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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본부=갑·점주=을' 프레임 갇혀..."재투자·리뉴얼 언감생심"

내년 오너 물의 보상 받는 '호식이법' 시행되지만

점주들 식품위생법 위반땐 계약해지도 할 수 없어

"공정위 규제, 프랜차이즈 생태계 혼란만 불러와"





# 대기업 계열의 한 프랜차이즈 본부는 최근 한 점포를 방문한 고객으로부터 “매장이 너무 지저분하다. 휴지 한 장도 아까운지 숨겨두고는 달라고 해야 준다”는 불만을 접수한 후 고민에 빠졌다. 본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매장 수익률이 예전만 못하다는 불만이 점주들 사이에 많이 나온다”며 “한 매장의 위생 불량이 전 매장의 브랜드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게 프랜차이즈 사업이라지만 경영난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개선을 요구했다 괜히 ‘비품을 더 팔아넘기려는 갑질’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어 고민”이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22일 프랜차이즈 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헌법소원 제기라는 강수를 고민하는 배경에는 그동안 “본부는 무조건 갑(甲)이고 점주는 언제나 약자인 을(乙)”이라는 공정위의 일방통행적 프레임에 갇혀 제대로 된 경영활동조차 하지 못했다는 분노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가맹사업의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않은 채 무작정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본부에 대한 규제 강화 일변도로 내달렸고 그 과정에서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경쟁력은 절망적으로 망가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헌법적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채 회사의 영업 비밀이나 다름없는 원가 공개를 강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소송이라는 최후의 수단까지 고려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차액가맹금 규제는 가맹본부가 점주들에게 공급하는 비품의 원가와 마진을 가맹점 예비 사장님들에게 공개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3월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고쳐 내년부터 적용될 규제에 대해 업계는 “타 산업과 비교해도 크게 형평성이 어긋나는 과잉규제”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품질 좋은 비품·재료를 ‘박리다매’로 저렴하게 구입해 적재적소에 공급함으로써 이윤을 남기는 것은 국내 대다수 프랜차이즈 기업의 영업 노하우이자 경쟁력”이라며 “명품 가방이나 자동차에는 원가를 공개하고 마진율을 낮추라는 요구를 하지 않으면서 프랜차이즈에만 폭리를 취한다며 가격을 공개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공정위가 일부 기업의 사례만을 보고 덧씌운 ‘갑을 프레임’은 프랜차이즈 본부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막아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다. 최근 소비자들의 입맛이나 소비 패턴, 브랜드 유행 등이 점점 빨리 변하고 있어 시설 재투자나 브랜드 리뉴얼, 마케팅 등이 주기적으로 이뤄져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가맹점주들은 아무래도 비용을 덜 쓰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공정위의 시선에서는 정상적인 재투자나 개선 요구 등도 ‘갑질’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가까운 마트에서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젓가락이나 휴지 등을 필수품목으로 지정해 본부에서만 사도록 했다는 이유로 시정조치를 받았다는 한 회사 관계자는 “점주들에게 알아서 잘 챙겨달라고 당부했을 때 지나치게 저품질의 제품을 사용해 고객 클레임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며 “전국 어느 매장을 가도 동일한 서비스와 제품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인 이상 어느 정도 통일적인 내부 방침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공정위는 일부 점주들의 ‘죽는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듯하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일부 점주들은 최저임금 인상 등 달라진 경영환경은 고려하지 않고 본부가 뼈를 깎는 희생을 해서라도 과거 호황기에 약속한 수익률을 지키라고 요구하는데 본부만 죽으라는 상생이 진짜 상생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미 가맹사업법의 11개 조항에 걸쳐 본부·점주 간의 균형추를 바로잡으려는 법적 장치가 충분히 마련된 이상 본부를 더 옥죄는 정책은 불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컨대 내년부터는 가맹본부 임원이나 오너가 부도덕한 행위로 브랜드 이미지를 망쳐 점주들에게 손해를 입힐 경우 배상하도록 명시한 일명 ‘호식이방지법’이 시행되지만 반대로 개별 매장 점주들이 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물의를 일으켜도 본부가 과실을 물어 계약 해지를 할 수는 없는 게 업계의 현실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는 가맹사업법 5조에 명시된 ‘가맹점에 대한 조언과 지원’ 등의 조항을 활용해 제제 등을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자칫 불공정거래행위로 해석될 여지도 많아 어떤 본부도 실제 해지에 나서지 못한다”며 “이런 점을 악용해 가맹 해지하고 싶으면 위로금을 달라는 점주들도 나올 정도로 이미 ‘갑을관계’는 역전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공정위는 차액가맹금 규제에 대해 공개 대상을 주요 품목으로만 한정하기로 업계와 이미 협의를 했다는 점을 들어 ‘법률유보원칙’을 위배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 측은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사실상 ‘슈퍼 갑’인 상황에서 정부가 원가정보 공개라는 확고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업계에 요구하면 우리는 후일이 두려워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업태와 영업 방식이 완전히 다른 수천 곳의 프랜차이즈들을 똑같은 틀로 규제하겠다는 것이야말로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반론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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