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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제조한국, 미래지도 다시 그려라]고부가 비중 中에 뒤졌는데...'칸막이 규제'로 신산업 비틀

<1>산업 공백기 현실화되나 - 신성장산업이 안보인다

中기업 고성장·美 우선주의에

한국 주력산업 갈수록 맥못춰

'포스트 반도체' 우려 목소리

車 수출 순위도 글로벌 8위로↓

기존산업과 신산업 구획 짓는

규제·특혜 프레임 과감히 풀어야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 한국 주력 산업이 줄줄이 흔들리면서 ‘포스트 반도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경제DB


시가총액 순서로 글로벌 10대 기업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웹사이트 ‘미스터 캡’. 아마존(전자상거래·976억달러·10월1일 기준), 구글(클라우드컴퓨팅 등·834억달러), 페이스북(SNS·474억달러) 등 미국 기업 틈바구니 속에서 중국의 알리바바(전자상거래·427억달러), 텐센트(게임·393억달러) 등도 이름을 올렸다. 주목되는 것은 이들 5개 업체가 모두 이른바 4차 산업 군에 속한다는 점이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우리 사회가 입으로는 혁신을 외쳐도 실상은 변화에 둔감함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정부가 규제 잣대로만 신산업을 재단하는 사이 중국 등 신흥국들은 4차 산업에서 한발 앞서 글로벌 기업을 키워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지적은 우리 주력 산업이 극도로 부진하다는 점에서 더 뼈아프다. 고비용·저생산 구조로 신음하는 자동차는 이미 수출 순위가 글로벌 5위(2013년)에서 8위까지 떨어졌고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 대수로 애플을 제친 중국 화웨이는 내년에는 삼성전자마저 따돌릴 기세다. 반도체의 삼성전자를 빼면 올해 상장사 순이익은 7.3% 감소(올 상반기 기준)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신승관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주력 산업이 미래 성장을 위한 전초기지라는 점에서 위기를 예사롭게 넘겨서는 안 된다”며 “기존 기업과 스타트업의 접점을 넓히고 투자 규제 등 제도적으로 막힌 부분을 뚫어야 미래 산업 주도권 경쟁에서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심각한 제조업 침체…반도체 이을 주력 산업 안 보여=한국의 주력 산업 침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심화됐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의 총부가가치 증가율은 2002~2008년 7.5%에서 2010~2016년 3.8%로 반 토막이 났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은 0.6%에서 1.4%, 독일은 2.7%에서 3.9%로 늘었다. 미국도 0.5%포인트 주는 데 그쳤다. 우리 주력 산업의 체질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며 부가가치가 급감한 것이다.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부가가치 산업 비중은 34.6%(2016년 기준)로 미국(38.3%), 일본(36.1%)은 물론 중국(35.2%)에도 추월당했다. 중국 정부의 물량 공세를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다.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BOE)과 전기차 배터리(CATL)는 이미 전 세계 1위고 반도체(YMTC) 기술력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3~4년 뒤지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자동차에서는 ‘하발(창청자동차)’이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투싼·스포티지 등을 누르고 중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석권했다. 이런 중국의 급부상과 자유무역협정(FTA) 등 무역 규범까지 새로 쓸 만큼 노골적으로 자국 이기주의를 관철하고 있는 미국, 부품·소재 분야 원천기술을 대거 확보한 전통의 제조업 강자 유럽과 일본의 등쌀에 우리 주력 산업이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주력 업종의 고전이 ‘실적 악화→투자 감소→신산업과 융합 미흡→차세대 산업 창출 봉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부영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실적이 나빠지면 투자가 안 되고 산업 자체가 고사의 길로 접어든다”며 “기존 업체가 신산업과의 접목을 통해 나올 수 있는 새로운 주력 산업의 탄생을 막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의 한 임원도 “기존 산업과 신산업을 구획 짓는 현대판 칸막이 규제, 기업의 투자 부족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지원=특혜’ 프레임, 과도한 규제 버려야=일본 소니를 보면 선택과 집중을 통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한때 14분기 연속 영업적자에 허덕였던 소니는 지난해 매출 약 84조원, 영업이익 7조2,000억원을 올리며 환골탈태했다. 과거 소니를 대표했던 컴퓨터 등의 사업을 대거 축소하고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불리는 이미지 센서 사업에 투자한 게 결정적이었다. 특히 아베 신조 정부가 세제 혜택 등으로 사업 재편을 적극 도운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 실장은 “대기업을 지원하면 특혜라는 인식을 탈피해야 한다”며 “대기업의 사업 재편을 선제적으로 돕고 지주회사 규정 등도 완화해 대기업들이 벤처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도 “헬스케어 기기를 팔려고 해도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데 정보 사용 제한 때문에 산업으로서 만개하기 어렵다”며 “기업들이 산업 흐름에 올라타 성장할 수 있으려면 규제를 대거 손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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