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신재현(31) 씨는 최근 기아자동차 ‘K5’ 검은색을 샀다. 차 구입에 도움을 주신 부모님도, 재현 씨도 원래는 현대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투싼’이나 기아차 SUV ‘스포티지’를 염두에 뒀었다. 하지만 결혼을 앞둔 신 씨 예비 신부의 의견은 달랐다. 이유는 하나. SUV보다 승차감이 좋은 가솔린 세단이 좋다는 것. 논의 끝에 결국 스포티한 감성을 지닌 기아의 K5로 선택했다. 신 씨는 “넓은 공간에 편안한 승차감이 좋다”며 “연비도 생각 이상으로 괜찮다”고 말했다. 2ℓ가솔린 엔진의 K5는 평균 연비가 ℓ당 11~12㎞ 수준.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 때는 ℓ당 15㎞는 가볍게 넘는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은 SUV가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 ‘싼타페’는 5개월 연속 국내 최다 판매 차종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 기아차도 미니밴 ‘카니발’을 제외하면 ‘쏘렌토’가 판매를 주도하고 있고 쌍용차도 ‘렉스턴 G4’와 ‘렉스턴스포츠’의 인기가 가장 높다. 르노삼성의 경우 ‘QM6’가 판매 1위 모델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은 역설적으로 세단을 팔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SUV는 이미 잘 팔리기 때문에 세단 판매고를 올리면 전체 판매량이 증가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가 올해 연말까지 자동차의 개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인하(5%→3,5%)하면서 업체 간의 경쟁도 더 치열해졌다. 내년에 차를 사려고 했던 사람이 올해 차를 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세단 판촉 경쟁에 나섰다. 이에 고객들은 개소세 인하분까지 포함하면 준대형 세단은 최대 500만원 이상 싼 가격에 살 기회가 열렸다. % 단위인 개소세는 차 값이 비쌀수록 할인 혜택이 커진다. 업체들은 이를 감안해 가격 대가 높은 준대형 세단에 가장 큰 추가 할인을 붙였다. 부동의 베스트셀링 세단 ‘그랜저’급 차를 사려는 고객이 메인 타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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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국GM의 쉐보레는 준대형차 ‘임팔라’를 최대 457만원 할인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개소세 혜택까지 더하면 할인 폭은 500만원을 넘어선다. 4,500만원 수준인 3.6ℓ 가솔린 모델도 3,000만 원 후반 가격에 살 수 있다. 르노삼성도 준대형 세단 ‘SM7’ 가솔린 모델은 100만원, 장애인용 LPG 모델은 160만원(택시·렌터카 제외)을 인하했다. 모두 개소세 인하 혜택과 별도의 할인이다.
중형 세단 판촉전도 뜨겁다. 세단 베스트셀링 카의 무게추가 그랜저로 이동했다지만, 중형 ‘쏘나타’는 여전히 이 시장에서 강자다. ‘타도 쏘나타’를 위해 각 사는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쉐보레는 ‘말리부’의 가격을 100만원 인하했다. 말리부는 단단한 차체에 스포티한 외관으로 수요가 꾸준했다. 문제는 높은 가격이었는데 지난달 쉐보레가 100만원 가격을 내리자 판매량이 73.5% 뛴 1,813대를 기록했다. 개소세 인하 효과가 생긴 8월부터 쉐보레는 100만원 가격 인하 조치를 연장했다. 여기에 72개월 할부와 현금할인 등을 포함하면 최대 270만원 가량 싸게 살 수 있다. 개소세 할인분(약 60만원)을 더하면 300만원 이상의 혜택이다. 르노삼성도 중형 세단을 특별할인한다. 택시 모델을 제외한 ‘SM6’은 40만원, ‘SM5’는 25만원을 할인한다. 만약 고객이 2013년 7월 이전 등록한 노후 차량을 보유했을 경우 SM6는 30만원, SM5는 25만원을 추가로 할인해준다.
경쟁사들의 판촉에 현대차와 기아차도 특별 혜택을 내걸었다. 현대차는 ‘뉴 스타트 페스타’ 이벤트를 열고 쏘나타 뉴라이즈(하이브리드 포함)에 대해 120만원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할인과 함께 1.9% 저금리 할부 또는 30만원의 현금 혜택도 고객에게 제공한다. 2011년 8월 31일 이전 차량을 보유한 고객에는 30만원의 추가 할인도 해준다. 기아차도 선착순 5,000명에 한정해 K5와 K7(하이브리드 포함) 등을 구매하는 고객에서 80만원~150만원을 지원하거나 판매가의 7%를 할인한다. K5의 경우 최대 180만원 가량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세단 판촉전엔 수입차도 뛰어들었다. 폭스바겐은 이달 중형 ‘파사트’의 북미형 가솔린 차인 ‘파사트 TSI’를 출시하고 파격적인 할인에 돌입했다. 소비자 가격이 3,600만원선인데 딜러 할인을 거치면 실 구매가는 2,900~3,100만원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할인 폭으로만 보면 중형 세단 중 최고 수준. 이 밖에 도요타와 닛산도 재구매 고객에 대한 200만원 할인 혜택과 금융파이낸스 제공 등을 진행한다. 딜러에 따라선 차 값의 일부 할인받을 수도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디젤 차량 화재 사건 등으로 수입차 시장 위주로 가솔린 차량 선호현상이 커지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가솔린 모델의 중심인 중형 세단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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