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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교황 '우군' 얻고 전세계 설득...교황 사실상 방북 수락

■교황 알현·교황청 국무원장과 만찬

교황 "초청장 보내달라 나는 갈수 있다"

사실상 방북 수락 의사 밝혀

文 "적대관계서 평화, 용기 필요"

국무원장 미사 시작때 한국어 인사

미사 후엔 '文 연설' 파격적 배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바티칸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황의 북한 방문이 성사된다면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북한 비핵화 협상을 두고 남북미 관계가 요동치는 가운데, 교황의 방북이 어떤 시기에 성사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교황 공식 집무실인 교황궁(사도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교황 방북 초청을 공식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오 교황궁에서 교황을 단독으로 알현하고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비핵화에 대해 설명하고 지지를 당부했다. 교도가 13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17.7%를 차지하는 가톨릭교 수장에게 한반도 평화 과정에 대한 공감을 얻어 비핵화에 대한 국제여론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교황과의 면담 내용은 비공계가 관례이나, 청와대는 바티칸과 사전 협의를 거쳐 면담 주요 내용을 공개키로 했다. 이날 만남은 통역만 대동한 채 문 대통령과 교황 간 단독 면담으로 진행됐다. 면담 시간은 약 50분이었다. 문 대통령은 면담이 끝난 후 김정숙 여사와 우리 측 수행원들을 교황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교황에게 “대한민국 대통령이자 개인적으로는 ‘티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로서 존경하는 교황을 직접 뵙게 돼 큰 영광”이라는 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에게 ‘교황께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며 교황을 만나뵐 것을 제안했고, 김위원장은 바로 그 자리에서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적극적 환대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교황은 ‘김 위원장이 초청장을 보내도 좋겠느냐’고 문 대통령이 묻자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나,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며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 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전했다.

교황의 방북이 실제 성사된다면 시기는 내년 교황의 ‘동아시아 순방’과 겹칠 가능성이 크다. 교황은 내년 일본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고, 중국도 16일(현지시간) 교황의 중국 초청 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현지시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서 성체를 모시고 있다./바티칸시티=연합뉴스


교황이 이날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평화와 선교’라는 해외 방문 기준에 북한이 부합하고, 몸을 사리지 않고 갈등을 해결하는 교황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그동안 한반도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아시아 최초 순방지로 한국을 택해 2014년 8월 14일부터 4박 5일간 우리나라를 찾았다. 또 평창올림픽, 4·27 남북 정상회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때마다 성공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교황의 북한 방문이 성사되면 그 자체로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교황 방북을 추진한 적이 있으나 실제로 성사되진 않았다. 북한은 소련 해체로 고립 위치에 처한 1991년 교황 초청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북한 내 천주교 열풍이 불 것을 우려해 출범 두 달 만에 해산했다. 이는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밝힌 내용이다. 또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도 김대중 전 대통령 권유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교황 초청 의사를 밝혔으나 불발됐다.



교황의 방북은 북한의 비핵화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북미 2차 정상회담이 미국 중간선거 이후로 미뤄지고 실무 협의도 난항을 겪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가톨릭교 수장이자, 검소하고 소탈한 이미지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교황의 방북은 국제사회에 북한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할 수 있고 이것이 다시 미국을 움직이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실제 교황은 미국과 쿠바 수교, 콜롬비아 내전 종식 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보여줬다 .

북한으로서도 정상국가 이미지를 대내 외에 천명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국, 미국 등과 잇따른 정상회담에 이어 리설주 여사와의 동반외교 등으로 ‘은둔의 왕국’ 이미지를 벗고 있는 북한이 교황까지 맞아들인다면 전 세계에 변화의 진정성을 각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초청장을 바로 보낼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북한 같은 정치 구조에서 종교가 뿌리내리 1인 지도체제가 흔들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현지시간) 로마 성베드로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한 후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앞서 지난 17일 문 대통령은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저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과 만찬 회담을 하고 “이제 판문점은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교황청 정부 수반이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이다. 같은 날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 역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직접 집전했다.

문 대통령은 파롤린 국무원장에게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판문점에서 군인과 무기를 철수하고 지뢰를 제거하고 있다”며 남북정상회담 결과 등 최근 한반도 정세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어 “한국 속담에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는데 성의를 다하면 하늘도 움직인다는 뜻”이라며 “오늘 미사에서 평화에 대한 갈구와 간절함이 한데 모였다는 생각과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이뤄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강력한 적대관계 속에서 평화를 만들어내는 일은 용기가 있어야 하는데 오늘 미사가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줬다”면서 “제가 베드로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거기서 연설까지 한 것은 꿈만 같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교황청이 보내준 강력한 성원과 지지, 축복과 기도가 큰 도움이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대통령 말씀대로 이제 판문점이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하는 한국 가톨릭 교회와 관련해서도 “여전히 살아 있고, 강하며 인상적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날 국무원장과의 만찬 회담에 앞서 진행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는 교황청 관례로 보면 파격적일 정도로 문 대통령을 배려한 모습이었다. 미사에 참석한 한국인 수녀는 “교황청에 9년째 있는데 단 한 번도 외국 정상이 와서 연설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가 열리기 전부터 성베드로대성당 앞은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바티칸을 찾은 한인 신부와 수녀, 교민들로 가득 찼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미사를 시작할 때 한국어로 “문재인 대통령님, 김정숙 여사님 환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축복을 전합니다”라고 말했다. /바티칸시티=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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