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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호텔 옆에 호텔 '호텔공화국'…객실 두개 중 하나는 '빈방'

공급과잉 역풍 맞는 호텔산업 

외국인 입국객 22% 줄었는데

객실수 12% 늘어 예약률 20%P↓

앰배서더·마포 글래드 호텔 등

대형호텔 오픈 잇따라 불안 가중

사드보복 철회로 유커 귀환해도

에어비 등 대체수요 늘어 겹악재





# 서울 도심에 위치한 모 비즈니스호텔. 중국인 관광객(유커) 등 외국인을 겨냥해 들어선 이 호텔은 요즘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실률이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호텔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급호텔이야 내국인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 어렵게 버티고 있다”며 “하지만 관광객을 겨냥해 우후죽순 들어선 중소 규모의 비즈니스호텔의 경우 서울만 놓고 봐도 평균 공실률이 40~50%에 이른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객실 10곳 중 5곳가량이 빈방인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호텔 공급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에 비즈니스호텔인 ‘포포인츠바이쉐라톤서울강남’이 문을 열었다. 이달에는 서울 서교동 옛 서교호텔 자리에 ‘라이즈오토그래프컬렉션’도 오픈한다. 글래드호텔도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개장하는 등 호텔 공급은 계속되고 있다.

호텔 시장의 공급과잉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유커 감소 등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공급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어서다. 더 심각한 것은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 금지를 푼다 해도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다. 유커의 여행패턴 변화와 에어비앤비 등 대체 서비스 시장 발달로 문을 닫는 호텔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인터넷 A업체의 한 관계자는 “자사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중소 호텔 예약률이 올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며 “외국 관광객 수요는 물론 국내 수요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수요는 주는데 공급은 우후죽순=한국관광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말 기준 전국에서 1,617개 업체가 14만3,416개의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전년도 대비 업체 수는 6.1%, 객실은 12.3% 증가한 수치다. 2011년만 해도 전국 호텔 업체는 711개에 불과했다. 불과 몇 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2012년 7월 정부의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 시행으로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평균 3% 수준이던 객실 증가율이 최근 몇 년간 평균 10% 이상을 기록했다.

호텔 공급을 주도한 장본인은 중소 규모의 비즈니스호텔이다. 5성급 호텔은 2013년 75개에서 2017년 78개로 거의 변화가 없다. 4성급 역시 이 기간에 29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중소 호텔로 분류되는 1~3성급(미등급 포함)의 경우 571개에서 831개로 크게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과 제주·인천에서 호텔이 크게 늘었다. 2017년 기준으로 2013년과 비교해 보면 호텔 업체 증가율이 제주는 무려 96.8%다. 서울은 73.0%, 인천이 53.1%를 기록하고 있다.



호텔 공급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앰배서더호텔은 현재 23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데 오는 2021년까지 32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향후 3년간 준공 예정인 호텔 수만 170여개(객실 수 7만여실)에 이른다. 서울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호텔 객실 수가 사상 첫 5만실을 넘어섰다. 추가 예정까지 포함하면 7만실로 불어나게 된다. 반면 수요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중국인 입국객이 줄면서 지난해 전체 외국인 입국자 수는 1,334만명으로 전년 대비 22.6% 감소했다. 비즈니스호텔을 지탱해준 유커의 귀환은 아직도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유커 귀환해도 어려움 지속될 듯=특급호텔들은 현재의 위기를 내국인 마케팅 강화로 풀어나가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문제는 더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즈니스호텔이다. 호텔 업계는 유커 귀환 시 공급과잉 이슈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이전 유커 방문객은 800만명을 넘어섰다. 사드 보복 이후 절반으로 줄었다. 다시 회복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다. 모 호텔의 한 관계자는 “금한령이 해제되면 호텔업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며 “비즈니스호텔의 경우 유커의 귀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어려움이 더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년간 호텔 업계에 종사한 한 관계자는 “호텔은 재고가 없는 산업으로 당장 객실을 채우지 못하면 결국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문을 닫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호텔업이 큰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호텔을 대체할 수 있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위기의 한 원인이다. 대체 서비스인 에어비앤비나 게스트하우스 등이 급성장하고 있다. 모 인터넷 업체의 한 관계자는 “호텔들이 중개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온라인 예약을 강화하는 곳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커의 여행패턴이 바뀌고 있는 것도 불안요소다. 예전처럼 여행과 쇼핑을 함께 즐기는 것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쇼핑만 하고 돌아가는 게 보편화되고 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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