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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대책 3주, 현장 혼란 가중]대출적용 기준 오락가락…은행 직원도 헷갈려

적용만 수십개…예외도 많아 혼선

한달 다돼가도 창구 실랑이 여전

문의 오면 시간 끌거나 거부부터





서울 강북구에 보유한 집에 살고 있는 A씨는 내년에 자녀의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은행 대출을 받아 강남에 추가로 집을 살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9·13 부동산 대출규제에 따라 갑자기 대출이 불가능해져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달 초 한 시중은행에서 주택보증 전세자금대출을 상담했던 B씨는 오는 12월 잠실에 전세를 들어갈 예정인데 대출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다시 방문했을 때는 정반대로 거부됐다. B씨가 “몇 주 전에는 (대출이) 된다고 했는데 왜 이제 와 안 된다고 하느냐”며 항의해 창구 직원이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9·13대책을 내놓은 지 3주가 지났지만 적용기준 등이 바뀌면서 대출현장의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출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사례들이 많다 보니 대출을 내주는 창구 직원들도 업무 가중을 호소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출 창구에서 고객 응대시 다양한 사례들이 있는데 추가 대책이 지속적으로 나옴에 따라 대응하기가 어렵다”며 “계속 바뀌고 새로 내려오니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도 강하다”고 전했다. 대출신청이 들어와도 시간을 끌거나 돌려보내는 식이다.

대표적으로 수도권 1주택자가 교육목적으로 수도권 규제지역에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되지 않는 점이다. 경기도 분당에 살면 교육 목적이어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집을 살 때는 주담대가 불가능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업감독규정 일부 개정안을 예고했고 오는 14일까지 국민의 의견을 청취한 뒤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자녀가 교육환경이 좋은 곳에서 학교에 다니게 할 목적으로 주택을 추가 매수할 경우는 주담대도 받을 수 있고 기존 주택도 그대로 보유할 수 있다’고 은행연합회가 지난달 은행에 배포한 ‘주택시장 안정대책 관련 은행권 실무FAQ’와는 정반대여서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창구를 방문한 한 고객은 “강남 지역의 교육 여건이 월등한데 교육 목적의 주택 구입까지 막는 것은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직장 같은 경우 사례가 너무 많아 예외로 두기 힘들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급하게 대책을 내놓고 혼선을 빚다 수정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세자금대출의 경우에도 정부는 당초 부부합산 소득 7,000만원의 기준을 세우려다가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거세자 1억원으로 상향하기도 했다. 또 추첨제 물량 전체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고, 남는 물량에 대해 1주택자에게 당첨 기회를 준다고 발표했다가 1주택 실수요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함께 배정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아울러 9·13대책 발표 직후 주요 시중은행들은 세부 지침이 나오지 않아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와 무주택세대의 고가주택(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담대 취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초 대책이 발표되고 세부 안이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소요돼 은행 내부적으로도 개별 지점에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컸다”며 “생활안정자금의 경우 취급 후 은행은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시일이 지남에 따라 그 양이 방대해져 업무적인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또 어떤 예외로 발표대책이 누더기가 되고 기조가 변할지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혼선은 정부가 강력한 대출 규제책을 즉각 시행하려고 했지만 현장 적용까지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급하게 대책을 내놓고 혼선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수정하다 보니 은행 창구직원과 대출 수요자들 간 갈등만 커지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법 감독규정을 최종 손질하는 과정에서 1주택자의 주담대 허용 예외 사유를 명확히 하기 위해 수도권 1주택자의 규제지역 진입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며 “정비 작업이 마무리돼 앞으로 은행 창구에서 혼선을 빚을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앞으로 더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를 도입할 때는 가계 부채 및 은행건전성을 감독한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이번 대출 규제는 빚이 한 푼 없는 사람도 집이 있다면 대출을 더 이상 받을 수 없어 일종의 역(逆) 재산권 침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황정원·서일범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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