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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10년을 진단한다]"移轉, 신도시 아닌 기존 도시 활용... '제2 오송역' 나오면 1기꼴 못벗어"

■현지서 전하는 비판·아이디어

수도권 대학 이전 검토하고

특목고 등 교육 인프라 조성을

배우자 직장 문제로 '생이별'

가족 분리 막는 보완책도 필요





“혁신도시 이전을 주장하거나 도시계획을 짜는 사람들이 먼저 살아본다면 달라질까요.”

“30년 넘게 살던 고향과 생이별한 직원들에게 최소한의 인프라는 만들어줘야죠.”

서울경제신문이 혁신도시 진단을 위해 직접 만나 듣거나 설문조사에 응한 공공기관의 직원들은 거침없이 불만을 쏟아냈다. 직장을 따라 혁신도시로 이주한 지 길게는 햇수로 5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정책에 따라 갑자기 정든 고향을 떠나며 생긴 상처는 그대로였다. 이들이 하소연만 늘어놓은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어리거나 젊은층을 중심으로 혁신도시에 정착하는 직원들이 점점 늘면서 기존 혁신도시를 어떻게 보완할지,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이뤄진다면 초점을 어디에 둘지 건설적인 비판과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이전 기관 직원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정주 여건이었다. 설문 응답자 중 가족 모두 옮겨와 살고 있다는 비율은 26.5%에 그쳤다. 4분의3이 이산가족이 되거나 장거리 통근을 감수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혁신도시가 아직 ‘살 만한 곳이 아니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가족을 데리고 오기 위한 첫째 유인요건으로 단연 ‘교육’을 꼽았다. 중학생 자녀를 둔 전남 소재 공공기관의 한 직원은 “수도권 주요 대학들을 지방에 두거나 특수목적고등학교처럼 아이들을 보내고 싶은 학교가 있는 곳이라면 일부러라도 찾아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정부가 마음대로 대학을 옮길 수는 없지만 충분한 교육 인프라를 갖춘다면 자연스럽게 인구가 늘고 다른 민간 기반도 조성될 것이라고 직원들은 내다봤다.



종합병원이나 교통·쇼핑 인프라도 당연히 ‘다다익선’이다. 혁신도시들이 하나같이 인프라 부족을 호소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를 해결할 대책은 무작정 허허벌판에 신도시를 세우는 것이 아닌 기존 도시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충북 소재의 공공기관 직원은 “주말이면 인근 대도시로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며 “애초에 지방 도심이나 기존 도시의 낙후지역을 이전지로 삼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결과가 좋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원들은 특히 1차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 지역과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에 대해 날을 세웠다. 대구 소재의 공공기관 직원은 “업무 효율이나 유관 기관 집적 효과는 무시한 채 나눠먹기식으로 기관들을 분산 배치한 피해를 고스란히 직원들과 국민들이 떠안고 있다”며 “추가로 이전해야 한다면 기능적인 면을 최우선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출장이 잦은 공공기관 직원들은 세종시와 차로 20분 거리에 떨어진 위치에 고속철도 오송역을 배치한 사례를 ‘최악’으로 규정했다. 충북 소재의 공공기관 직원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다 돌아다녀도 행정도시에 열차역이 없는 곳을 못 봤다”며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권의 입김 때문에 ‘제2의 오송역’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족 해체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입지나 인프라 등 정주 여건을 갖추는 게 가족해체를 막는 선결 조건이지만 배우자의 직장 문제로 가족이 분리된 직원들은 다른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아내가 회사를 그만둘 수 없어 주말부부가 된 울산 지역의 한 공공기관 직원은 “배우자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에 다니는 경우가 아니면 둘 중에 한 명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떨어져 사는 방법뿐”이라며 “정책의 희생양이 된 만큼 다른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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