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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첫방] 노희경 작가이기에 가능한 현실 청춘의 묘사

‘라이브’ 정유미와 이광수가 현실적인 청춘들의 이야기로 공감을 자아냈다.

지난 10일 방송된 tvN 새 토일드라마 ‘라이브’(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 첫 회에서는 한정오(정유미 분)와 염상수(이광수 분)가 취업준비생으로서 고군분투하다 경찰 공무원 준비를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사진=tvN




이날 방송에서 경찰이 된 한정오와 염상수는 눈 내리는 시위 현장에서 끼니를 때웠다. 손이 얼어서 숟가락으로 밥을 퍼먹기도 힘든 상황. 배식을 받아 길가에 쪼그려 앉아 밥을 먹던 두 사람은 서로 눈이 마주쳤고, 잠시 시선을 주고받다가 다시 식사에 열중했다.

시간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취준생인 한정오는 식당에서 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다 집에 들어왔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는 보험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었고, 한정오는 늦은 시간에도 밥을 차려놓고 엄마 약을 챙기는 등 바쁘고 고된 삶을 이어나갔다. 서울에서 열리는 취업박람회에 가기 위해 엄마에게 5만 원을 달라고 해야 하는 처지였다.

우여곡절을 겪고 취업박람회에서 면접을 보게 된 한정오는 또 다른 벽을 만났다. 스펙이나 군 제대 여부를 물어보는 등 한정오에게 부당한 질문들이 이어졌던 것. 반면 자신보다 영어점수 등이 낮은 남자 선배는 면접에 합격했다. 한정오는 면접 자리를 박차고 나오며 “고용노동부 사이트에 면접에서 당한 거 쓰겠다”고 다짐했다.

한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염상수의 처지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형이나 친구에게 부탁해 회사 주식을 사는 등 정직원이 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했다. 청소 일을 하는 엄마나 제약회사 영업일을 하는 형도 사정이 좋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 염상수는 “두 달 동안 하루도 못 쉬고 일했는데 연애마저 없으면 웃을 일이 뭐가 있냐”며 친구들과 클럽에 다녔다.

고난은 한꺼번에 닥쳤다. 염상수는 다리 다친 엄마를 데리러 간 병원에서 공무원을 하고 있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와 만났다. 차를 끌고 온 엄친아와 자신의 처지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다니던 회사는 불법다단계로 공중 분해됐고, 형은 애인과 헤어졌다며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한정오와 염상수는 가장 힘든 순간에서 경찰공무원(순경) 모집 공고를 봤다. 한정오는 “공무원은 시험 점수만 본다. 다른 스펙 안 보고 여자도 승진이 된다”며 기숙학원에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엄마를 미혼모로 살게 한 아버지를 만나 이천 만원을 요구했다. 염상수 역시 엄마를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노량진으로 향했다.

드디어 시험에 합격했으나 이제부터는 또 다른 시련의 연속이었다. 중앙경찰학교에 입학한 이들은 강력계 오양촌(배성우 분) 경감에게 교육을 받게 됐다. 오양촌은 “경찰시험 붙어서 학교 오면 모든 게 끝났다고 정신 빠져서 희희낙락 했을 거다. 그 생각 쓰레기통에 쳐 넣어라. 얼빠진 놈 한 놈 이상 반드시 쫓아낸다”며 호되게 훈련시켰다.



그리고 드디어 시위현장 실습 날이 다가왔다. 교육생들은 “지구대 갈 때까지 살아남자”며 서로 다독였다. 그리고 시위 현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는 구호를 외쳤다. 상관은 교육생들에게 “쳐맞아도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말고 시위대가 밀어도 밀리지 말고 동료가 맞아도 구하지 말고 오로지 대열만 지키며 전진 한다”고 가르쳤다.

/사진=tvN


‘라이브’는 전국에서 제일 바쁜 ‘홍일 지구대’에 근무하며 일상의 소소한 가치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바쁘게 뛰며 사건을 해결하는 경찰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빠담빠담’의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PD가 의기투합했다.

첫 회에서는 왜 한정오와 염상수가 경찰을 선택하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청년 실업 100만 시대에서 이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인물이 아니었다. 학력이나 성별 등 여러 스펙에서 밀려 탈락에 탈락을 거듭하는 청춘, 애써 인턴이나 계약직으로 입사했어도 정규직 전환은 하늘의 별따기인 청춘은 드라마라기엔 슬프게도 너무나 현실이었다.

결국 취업이 아닌 공무원으로 눈을 돌렸지만 그것은 고난의 또 다른 시작이지 결코 끝이 아니었다. 노희경 작가는 앞서 “촛불집회에 나온 경찰들이 시위대의 눈을 보지 못 하더라”라며 과연 그들이 원해서 이 자리에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개개인은 공권력이 아니라 오히려 공권력의 희생양일 수 있다는 것.

‘역시 노희경이다’라는 감탄이 나오는 묘사들이었다. 노희경 작가가 말한 것처럼 너무나도 현실적이라 보기 힘들지만 그렇기에 봐야만 하는 드라마였다. 누군가의 삶에서 아주 지질한 부분까지 그려내면서 결국 우리 모두 그렇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공감과 위로를 안기기에 충분했다.

드라마 말미에서는 시위대 현장을 비롯해 진짜 경찰업무를 시작하는 한정오, 염상수 등의 모습이 예고됐다. 앞서 ‘꽃보다 아름다워’ ‘그들이 사는 세상’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냈던 노희경 작가가 이번에는 경찰의 이야기를 통해 또 어떤 울림을 안기게 될지 기대가 모인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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