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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댄스시어터 '죽고 싶지 않아'] 무대 위 몸짓 쫓아가보니, 그 시절의 내가 서있었네

청소년기의 산만함·부주의함…

질풍노도의 시기 안무에 담아

청소년 위로·성인엔 공감 안겨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댄스씨어터 ‘죽고 싶지 않아’ /사진제공=국립극단




청춘을 바라보는 사회의 선입견이 청춘을 옥죄듯 청소년을 향한 우리의 시선 역시 그들을 그 둘레 안에 가둔다. 하늘로 날아오를 듯 기분이 좋다가도 죽음의 기운을 옆구리에 찬 듯 땅으로 꺼지는 우울감을 느끼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의 시선에선 좀처럼 종잡을 수 없다. 늘 집중력은 떨어지고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쏟고 조심성이 없어 보인다. 이런 그들을 우리는 문제가 많다는 한 마디로 정의 내리곤 한다. 근데 어디 십대뿐인가. 그 시절의 말과 감정, 움직임의 흔적들은 우리의 머리와 심장, 온몸의 근육에 새겨져 지금까지도 표출된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댄스씨어터 ‘죽고 싶지 않아’ /사진제공=국립극단


그런 의미에서 최근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서 선보인 댄스씨어터 ‘죽고 싶지 않아’는 기억의 중추를 한껏 자극하는 공연이다.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관객들의 머리 속을 파고들어 오늘 학교에서 겪은 일상, 어제의 고민, 오랜 과거의 몸부림을 비춘다. 좀처럼 무언가에 집중하기 힘들고, 집단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하고, 사랑에 들뜨고, 좌절하고 슬퍼하는 배우들의 몸짓은 매일 청소년들이 발 딛고 서 있는 일상의 장면들이며 어른이 된 관객들이 지나쳐온 그 시절의 이야기이자 삶의 흔적이다.

현대무용 안무가 겸 연출가 류장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질풍노도의 에너지를 완벽하게 무대 위 몸의 언어로 빚어냈다. 흥미로운 점은 청소년을 바라보는 극의 시선이 철저하게 수평적이라는 점이다. 류장현은 “느껴지는대로 움직이면서 엉뚱한 것을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배치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작품의 출발은 2016년 연구소의 청소년극 개발 사업인 ‘청소년예술가탐색전’이었다. 류장현은 8명의 청소년과 ‘자유를 위한 몸의 낙서’를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 청소년이 지닌 생의 본능과 위태로운 흔들림을 아카이빙했다. 미화도 자조도 없다. 따돌림이나 괴롭힘, 고독과 절망도 살뜰하게 수집해 무대 위에 조각했다. 이런 작업 과정 덕분에 작품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세대 공용어가 될 수 있었다.





2016년 초연한 이 작품은 숱한 청소년 관객들을 위로하고 성인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특히 각기춤을 추며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배우 안승균의 대사는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폐부를 찌른다. 청소년기의 산만하고 부주의한 모습은 판단과 조절, 예측을 관장하는 전두엽의 50%가 사라지기 때문이며 지극히 정상적인 발달 단계라는 것, 집중력이 흐려지고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들 때도 있지만 창의적 활동에 대한 욕구는 멈추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살아 있다는 것이다.

공연의 마지막은 객석까지 흔들어 놓는다. 무대 위로 초대된 관객들은 화려한 조명 아래 흠뻑 땀을 내며 생의 에너지를 만끽한다. 긴 말은 필요하지 않다. 비언어, 몸짓의 힘이다. 다음 달 1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사진제공=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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