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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 만들려고…'아버지 세대'는 은행을 떠난다

하반기 3,100명 뽑는다지만…

하나銀 274명 준정년 특별퇴직

'윗돌 빼 아랫돌 괴기' 악순환

최대 이익 낸 은행권 확산 예고





올해 하반기 3,1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나선 은행권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점포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만 잔뜩 늘려놓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준(準)정년에 해당하는 15년 이상의 고참 직원들을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신규 채용 확대를 위해 윗돌을 빼 아랫돌을 괴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버지가 명퇴하는 대신 또래 자녀가 취업’하는 상황인 것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최근 274명의 준정년 특별퇴직을 단행했다. 준정년 특별퇴직 대상자는 만 40세 이상으로 근속기간이 만 15년 이상인 고참 직원이다. 이 가운데 관리자급(지점장·부장·팀장)은 27명, 책임자급(차장·과장)은 181명이다. 행원급도 66명에 달한다. 노사 합의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이지만 고임금을 받는 고령 직원을 내보내고 신규 직원을 뽑는 채용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개 은행의 전체 직원 수는 지난 2015년 8만3,307명에서 올해 1·4분기 7만6,026명으로 7,281명 감소했다. 2016년 이후 희망퇴직으로 나간 6,000여명과 거의 유사한 숫자다. 반면 은행권은 올 하반기 3,100명을 신규 채용해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올 하반기 신입행원 공채 규모를 2016년(150명)의 3배, 지난해(250명)의 2배 수준인 최대 500명까지 늘리기로 결정했다. 신규 채용 인력을 늘리려면 아이러니하게 희망퇴직을 그만큼 늘려야 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국내 은행들은 하반기에 기존 계획보다 늘린 3,100명, 연간으로는 4,600명을 채용한다고 하나 그 이면에는 앞으로 희망퇴직 ‘칼바람’이 불가피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창구 점포 인력이 필요 없어지다 보니 은행이 채용을 하면 할수록 내보내야 하는 인력도 그만큼 많아지는 역설이 눈앞에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은행들은 상반기에 1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이익을 내면서 내부 유보가 아닌 거액의 희망퇴직금으로 소진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에 주요 은행들은 6,000명을 보내며 총 2조원의 퇴직급여 비용을 지출했다. 이렇게 되면 사상 최대 이익을 내면 내부 유보가 아니라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으로 소진해 버리는 악순환이 오는 것이다. 실제 특별퇴직을 수용하면 27개월에서 최대 33개월치 급여를 일시에 받을 수 있는 만큼 은행권에서는 희망퇴직 기회는 로또 1등에 맞는 것과 같다는 인식이 만연할 정도로 회사 이익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도 팽배해지고 있다. 은행권 고위 임원은 “업적평가를 확실하게 해 매년 일정 규모의 임직원을 내보내야 하지만 강성노조의 반대로 쉽지 않다”며 “특히 은행들이 오너십이 약해 노조와 충돌하는 것을 피하려다 보니 매년 이익이 날 때마다 거액을 부어 희망퇴직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중장년의 불안정한 일자리 사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청년 일자리에 매몰돼 희망퇴직을 ‘장려’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0명이 희망퇴직하면 7명이 새로이 취업할 수 있다”며 은행장들에게도 “은행들이 퇴직금을 올려 희망퇴직을 활성화해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은행 취업기회를 주기를 바란다”고 인위적인 희망퇴직 확대를 강조했다.

다만 노조의 반대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금융노조는 현재 만60세에서 만62세로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를 원점으로 돌리자고 주장하며 오는 7일 총파업 찬반투표를 단행할 예정이다. 또 희망퇴직에 대해서는 일자리정책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나타내 노사갈등이 격화될 소지가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은 규제 산업인데다 주52시간 근무와 점포 축소, 비대면 영업 증가 등 금융환경 자체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중장기 인력계획을 수립하기도 어렵다”며 “내년부터는 신규 채용 인력을 줄일 방침인데 정부 코드에 맞추려면 희망퇴직을 하고 계획보다 더 뽑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인력을 조정했다고 해서 바로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을 채용하기는 힘들다는 점도 은행들로서는 고민이다. 오히려 고참 직원들의 고용 불안만 고조되고 내부 인력 운용만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입 직원이 현장에서 숙련도를 갖추려면 2~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고참들을 많이 빼고 신규 인력을 뽑으면 즉각 업무 대체가 힘들다”며 “규제 산업인데다 주52시간 근무와 점포 축소, 비대면 영업 증가 등 금융환경 자체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중장기 인력계획을 수립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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