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 방송사고로 씨그널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급락한 것과 같이 아이돌의 일거수일투족이 엔터주를 웃고 울게 하고 있다. 아이돌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대표 상품인 만큼 악성 스캔들이 터지면 소속사 주가가 출렁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예측하기가 어려운 영역이어서 투자에 돌발 변수로 작용한다.
20일 코스닥 시장에서 씨그널엔터테인먼트는 16.72%(1,660원) 하락한 8,27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7,750원까지 하락하며 8,000원선 아래로 추락하기도 했다. 거래량도 165만주를 넘어서 올 들어 하루 거래량 최대기록을 경신했다.
인기 아이돌 워너원이 전날 새 앨범 출시 행사에서 논란이 되는 발언을 한 것이 씨그널엔터 주가에 악재가 됐다. 씨그널엔터가 31%의 지분을 갖고 있는 드림티엔터테인먼트는 워너원이 소속된 YMC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이다. 워너원의 전날 스캔들이 지분관계로 이어진 상장사 씨그널엔터 주가에까지 연쇄적인 충격을 준 것이다. 실제 씨그널엔터는 지난해 12월 드림티엔터 지분 인수 후 워너원 효과에 올해 들어 16일까지 주가가 200% 넘게 급등했다. 하지만 전날 워너원 스캔들에 주가는 이틀 연속 10% 넘게 떨어졌다. 인기 아이돌 효과가 ‘양날의 칼’로 작용한 셈이다. 예상하지 못한 악재 속에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준비한다는 소식도 주가에 악재로 부상했다.
반대로 소속 아이돌의 인기에 실적이 좋아지면서 주가가 우상향 하는 경우도 있다. 트와이스 효과에 엔터테인먼트 최고 블루칩으로 떠오른 JYP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데뷔 2년 차인 지난해 국내에서만 앨범 115만장을 판매한 트와이스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으로 팬덤을 넓히고 있다”며 “트와이스를 포함한 아이돌 효과에 JYP엔터가 오는 2020년까지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매년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YP엔터 주가는 트와이스가 데뷔한 2016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상승하며 지난해 179% 올랐고 올해 들어서도 54%나 상승했다.
아이돌 스타의 공백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시장 지형을 바꿔 놓기도 한다. 최근 지드래곤을 포함해 빅뱅 멤버들이 군 입대를 하면서 소속사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는 3대 연예기획사의 지위를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기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빅뱅 없이도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와이지만의 콘텐츠 경쟁력을 증명해야 현 주가에서 의미 있는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한금투는 와이지엔터 목표주가를 3만2,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도 빅뱅 없는 와이지가 우려된다며 함께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남자 스타의 군 입대로 불안한 주가 전망을 받는 것은 와이지엔터가 처음이 아니다. SM으로 인수된 키이스트는 자사 소속 한류스타인 김수현의 군 입대를 공시로 밝히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아이돌 스캔들은 소속사들도 관리하기 힘들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관련 이슈를 챙겨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엔터테인먼트 전문 연구원은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IR 행사에 아이돌을 출연시키는 등 홍보 효과도 있지만 반대로 악성 스캔들에 주가 충격을 받는 경우도 많다”며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대표 아이돌들의 군 입대나 해외 진출도 투자의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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