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방송되는 KBS2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잊지 말아요 4월의 약속 - 세월호 희생자 합동 영결추도식 72시간’ 편이 전파를 탄다.
지난 1,448일 동안 별이 된 아이들을 지켜 온 영혼의 보금자리 안산 합동분향소. 이제 그곳을 떠나 아이들은 먼 여정을 떠나야 한다. 남겨진 숙제, 못다 한 약속. 많은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사람들. 찬란한 봄날, 어머니 아버지들의 다짐을 그린 이야기다.
▲ 세월호 희생자들의 안식처, 안산 합동분향소의 마지막 72시간
2018년 4월 16일, 세월호 4주기 합동 영결·추도식을 끝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이하 안산 합동분향소)가 문을 닫는다. 안산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에 세워진 안산 합동분향소는 4년 동안 269위의 영정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전해왔다. 이곳을 찾은 추모객은 73만여 명, 이들의 방명록만 1,961권이다. 유가족들에게는 ‘내 아이의 안식처’이자 ‘마음의 구심점’이었고, 시민들에게는 참사의 아픔이 생생히 기록된 서고와도 같은 곳이었다.
그런 그곳이 4월 16일을 끝으로 정리 수순에 들어간다. 아이들의 영정과 위패 등 지난 4년간의 추모 및 전시·기록물은 새로 건립될 4.16 생명안전공원에 둥지를 틀 예정이지만,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공원 건립 찬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이러한 가운데 유가족들이 맞는 세월호 4주기에 대한 다짐은 각별하다. 분향소는 마지막이지만 진실을 밝히는 일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것.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2기 출범을 계기로 2018년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원년으로 삼자는 것이다.
4월, 세월호 참사 이후에 맞는 네 번째 봄. 못다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일어서는 어머니 아버지들의 이야기와 안산 합동분향소의 마지막 72시간을 담았다.
“지난 4년간 안산 합동분향소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는 구심이 되어 왔어요. 물론 아이들이야 여덟 곳의 추모공원으로 흩어져 있죠. 그렇지만 국민들 마음속엔 이곳이 추모의 공간이었어요. 하지만 영결식이 끝나고 나면…. 사람들에게 구심점이 생길까요? 아이들의 희생을 계속 기억해줄까요?”
- 강지은(단원고 2학년 8반 지상준 엄마)
▲ 세월호 4주기를 앞둔 광화문과 목포 신항, 그리고 안산 합동분향소의 현장기록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둔 주말, 광화문과 목포에서 열린 추모행사에는 각각 만 오천 명, 오천 명의 추모객이 함께했다. 4월 14일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작은 분향소와 세월호 노란 리본 전시는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다. 6시부터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시작된 ‘다짐문화제’에는 연극팀, 전인권, 이상은의 공연과 더불어 유가족으로 구성된 416 합창단도 무대에 올랐다.
4월 15일 일요일, 목포 신항 북문에는 세월호 4주기를 앞두고 청소년들과 전남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세월호참사 4년 기억 및 다짐대회’가 열렸다. 다짐대회에서는 유예은 학생의 아버지 유경근 씨의 발언과 목포 YMCA 청소년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은 안산 합동분향소엔 나흘 동안 만 여 명이 넘는 추모객이 찾아왔다. 4주기 당일, 정부 주관으로 진행된 합동 영결?추도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영춘 해수부장관과 김상곤 교육부장관 등이 사죄의 의미로 먼저 헌화를 진행했다. 또한 영결 추도식에 마련된 5천 석의 좌석이 모자랄 만큼 수많은 시민이 아픔을 함께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현장 곳곳에서 시민들의 가슴에 남은 못다 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제가 세월호를 추모한다고 말하면 아직도 세월호 타령이냐 하면서 정치 얘기들 많이 하시는데 정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진심으로 추모하는 것뿐이에요
- 최지혜 (광화문 세월호분향소 추모객)
“분향소가 계속 영원히 있을 줄 알았는데 철거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100년, 200년 후에 자라날 아이들이 이런 참사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려면 합동 분향소가 잘 보존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 이채연 (안산 합동분향소 추모객)
▲ 추모 현장에서 만난 유가족들의 목소리
안산 합동분향소 옆 컨테이너, 유가족들이 모여 서로를 달래고 아이들의 영정사진을 지켰던 유가족 대기실이다. 그곳에서 만난 유가족들은 달력이 아무리 넘어가도 여전히 시간은 2014년 4월 16일에 멈춰있다고 한다. 여느 부모처럼 자녀에 대한 추억과 자랑은 마르지 않는다. 세영이와 함께 탄 오토바이, 영만이가 엄마를 생각하며 쓴 일기, 수학여행 3일 전에 얼떨결에 찍힌 준영이의 사진은 그대로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별이 되었다.
벌써 네 번째 봄을 맞이한 유가족들은 슬픔을 딛고 그 어느 때보다도 동분서주하게 움직인다. 유가족들은 광화문광장 맨바닥에 앉아 진실규명을 외친지 하루 만에 목포로 내려가 세월호 선체와 마주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합동?영결식에 입을 상복을 찾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합동영결식 다음날 유가족들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2기의 회의장을 찾았다. 아이들이 남겨준 숙제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또 다른 보금자리를 찾아갈 때까지, 그리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어머니 아버지의 걸음은 멈출 수 없다.
“4월 16일이 돌아오는 게 너무 두려워요. 다시 상복을 입어야 된다는 것도 너무 힘들고요. 영결식 같은 형식적인 행사를 통해서는 아이를 정리하기가 힘들어요. 아이들은 여전히 우리 가슴 속에 남아있는데, ‘아이를 보내라’는 그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 이미경 (2학년 6반 이영만 엄마)
“우리가 어제 합동 영결 추도식을 하느라 많이 울고 지쳤어요. 그래도 오늘 특별조사위원회를 안 가면 지는 것 같아서 꼭 가야겠어요. 진상규명 될 때까지 쉬지 않고 갈 거라는 걸 보여줘야죠. 빠른 시일 내에 진실을 밝히고 하늘나라에 간 우리 아들하고도 마음 놓고 얘기하고 싶은데…. 그날이 꼭 오겠죠?”
- 최지영(2학년 6반 권순범 엄마)
▲ 남겨진 숙제 - 사고원인에 대한 진상규명과 4.16 생명안전공원 건립
여전히 세월호에는 5명의 미수습자가 남아있고, ‘사고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이라는 과제도 있다. 이를 위해 2018년 3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2기가 출범했다. 세월호는 2018년 5월 선체 직립을 앞두고 있다. 세월호, 그 기나긴 항해는 끝났지만 진실을 향한 항해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4.16 생명안전공원이다. 안산 시장은 화랑유원지에서 합동분향소를 정리하는 대신, 4.16 생명안전공원 건립을 약속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더 나아가 안전사회를 바라보기 위한 기치로 삼자는 것. 현재는 안산 화랑유원지 내에서 유원지 30분의 1 크기의 부지만 정해졌다. 4.16 생명안전공원은 현재 여덟 군데로 흩어진 아이들이 돌아올 보금자리로써 세월호 유류품, 추모 전시물 등이 배치될 예정이다.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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