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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기업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폭발성장 앞둔 비상장 中企에 제한 적용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같은 기업 경영권 방어수단이 도입돼야 한다는 경영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현대자동차그룹 공격 이후 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 등이 포이즌필·차등의결권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윤상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지난 15일 포이즌필·차등의결권 도입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 매입권리를 주는 제도로 ‘1주 다수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과 함께 대표적 경영권 방어장치로 불린다.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찬성 측은 국내 대기업은 물론 유망 벤처중소기업들 상당수가 행동주의 헤지펀드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만큼 선진국 수준의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방어수단이 재벌총수들의 지배력 강화 도구로만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비상장 중소벤처에 한해 투자유치에 따른 지분율 하락으로 경영권 위협을 받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방어수단을 인정하자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 사건에 이어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하고 나서며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이번에도 과거 SK와 소버린, KT&G와 칼 아이칸 사건 등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경영권 방어수단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차등의결권과 신주인수선택권 등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으며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취지의 상법 개정안도 다수 계류돼 있다. 지배구조 관련 상법 개정안 20여개 중 2개 정도만이 경영권 방어수단의 도입 등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이고 나머지는 다중대표소송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전자투표 의무화 등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다.



경영권 방어수단의 도입을 주장하는 쪽은 단기간에 주식을 매집해 회사의 경영권을 위협해 주가를 띄우거나 고액의 배당을 받아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떠나는 헤지펀드로부터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국가 등이 방어수단을 인정하고 있고 포드와 같은 전통적인 대기업은 물론 구글·페이스북·알리바바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차등의결권을 활용하고 있음을 근거로 들기도 한다.

그러나 경영권 방어수단을 인정하고 있는 미국 등의 경우 이사회의 독립성과 기관투자가의 감시기능이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미국은 상장 이전에는 차등의결권이 인정되지만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1주 1의결권 원칙이 적용된다. 프랑스나 일본 등의 경우도 엄격한 요건하에서 이를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EU를 중심으로 차등의결권 폐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로 호된 대가를 치른 후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추구해왔다지만 아직도 멀었다고 본다. 최근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갑질’ 사태와 같이 재벌들이 상장회사를 개인회사처럼 운영하거나 아주 적은 지분을 가진 총수 일가의 경영권이 오너의 자질 등과 무관하게 대물림되고 있는 상황에 비춰볼 때 경영권 방어수단은 순기능보다는 재벌 총수들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기업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가 있게 되면 일부 정·재계와 언론은 외국 투기자본의 약탈성과 함께 ‘침공’ ‘먹튀’ ‘국부유출’ 등의 프레임을 덮어씌우며 경영권 방어수단의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기업들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준법경영에 전념해야지, 단순한 감성적 애국주의에 호소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경영권 방어수단은 재벌 대기업보다 중소벤처기업에 요구된다. IT 중심의 벤처기업은 단기에 폭발 성장할 수 있다는 특성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기업공개(IPO)를 하기 전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지분율 하락에 따른 경영권 위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업자가 외부의 대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비상장의 중소벤처기업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오너 일가에만 유리한 구조 개편과 일감 몰아주기 등과 같은 구시대적 관행을 반복하는 한 헤지펀드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소유와 경영의 일치가 심화된 우리나라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비춰볼 때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상충을 차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경영권 방어수단의 도입보다는 오히려 주주 간 부의 부당한 이전에 대한 방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수단에만 욕심낼 것이 아니라 주주친화 정책은 물론 선진국 수준의 기업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상법의 취지에 맞게 지배구조를 더욱 투명하게 하고 준법경영을 위한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것만이 글로벌 헤지펀드의 무분별한 공격으로부터 국부를 지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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