬다. 서로 목적은 달랐지만 다급해 보이는 그 마음이 잘 담긴 장면이다.

예리씨에게 못된 짓을 하는 장면은 찍을 땐 몰랐다. 공포 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무섭진 않듯, 약속된 합의하에 세팅도 오래하고 이야기도 충분히 하고 촬영을 했다. 전 이런 시늉을 내면 카메라가 빠졌다. 그런데 막상 완성본을 극장에서 보면서는 정말 양훈이가 나빴다는 걸 알겠더라.

Q. 양훈이는 이 모든 폭력 행위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고 행하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일까?

A. 알면서도 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편으론, 양훈이가 살아남는 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 안에서 1인자 용규라는 친구에게 가려져서 당하면서 살아왔다. 반대로 보면, 흔히 말해 말이 좋아 2인자지 1인자가 누렸던 걸 누려보고 싶은 마음이 컸을거다. 이렇게 해야 다른 친구들이 무시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아이다. 그래서 양훈이의 행동이 그 안에서 살아남는 법이라고 생각을 했다. (양훈이의 행동을 받아주는)재영이 역시 살아남으려고 하는 자이다. 작은 사회 안에서 서로 살아 남으려고 하는 법이 다른 것 같다. 그렇다고 학교 폭력 가해자인 양훈이란 인물을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Q. 양훈은 권력의 잘못된 이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서열문화에 누구보다 잘 적응하는 인물이다.

A. 양훈 역시 서열문화의 피해자이다. 그렇기에 양훈이가 피해자 앞에서 불쌍하게 여겨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너무 약한 모습을 보게 되면 동요를 하게 되니까. 사실 영화 속에서 빵을 한입 먹고 원근이에게 뱉는 장면이 없었던 장면인데, 감독님과 이야기한 끝에 들어가게 된 장면이다. 빵을 많이 준비해달라고 하고 제가 먹고 뱉으면, 제 (서열)위에 있는 친구가 저에게 뱉는 장면으로 나왔다. 그런 폭력과 화풀이 등이 되물림 되고 있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폭력 자체가 희화되면 안 된다고 느꼈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와 연습 끝에 나온 장면이다.

Q. 양훈을 표현하면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없었나?

A. 연극이 아닌 신 바이 신 촬영이었고, 감독이랑 이야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이해가 안 가는 건 없었다. 마지막 장면 그 부분 분량이 많이 없어진 건 시사 때 보고 알았다. 제가 실컷 두들겨 받고 긴박한 상황에서 도망가는 장면이다. 풀숲에서 실제로 제대로 확 넘어졌는데 컷 하지 않고 계속 도망가는 장면을 찍었는데 그대로 없어졌더라.

감독님이 언론시사가 끝나시고 미안해하셨다. ‘미안해. 많이 잘렸지’ 라고 말씀 주셨는데, 저는 괜찮은 게 그래도 재미있게 봤다. 정말 주변에도 그렇고, 투자사, 제작사 쪽에서도 양훈이 이 친구가 더 나빴으면 좋겠다. 원근이랑 상반됐으면 한다는 말을 했는데 그렇게 그려진 것 같아 좋았다.



Q. 교복을 입고 나오는 연기가 어색하지 않다. 다시 한번 고등학생 연기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나?

A. 10년을 거슬러 아니 10년의 시간을 반대로 가서 연기를 해야 했다. 아직 교복을 입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한편으론 (관객들이)거리낌을 느끼면 어쩌지?란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역할이 들어가면 인물의 나이대보단, 저에 대한 포지션을 먼저 잡으려고 한다. 원근이가 이 영화의 키를 쥐고 있고, 그가 폭발하면 저도 폭발하고, 궁지에 몰리면 저 역시 궁지에 몰리게 된다는 걸 생각하니 나이를 뒤로 하게 되더라.

또 한번 교복을 입는 것? 괜찮을까? 상대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저희 작품을 함께 한 김성균 선배도 ‘응답하라’ 시리즈를 했잖아요. 하하. 알지만 보는거죠.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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