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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배당·쥐꼬리 기부금... 더 심해진 명품의 한국 소비자 무시





# ‘롤렉스(ROLEX)’는 명품 시계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에 소개된 브랜드 수가 늘어나고 소비자들의 선호가 다양해지면서 피아제·IWC 등에 밀리고 있다. 이는 실적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61% 감소한 2,994억원에 그쳤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해 글로벌 본사에 45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전년에 비해 50억원 줄었지만 지난해 당기순이익 417억원보다 큰 규모다. 실적이 악화하는데도 ‘배당 잔치’를 벌인 셈이다. 이 같은 사례는 롤렉스만이 아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주요 명품 브랜드 14개 업체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순이익과 맞먹는 금액을 배당해 이익 대부분을 본국으로 유출하는 ‘고배당’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다수 명품 브랜드가 많게는 몇조원, 적게는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지만 한국 시장에 내놓는 기부금이 ‘0’원인 업체도 수두룩했다. 스와치그룹코리아도 비슷한 사례다. 이 회사는 ‘스와치’ 외에 ‘브레게·블랑팡·해리윈스턴’ 등 고급 시계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매출이 2,877억원으로 전년 대비 3.97% 늘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45억원을 배당한 데 이어 올해도 지난달 638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 자금은 글로벌 본사로 들어갔다. 영업이익은 1억원가량 늘었는데 배당금 증가폭은 5배에 가깝다.

◇명품 브랜드 대다수 기부금 완전 삭감=국내 현지법인 형태로 진출한 명품 브랜드의 상당수는 지난해 기부금이 전액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브랜드는 사회공헌 규모가 너무 작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그나마도 줄인 것이다.

이탈리아 핸드백·구두 등 패션잡화 브랜드 토즈의 한국법인인 토즈코리아의 기부금은 2016년 7,050만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한 푼도 없었다. 명품 패션잡화 브랜드 펜디도 2016년 651만원이었던 기부금이 지난해는 0원을 기록했다. 캐시미어로 유명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로로피아나 역시 지난해 기부금이 전년 대비 500만원 줄어 한 푼도 없었다.

그 외 2016년 300만원을 기부했던 페라가모코리아는 지난해 기부실적이 없다. 크리스찬디올은 1,280만원에서 지난해 530만원으로 액수가 절반 넘게 줄었다. 발렌시아가·불가리·발렌티노 등은 아예 기부금 지출이 없었다.

◇기부금, 어디 쓰였는지도 모른다=그나마 기부금을 낸 곳도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자세한 기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테가베네타코리아는 지난해 약 130만원을 새롭게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하지만 어디에 기부했는지는 주석 형태로도 볼 수 없었다. 인터넷상에서도 찾지 못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대부분 폐쇄적 경영방식을 고수하는 편이며 이런 맥락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어떻게 진행했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려지지 않는다. 한국코카콜라·오비맥주 등 상당수 글로벌 기업의 한국법인들이 각종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들 업체의 경우 글로벌 본사에서 각국 법인별로 기부를 비롯한 사회공헌 활동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를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비인기 스포츠 종목 선수 후원, 환경정화 활동, 저소득층 대상 기부 등 각종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투자도 많다.

◇본사 배당금은 여전히 높아=명품 브랜드들은 기부금이 적어지고 실적이 떨어져도 본국으로 보내는 배당금은 낮추지 않았다. 펜디코리아는 지난해 50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이 기간에 거둔 영업이익은 약 2억7,300만 원으로 배당금이 영업이익의 20배에 육박한다. 지분을 글로벌 본사가 100% 쥐고 있어 이 돈은 고스란히 해외로 나갔다.

불가리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배당금이 140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억원, 13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버버리코리아는 2016년 300억 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 규모가 1년 사이 두 배 늘었다. 버버리코리아는 3월 결산법인으로 지난해 감사보고서는 올 6~7월께 공개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명품들이 지난해 배당금은 더 늘리고 기부금은 더 줄였다”며 “이 같은 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과도한 로열티를 본사에 보내면서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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