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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탈원전 국민이 폐기] '블랙아웃' 대만, 이념 대신 현실 선택...한국만 역주행

원전 6기 중 4기 가동 중단으로

적정전력예비율 1.7%까지 하락

대만 국민 "원전 되살려라" 반기

韓도 원전확대 찬성 여론 높지만

정부는 조사주체 문제 삼아 외면

대만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국민당이 압승한 가운데 25일 새벽 가오슝시의 국민당 지지자들이 ‘한류’한궈위의 시장 당선 확정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가오슝=로이터연합뉴스




대만의 ‘탈(脫)원전’ 여론이 뒤집히는 데는 불과 2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2016년 대만은 2025년까지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전체 6기의 원전 중 4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대만 국민들의 ‘친(親)원전’으로 돌아선 원인은 다양하다. 원전 가동 중단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화력 발전소의 가동을 늘리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느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가장 심각한 건 전력 수급 불안이 커졌다는 점이다. 20%를 웃돌던 대만의 전력예비율은 2015년에는 적정 예비율(15%)을 밑돈 11.5%로 떨어졌다. 가동 중이던 원전까지 멈춘 2016년에는 10.4%로 더 낮아졌고 지난해 8월에는 최저 1.7%까지 떨어졌다. 결국 지난해 8월15일 대만 내 600만 이상 가구와 반도체 공장에 약 5시간 동안 ‘대규모 정전(블랙아웃)’이 발생했다. 이후 탈원전을 투표로 결정하자는 국민청원 운동이 일어나면서 25일 결국 대만 국민들은 원전 유지를 선택했다. 블랙아웃의 현실이 이념(탈원전)을 이겨낸 것이다. 이날 대만 국민들은 매년 1% 화력 발전량 감소에도 찬성했다.



◇대만의 에너지 의존도·정책 방향과 판박이 韓=대만 국민들의 결정을 마냥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에너지 의존도와 탈원전 정책 방향이 한국과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우선 대만도 한국처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유리한 조건이 아닌데다 수입 에너지 의존도가 매우 높다. 대만 내 재생에너지 최적 지역은 이미 농업과 어업 활동이 활발한 곳이고 환경 단체의 반발도 심하다. 우리처럼 과도한 행정 규제로 재생에너지 인허가 과정이 오래 걸린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또 원전 대신 늘리기로 한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 의존도는 98%에 달한다. 대체 발전원으로 LNG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정책 목표도 비슷하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우리의 경우 아직 원전 상당 부분이 가동되고 있어 국민들이 체감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 대만의 블랙아웃 사태는 곧 우리의 문제가 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비중이 상당히 높아지는 2030년이 되면 우리 국민들도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대만은 우리보다 지진 발생 빈도가 높아 환경적 여건은 원전에 더욱 불리하다.

◇탈원전 제로까지는 시간 있지만 당장 원전산업 붕괴가 문제=대만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는 원전 ‘제로화’까지 걸리는 목표 시기가 대만은 2025년인데 반해 한국은 2082년까지라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건설이 재개된 신고리 5·6호기를 폐로하는 시기까지 고려한 것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탈원전 정책은 급격하게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점은 대만은 원전 대부분을 미국 회사가 건설해 관련 기술과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반면 한국은 원전 수출국 반열에 오를 만큼 원전 국산화율이 높다는 점이다. 탈원전 정책이 원전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대만은 원전에 대한 독자 기술이 거의 없어 2025년까지 탈원전 공약을 내걸 수 있었지만 우리는 탈원전 정책을 내세운 순간부터 산업이 급격히 붕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원자력 설비와 기기 등을 만드는 두산중공업의 경우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5% 급감했다. 우여곡절 끝에 공사를 재개한 신고리 5·6호기 이후엔 일감이 전혀 없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활로는 수출밖에 없는데 한국전력은 최근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 우선 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었다. 원전 전문 인력의 유출도 심각한 문제다.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기술·한전KPS의 해외 이직을 포함한 자발적 이직은 지난해에만 120명에 달한다.

◇국민 10명 중 7명 원전 찬성하지만 대만처럼 국민청원은 불가능=최근 한국원자력학회의 설문조사(1,006명, 19세 성인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의 67.9%는 원전 비중을 확대하거나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원전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은 28.5%에 불과했고, 이들 중 궁극적으로 원전을 아예 없애야 한다는데 동의한 사람들의 비율은 6.7%에 그쳤다.

정부는 이 설문 결과에 대해 조사 주체가 이해관계자인 원자력학회에 의해 진행됐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애써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대만처럼 국민들의 뜻대로 정부 정책 결정을 뒤집기 쉽지 않다. 정용훈 교수는 “대만은 ‘탈원전’ 법을 만들고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그 법을 폐지하는 국민 투표가 가능했던 것인데 우리는 행정부가 밀어붙이는 식으로 하고 있어 국민들의 의견 반영도 제대로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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