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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업이다] 승차공유서비스 불법 규정에...'한국판 우버'는 딴 나라 얘기

■미래먹거리 발목잡는 규제
빅데이터·원격의료 등도
각종 법규에 논의조차 못해
"규제 일변도 산업정책으론
4차혁명 요원" 쓴소리 잇달아

[결국 기업이다] 승차공유서비스 불법 규정에...'한국판 우버'는 딴 나라 얘기

시장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벤처기업을 일컫는 이른바 ‘유니콘’ 업체 중 가장 몸값이 높은 곳은 어디일까. 지난해 10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승차공유 업체 ‘우버’가 680억달러로 1위에 올랐으며 중국의 승차공유 업체 ‘디디추싱’은 500억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우버의 가치는 시가총액 607억달러인 미국의 대표 자동차 기업 제네럴모터스(GM)를 뛰어넘는 수준이며 지난 몇 달 간 몸값이 더욱 올랐다. 이외에도 동남아 승차공유 시장을 장악한 ‘그랩’과 ‘고젝’이 유망 유니콘으로 손꼽히는 등 승차공유 시장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특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우버를 비롯한 이들 승차공유 업체에 지금까지 356억달러를 투자하며 ‘공유경제’는 물론 향후 성장할 자율주행차 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은 어떨까. 우선 우버와 같은 승차공유 사업모델은 한국에서 불법이다. 카풀 서비스인 ‘풀러스’까지 불법 논란에 휩싸이며 관련 시장 진출을 고민 중이던 업체들마저 발길을 돌렸다. 이같이 ‘한국판 우버’가 불가능한 이유는 택시와 같은 기존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운수사업법이 승차공유 서비스를 불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승차공유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시늉은 보였다. 지난해 10월 본격 활동을 시작한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지금까지 세 차례의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을 개최하며 승차공유 서비스 정착 방안 등을 주제로 다루려 했지만 정부 부처 간 이견과 택시 업계의 반대로 인해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결국 ‘한국판 우버’는 불가능하다는 인식만 강하게 남겼다.

규제가 미래 먹거리 산업의 발목을 잡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빅데이터 규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시도 중이지만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등의 겹겹이 둘러쳐져 있는 규제 때문에 여전히 활용에 제한이 많다.

이 같은 빅데이터 규제는 미래 핵심 성장동력이자 4차 산업혁명의 메인 콘텐츠인 인공지능(AI) 분야의 경쟁력 도태와도 이어진다. AI가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꾸준한 ‘기계학습’이 필요하지만 현재와 같은 규제에서는 학습에 쓰일 데이터 확보마저 어려운 탓이다. 바이오 산업 또한 빅데이터 없이는 발전이 힘들다. 환자의 병력과 개인정보 등을 결합할 경우 맞춤형 치료법 등을 개발해 낼 수 있지만 보건의료 정보 제공에 대한 일반의 거부감이 심해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규제에 지쳐 미래 성장 사업에서 발을 빼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원격의료 사업 추진을 위해 합작 설립한 ‘헬스커넥트’의 경우 7년째 적자에 허덕이다 최근 무상감자를 진행하며 덩치를 줄였다.

이 같은 규제 때문에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동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바이오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신재생에너지 등 12개 분야와 관련한 한국의 기술 수준을 100이라고 할 경우 미국은 130, 일본은 117로 기술 격차가 컸다. 최근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은 108로 집계돼 한국 대비 기술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5년 후에는 113으로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바이오 △IoT △로봇 △증강현실 △신재생에너지 등 5개 분야는 현재는 우리나라가 앞서고 있지만 5년 뒤에는 경합으로 분류되는 등 중국에 점점 주도권을 내주는 모습이다.

문송천 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만약 한국에서 인터넷이 처음 개발됐다 하더라도 정치권과 관료들의 각종 규제로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규제 일변도의 산업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정보기술(IT)을 비롯해 스타트업 육성은 요원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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