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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AT]종교·민족 '엉킨 실타래' 예루살렘...또한번 '통곡의 땅' 되나

■예루살렘의 어제와 오늘

19세기 말 1차 세계대전 후 유대인 이주 이어지며 본격 갈등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공통성지...종교적 분쟁 끊이지 않아

14일 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앞두고 이-팔레스타인 시위 격화

'분노의 날' 선언한 팔...1987년·2000년 이어 세번째 봉기 예고

지난 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령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간 보안장벽 인근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이스라엘군과 대치하고 있다. 3월30일부터 이어져온 항의시위는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을 맞아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 이전하는 오는 14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가자지구=EPA연합뉴스






하나의 땅이지만 세계 3대 종교인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예루살렘이다. 현재는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지만 국제법상 어느 나라의 소유도 아닌 도시로 불린다. 얽히고설킨 예루살렘의 역사 때문이다. 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기원전 1,000년 무렵 다윗왕이 고대 이스라엘 왕궁의 수도로 삼았지만 기원전 63년에 국교가 기독교인 로마군에 점령당한다. 638년에는 다시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인에게 함락돼 그들의 지배를 받은 역사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3대 종교의 발생지이자 각축장으로 중동 분쟁의 핵심 지역으로 주목된다.

이런 역사 배경을 가진 예루살렘이 최근 격랑에 다시 빠져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대사관까지 옮기겠다고 선언하며 불쏘시개를 자처해 갈등의 불씨가 또다시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 건국일이자 팔레스타인인에게는 강제이주를 당한 치욕의 날인 5월14일을 앞두고 팔레스타인 자치령에서 시위가 격화돼 ‘제3의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의 반(反)이스라엘 저항운동)’로 인한 유혈사태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스러운 순례지로 알려진 예루살렘에서 피비린내 나는 전쟁과 테러가 반복된 역사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얽힌 역사 속에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중심에 있다. 유대인 중심의 이스라엘과 무슬림 중심의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유럽에서 억압받던 유대인들 사이에 ‘시온주의(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목적인 민족주의 운동)’가 등장한 19세기 말부터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이 위임통치하던 기간에 유대인들의 대규모 이주가 이어진 것이 팔레스타인 거주 무슬림과의 유혈충돌이 한층 더 거세지는 출발점이 됐다. 1948년 이스라엘은 건국과 함께 예루살렘 서쪽을 장악하고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동예루살렘마저 차지하면서 분쟁은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됐다. 이 과정에서 졸지에 피난민이 된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을 무단 점령했다고 반발했다. 1948년 이후 팔레스타인은 70만명이 삶의 터전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 1993년 이스라엘과 ‘오슬로 평화협정’을 맺고 자치정부를 수립한 팔레스타인, 하지만 그들에게 예루살렘은 ‘미래의 수도’로 여겨져 양쪽의 갈등은 여전하다.





예루살렘을 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지루한 싸움을 이어가는 것은 이곳이 이들에게 뿌리인 자신들의 종교 발생지이자 성지이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은 유대인에게 왕궁과 성전이 있던 곳이고 이슬람교인에게는 창시자 마호메트가 처음 계시를 받고 마지막으로 승천한 역사적 도시다. 기독교인들 역시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고 부활한 곳이다. 실제 예루살렘의 핵심지역인 올드시티에는 각 종교의 성지가 나란히 있다. 예루살렘 올드시티 남동쪽에 위치한 ‘통곡의 벽’은 로마제국 시절 유대교 성전이 모두 파괴되고 남은 유일한 흔적으로 유대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매년 전 세계 유대인들이 찾는 성지로 머리에 키파(kippah)라는 작은 천을 얹고 다니는 유대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통곡의 벽을 지나 북쪽으로 향하면 바로 이슬람 성지 ‘바위돔 사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슬람 선지자 마호메트가 승천한 곳에 세워졌다는 사원으로 무슬림의 자존심을 상징한다. 이곳을 찾는 무슬림은 1,300년 이상 예루살렘이 이슬람 통치하에 있었다는 자긍심을 되새긴다. 이런 이유로 유대교의 이스라엘과 이슬람교의 팔레스타인은 서로 예루살렘을 자신의 수도라고 칭한다.

그러나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종교적 분쟁을 우려해 1947년 팔레스타인 분리안을 채택할 때 예루살렘만큼은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국제사회 관할지역으로 남겨놓았다. 이후 이스라엘은 꾸준히 예루살렘을 공식 수도로 인정받으려는 노력을 해왔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기는커녕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했다. 각국의 주이스라엘 대사관이 예루살렘이 아닌 텔아비브에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역대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 건국 이후 일관되게 중립 원칙을 고수한 것도 국익과 외교적 이해관계, 이스라엘과 아랍 간 균형외교, 분쟁 예방을 위해서였다.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일촉즉발 상태인 이 지역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지폈다.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의 점유권을 인정하자 팔레스타인의 저항이 다시 격화되며 양쪽 간 무력충돌이 염려될 만큼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사회운동가인 아마드 마부 리타마는 미 종합지 네이션에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우리가 강제로 내쫓긴 것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도 지속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오는 14일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이자 이스라엘 주재 미대사관 이전을 앞두고 소요가 격화되고 있어 3차 인티파다가 임박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인티파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이 이스라엘만을 국가로 인정하면서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에 저항해 일으킨 봉기로 1987년과 2000년에 두 차례 발생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동요는 이미 시작됐다. 3월30일부터 반 이스라엘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이스라엘군의 발포 등으로 사상자가 속출했다. 이에 더해 팔레스타인은 14일을 ‘분노의 날’로 선언하고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고위간부인 아흐마드 마즈달리니는 “이달 14일은 모든 곳에서 거대하고 대중적인 분노의 날이 될 것”이라며 “우리 민족은 점령지역인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이 이전하는 데 대한 거부를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태풍전야 속 예루살렘에 미국이 불을 지피면서 그 파장이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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