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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내고 더 받는 ‘마법’ 없는데…국민연금 개편안 껍데기만 남나

■文, 국민연금 개혁안 퇴짜

공청회·국회제출도 늦춰질듯

보험료 인상 계속 미뤄지면

미래세대 부담만 더욱 커져

기금 바닥시점도 앞당겨질수도

지난달 5일 박능후(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영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국민연금 개편안 초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은 보험료율 인상을 둘러싼 국민의 반발 때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보험료율 인상’을 꼭 짚어 “그게 제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문 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다”며 “대원칙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문 대통령이 직접 ‘보험료 인상 계획’에 제동을 건 것이다.

정부가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복수의 국민연금 개편안 초안은 모두 보험료율 인상 계획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제도 시행 첫해인 지난 1988년 소득의 3%에서 시작해 1998년부터 지금까지 20년간 9%에 묶여있다. 반면 저출산·고령화·경제성장률 둔화에 적립기금 고갈 시점은 빨라지고 있다. 지난 8월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는 현행대로 유지되면 적립기금이 5년 전 계산보다 3년 더 앞당겨진 2057년에 소진될 것으로 보고 보험료율 인상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험료율을 12~15%까지 올리는 안을 복수로 마련해 오는 15일 공청회에서 공개할 예정이었다. 이와 함께 기초연금을 장차 40만원까지 올리는 안도 함께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상폭은 소득대체율(가입자의 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의 비율) 조정에 따라 다르지만 보험료를 더 내자는 건 모두 같다. 이에 보험료 인상에 반대했던 국민들은 다시 반발하고 있다. 불투명한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대한 불신까지 겹쳐 “차라리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주장도 다시 커졌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폭을 줄이거나 아예 올리지 않는 방안을 새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두 달여 간 총 33차례에 걸친 전국 순회 국민토론회·간담회 끝에 마련한 방안이 백지화되는 셈이다. 오는 15일 예정됐던 공청회는 물론 이달 말로 미뤄진 국회 제출 시한도 12월로 또 연기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재검토 범위에 따라 공청회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며 “국회 제출 시한은 가급적 지키려고 하지만 검토 시기가 길어지면 국회와 일정을 다시 협의해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가장 큰 난관은 보험료 인상 없이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마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8년까지 40%로 떨어지게 돼 있는 소득대체율을 45%로 고정시키거나 50%까지 올리겠다는 방안도 그래서 나왔다. 더 받기 위해서는 더 내는 게 불가피하지만 이번 재검토 지시에 따라 정부가 보험료 인상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것도 더 어렵게 됐다. 결국 소득대체율을 더 낮추는 방안을 내놓지 않는 이상 정부가 ‘재정 지원’ 카드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없이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려면 남은 선택은 기초연금 강화다. 하지만 세금으로 기초연금을 40만원까지 올리는 방안도 근시안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연금의 최저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려면 국민연금은 소득비례연금으로 개편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없다. 국민연금과의 연계 없이 기초연금만 올리면 국민연금에 가입할 유인도 줄어든다. 현재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38만원인데 기초연금이 40만원이 되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 사람과 형평성이 떨어져서다. 재정 부담도 상당하다. 현재 25~30만원인 기초연금의 내년도 예산은 11조5,000억원인데 인상폭이 커지면 예산도 더 늘어야 한다.

정부가 또 한 번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진다. 가파른 저출산·고령화로 보험료 인상을 미룰수록 후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연금 체계를 수술하지 않으면 미래세대는 소득의 38% 이상을 보험료로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금 소진 시점도 2057년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금까지 여론과 정치적 부담에 끌려다니느라 깨지 못했던 ‘보험료 두자릿수’라는 징크스를 이제는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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